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물이 머무는 자리에서, 기후위기의 해법을 설명하는 빗물박사. 보이지 않는 물이 머무는 자리에서, 기후위기의 해법. 숲 가장자리의 얕은 물과 촉촉한 풀밭은 폭염을 식히고 산불을 막는 힘의 원천이다. 토양과 식생에 머무는 ‘보이지 않는 물’은 증발과 증산을 통해 열을 흡수하며, 우리가 체감하는 기후를 바꾼다. 이 장면은 기후위기의 해법이 거대한 시설이 아니라, 물이 머무를 수 있는 가까운 자연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무영
산불을 막으려면, 산에 물을 남겨라
산불도 같은 맥락에 있다. 산불이 커지는 이유는 불씨나 바람 때문이 아니라, 산과 숲이 지나치게 건조해졌기 때문이다. 숲 바닥의 토양과 낙엽에 보이지 않는 물이 남아 있을 때는 불이 쉽게 번지지 않는다. 반대로 토양수와 식생수가 사라지면 숲 전체가 하나의 불쏘시개가 된다. 문제는 많은 산이 물을 머물게 하기보다, 임도와 배수 중심으로 '물을 빨리 버리도록' 관리되어 왔다는 점이다. 산불은 불의 문제가 아니라, 물의 문제다.
산불의 원인이 산의 건조함이라면, 해법은 단순하다. 산을 촉촉하게 만들면 된다. 낙엽을 모두 치우는 대신 빗물이 머물 자리를 남기고, 작은 물모이를 숲 곳곳에 촘촘히 만들면 불은 쉽게 번지지 않는다. 불을 쫓는 것보다, 물을 붙잡는 것이 훨씬 근본적인 대응이다.
멀리서 기후위기 해법을 찾지 말고, 가까이서 물을 붙잡자
이 관점에서 보면 대한민국은 물이 부족한 나라가 아니다. 매년 하늘에서 내려오는 물의 양은 결코 적지 않다. 문제는 물의 양이 아니라, 그 물을 자산으로 관리하지 못해 왔다는 데 있다. 토양과 숲에 머무는 보이지 않는 물만 제대로 붙잡아도, 우리는 거대한 저수지를 분산해 가진 것과 다름없다.
소양강댐에 물이 가득 차 있어도 우리 집 앞 도로의 열기는 식지 않고, 우리 뒷산의 산불을 막아주지도 못한다. 기후를 식히는 물은 멀리 모아둔 물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 머무는 물이다. 기후위기는 비가 부족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물을 자산으로 보지 않았던 선택의 결과다.
기후위기의 새로운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
보이지 않는 물이 머무는 자리에서,
폭염은 줄고, 산불은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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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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