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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었다'던 조지호... 헌재는 '9대 0 파면'으로 답했다

"헌법 수호 책무 포기하고 계엄 가담"... 사실상 '적극적 행위자' 판단, 엄중히 책임 물어

등록 2025.12.18 14:14수정 2025.12.2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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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기일에 김상환 헌법재판소장를 포함한 헌법재판관들이 들어서고 있다. 2025.12.18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기일에 김상환 헌법재판소장를 포함한 헌법재판관들이 들어서고 있다. 2025.12.18 연합뉴스

[기사 보강 : 오후 3시 44분]

김상환 소장 취임 후 '9인 완전체'를 갖춘 헌법재판소가 첫 탄핵심판인 조지호 경찰청장 사건에서 전원일치로 파면을 선고했다. 헌재는 조 청장의 '항명' 주장을 단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경찰청장에게 부여된 헌법 수호의 사명과 책무를 사실상 포기했다"고 엄중히 꾸짖었다.

김상환 소장은 18일 오후 2시 13분 서울시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주문, 피청구인 경찰청장 조지호를 파면한다"고 선고했다. 재판관 전원이 동의한, 9대 0 결정이었다. 헌재는 조 청장이 12.3 비상계엄 당일 저녁 삼청동 안전가옥에서 당시 대통령 윤석열씨로부터 계엄 선포 계획을 들었고, 이에 따라 경찰 기동대를 국회 인근에 배치하여 출입을 통제했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 청사와 수원 선거연수원에도 경찰을 보낸 일 등을 모두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고 평가했다.

"윤석열의 위헌위법한 지시 실행... 국회 권한 행사 적극 방해"

헌법재판소는 조 청장이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국회의원 출입을 막는 등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한 점을 중대하게 봤다. 김 소장은 이 일이 "대통령 윤석열의 위헌위법적 지시를 실행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회에 계엄 해제 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77조 5항,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되며 국회의원의 헌법상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안가에서 윤씨가 국회를 두고 불만을 토로했던 만큼 조 청장이 충분히 계엄의 문제점을 알 수 있었다고 봤다.

김 소장은 "피청구인은 국회에 계엄해제 요구권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며 "이와 같이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한 피청구인의 행위는 대통령의 위헌위법적 지시를 실행하기 위하여 국회의 권한 행사를 적극적으로 방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조 청장이 그동안 얘기했던 '세 번의 항명' 주장 역시 조목조목 기각했다.

"피청구인은 안가 회동 후 공관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 것, 국회의원 등에 대한 여인형의 위치 확인 요청과 윤석열의 체포 지시를 거부한 것, 포고령 발령 이후에도 국회의원 월담을 막지 않은 것 등 이른바 세 차례 항명을 통해 이 사건 계엄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청구인이 안가 회동 이후 김봉식으로부터 여의도 인근에 배치된 기동대의 현황을 보고받은 점, 윤승영이 방첩사의 수사관 지원 요청을 받았다고 보고하자 승인한 점, 국회의원 등이 월담을 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국회를 출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라 국회 출입문이 봉쇄되었기 때문이므로, 종합하여 보면 세 차례 항명했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헌재는 조 청장의 선관위 출동 지시 또한 위헌위법하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대통령 윤석열이 거론한 국회와의 대립 상황 등은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할 수 없는 사정임은 분명하였으므로 피청구인은 이 사건 계엄에 따라 군이 수사를 위해 선관위에 투입되는 경우에도 적법성을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의 행위는 위헌위법한 이 사건 계엄에 따라 선관위의 직무수행과 권한 행사를 방해하고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헌재는 다만 조 청장의 탄핵 사유 가운데 12.3 계엄 선포를 정당화하기 위해 2024년 11월 2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주관한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와 경찰 간 충돌을 유도했다는 주장은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청구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김 소장은 "이어 피청구인의 행위가 파면할 만큼 중대한 것인지에 관해 보겠다"고 말했다. 탄핵심판의 결론이 다가오고 있었다.


'몰랐다, 어쩔 수 없었다'... 변명은 소용없었다

헌재는 경찰청장의 헌법적 책무를 강조했다. 김 소장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는 헌법 7조 1항, 경찰의 공익실현 의무를 담은 경찰법 등을 짚으며 그는 "경찰청장은 단순히 대통령 등의 지시를 그대로 집행하는 지위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경찰의 직무수행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경찰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유지해야 할 권한과 책무를 가진다"고 했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이 책무를 외면한 채 이 사건 계엄 선포 및 포고령을 통한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지시에 따랐고..."

헌재는 '12.3 비상계엄이 위헌위법한지 몰랐고, 경찰청장으로서 대통령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조 청장 항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행보는 계엄의 적극적 행위자에 가깝다고 봤다.

"피청구인은 30년 이상 경찰에서 근무하면서 주요 보직을 역임한 바,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경찰의 임무와 한계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고위공직자다.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정치, 사회 상황이 전시·사변에 해당한다거나 적과 교전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음은 명백하고 (중략) 대통령 윤석열이 이 사건 계엄 선포의 사유로 든 사유들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조율되고 해소되어야 할 정치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계엄 선포의 사유가 될 수 없다."

김 소장은 당시 국회의원은 물론 시민들이 국회로 달려가 계엄군에 맞서고, 계엄군 스스로도 소극적으로 임무수행한 점을 보더라도 "평균적 법 감정을 가진 사회 일반인도 이 사건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따라서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일갈했다. 또 "헌법 준수 의무는 오직 대통령에게만 부여된 게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이 사건 계엄을 실행하는 행위에 가담했다"고 못박았다.

"이러한 행위는 경찰청장에게 부여된 헌법 수호의 사명과 책무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으로 이 사건 계엄 선포 전후 사정이나 피청구인의 상황 인식, 임명권자인 대통령과의 관계 등 어떠한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정당화되거나 용인될 수 없다."

 조지호 경찰청장이 9월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사건 첫 변론기일에 출석한 모습. 조 청장은 12월 18일 선고기일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조지호 경찰청장이 9월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사건 첫 변론기일에 출석한 모습. 조 청장은 12월 18일 선고기일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합뉴스

"경찰의 아픈 경험"... 조지호 더 준엄하게 꾸짖은 헌재

이날 김상환 소장이 법정에서 읽은 선고요지에는 없었지만, 헌재는 결정문에서 경찰의 "아픈 경험"도 되짚었다. 1960년 3.15 부정선거에 동원되고, 이에 저항하는 시민을 향해 발포하여 4.19 혁명을 촉발하고, 박정희 시절 국민의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동원된 과오 등으로 인해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경찰청을 따로 설치한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당부였다. 헌재는 경찰청법 5조 또한 경찰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요청이 담긴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대통령 윤석열이 정치적 상황을 타개할 의도로 실행한 이 사건 계엄과 이 사건 포고령의 위헌위법성을 알면서도 오히려 자신의 지휘 하에 있는 경찰들을 동원하여 시민들과 대치하도록 하고, 경찰 조직 전체가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을 상황을 초래하였다. 경찰의 직무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수행될 것이라고 믿어온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보이지 않는 희생과 봉사에 전념해 온 경찰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는 피청구인에게 엄정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청구인의 법 위반은, 피청구인의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선고한다."

김 소장은 "탄핵사건이므로 선고시각을 확인하겠다"고 말한 다음 주문을 낭독했다.

"피청구인을 경찰청장직에서 파면한다."

2025년 12월 18일 오후 2시 13분,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경찰청장이 파면됐다. 조지호 청장은 이날 심판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그는 변호인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며, 경찰과 공직사회 모두 저와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조지호 #탄핵 #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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