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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평생 이런 송년회는 처음입니다

한길 문고, 목요일 글쓰기 모임 송년회 후 느낀 소회

등록 2025.12.20 13:43수정 2025.12.2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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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2월이 가고 있다. 며칠 남지 않은 한 해, 송년회 횟수가 잦다. 나는 직장인도 아니면서 몇 번을 송년회를 하고 있다. 내 삶은 마치 젊은 날 전성기와 다르지 않다. 이 나이에 전성기라니 내가 생각해도 참 생소하다. 글 쓴 시기가 6년 차지만 나는 아직도 문인이라는 말이 낯설다. 그렇다고 문인들이 주최하는 송년회에 모두 참여하는 건 아니다.

내가 무슨 유명 한 사람도 아닌데, 여기저기 얼굴 보이는 건 마음이 움직이질 않는다. 사람이 자기 자리를 알고 행동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나이 들어가면서 말을 조심하듯 몸이 가는 자리도 잘 가려야 한다.


그런데 목요반 글쓰기 송년 모임은 특별했다. 지금까지 내가 해 왔던 송년 모임과는 결이 달랐고 재미 있으며 의미도 달랐다.

주선하는 작가님의 기획 때문 일 것이다. 내 나이 80이 넘도록 처음 경험해 보는 송년 모임이다. 머리에 빨간 뿔 머리핀까지 꽂고, 분위기를 띄우는 마음 자세부터 달랐다.

나 젊을 때는 송년회라는 말을 듣기도 어려웠다. 살면서 송년회란 식당에 모여 밥이나 한 끼 먹으며 덕담이나 나누는 수준이었다. 우리의 젊은 날 어둡던 시대는 사라지고 지금은 완전히 질적으로 풍요롭고 다른 세상이다.

며칠 전부터 목요반 글쓰기 모임 창에 송년 모임 공지가 올라왔다. 선물 2만원 선 아래 챙겨 오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모두 기다리고 설레던 날이 어느 사이 어제가 되었다. 시간은 어김없이 잘도 가고 약속된 날이다.

연말이라서 분위기를 내려는 듯 평소에 자주 먹던 집밥이 아닌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이라는 곳에 모이라는 공지가 톡 방에 올라왔다. 나는 그곳이 어딘지 몰라 "반장님 , 나를 좀 데리고 가세요" 라고 말했다. 그 말에 작가님에게 답장 톡이 왔다.


"그 레스토랑, 선생님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에요." 하고 지리를 알려 준다. 아! 그렇구나. 그 말을 듣고 나는 놀랐다. 동네에 어떤 맛집이 있는지도 잘 모르고 살고 있었다. 먹는 일에 무심한지 아니면 젊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정보에 어두운지. 레스토랑은 젊은 사람과 아이들이 선호 하는 장소다. 우리처럼 나이든 사람들은 잘 가지 않는 곳.

노 부부만 사는 우리는 외식도 잘하지 않는다. 나이 든 사람들은 왜 그렇게 살고 있을까, 젊은 사람들처럼 외식도 하고 가끔 나들이도 하면서 문화 생활을 누려도 되련만, 남편은 오로지 집밥만 고집 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대로 살다가 생을 마칠 생각인가보다.


삶의 습관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레스토랑 안 풍경 크리스 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레스토랑 안 풍경
▲레스토랑 안 풍경 크리스 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레스토랑 안 풍경 이숙자

모임 장소인 레스토랑에 들어가니, 와!! 여긴 어딘가? 사람들이 꽤 많다. 왁자지껄,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거의 젊거나 중년의 주부들이다. 내부도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활기차다. 예약된 룸으로 들어가니 문우들이 다 모여있다. 음식이 나오기 시작하니 이건 뭐 신세계다. 내가 평소에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이 나온다. 모두 사진 찍기에 바쁘다. 음식들은 맛있었다. 내가 먹어본 음식보다 안 먹어 본 음식들이 많았다.

이름도 모르는 음식 한번도 먹어 보지 못한 음식
▲이름도 모르는 음식 한번도 먹어 보지 못한 음식 이숙자
이것도 모르는 리조또 나는 알지도 못하는 음식들이 나온다. 무슨 리조또라 하는데 오징어 먹물로 만든 밥이다. 맛있었다.
▲이것도 모르는 리조또 나는 알지도 못하는 음식들이 나온다. 무슨 리조또라 하는데 오징어 먹물로 만든 밥이다. 맛있었다. 이숙자

이건 음식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정말 이런 음식들이 있었단 말인가, 나는 80 넘게 살아오면서 밥만 먹었단 말인가.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서도 마음 안에서 알 수 없는 서글픔이 밀려온다. 먹는 것조차 이리 몰랐는데 내가 모르는 다른 세상은 또 무엇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

모인 사람은 모두 11명, 사람 숫자대로 음식을 주문하고 우리는 여러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일단 맛있고 새로운 음식을 먹고 나니 배부르고 행복했다. 이 많은 음식들을 나누어 먹고서 각자 식비는 18,400원. 가성비도 좋았다. 혼자라면 이런 맛을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다음 코스는 각자 가지고 온 선물을 식탁 탁자에 올려놓고 뽑기를 하는 순서다. 뽑기도 특별한 이벤트였다. 작가님은 어떻게 이런 걸 고안했을까. 복권을 긁는 형식으로 한 장씩 뽑아 긁었다. 상품 이름이 나오면 환호성이 터진다. 온통 젊은 에너지가 넘쳐난다. 환호와 박수 소리가 홀 안을 가득 채운다.

사람 수 대로 복권을 긁어 선물 이름이 나온다. 복권 이름에 나오는 선물 가져가기
▲사람 수 대로 복권을 긁어 선물 이름이 나온다. 복권 이름에 나오는 선물 가져가기 이숙자
뽑기를 해서 긁으면 선물 이름이 나온다. 내가 뽑은 선물 복권, 하얀 양말 2컬레 와 꽃 차, 얼굴에 바르는 크림
▲뽑기를 해서 긁으면 선물 이름이 나온다. 내가 뽑은 선물 복권, 하얀 양말 2컬레 와 꽃 차, 얼굴에 바르는 크림 이숙자
문우들이 챙겨온 선물들 각자 챙겨온 선물들을 나누어 가지는 형식
▲문우들이 챙겨온 선물들 각자 챙겨온 선물들을 나누어 가지는 형식 이숙자
기획자의 사슴 뿔 핀 빨간 사슴 뿔이 송년 모임 분위기를 살려 준다
▲기획자의 사슴 뿔 핀 빨간 사슴 뿔이 송년 모임 분위기를 살려 준다 이숙자

사람은 혼자는 살 수 없다. 정서와 추구하는 지향점이 같은 사람이 모이면 이토록 에너지가 모인다. 각자가 목요일 글 쓰면서 느낀 소감과 내년도 다짐들을 말하고 서로 응원했다.

남편과 함께 먹어 보지 못한 음식들을 먹어 보리라 하고 혼자 마음으로 다짐한다. 삶은 내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걸어 갈 것이다. 송년 모임 한 번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날이다.

가수 못지않은 형순 선생님의 노래를 듣는 순간도 즐거웠다. 모두들 거침없이 말들을 잘한다.

지금까지 여러 송년 모임을 해 왔다. 그러나 글쓰기 목요반 송년 모임은 색다른 모임이었다. 아마도 내년에도 이어서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침묵 속에 한 송이 꽃을 피워내듯이... 내 마음안에 그렇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한해가 가고 있습니다. 여러 송년회를 하면서 특별한 날 그 느낌을 글로 쓰고
달라지고 싶은 마음의 다짐.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송년 #모임 #음식 #레스터랑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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