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엔 저와 개 뿐이에요" 고요한 겨울 아침, 시골의 풍경

겨울 골짜기는 고요하다

등록 2025.12.21 13:29수정 2025.12.2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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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아침, 체육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겁다. 침대를 벗어난 몸이 움츠러들기 때문이다. 습관처럼 차를 몰고 체육관으로 향하는 이유는 운동 후의 후련함을 포기할 수 없어서다. 아침나절 동네는 고요하다. 오가는 사람도 없고, 시끄럽던 새들도 흔적이 없다. 동네를 지키는 개들이 가끔 짖어 줄 뿐이다. 서둘러 체육관으로 향하는 큰길엔 도심에서 온 차량들이 가득이다. 직장을 찾아 서두르는 모습이다. 바쁜 사람들 틈에 끼어 도착한 체육관이 있는 문화센터는 분주했다.

이웃들이 모여 운동을 하고, 이것저것 배우기 위함이다. 주차장에 차량이 가득하고, 전동스쿠터도 늘어서 있다. 주차공간을 많이 확보하고 있어도 차량이 붐빈다.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차량을 이용하고, 공공 근로를 위해 오신 어르신들은 전동스쿠터나 유모차를 이용하신다. 사람들이 모인 문화센터의 풍경이다.


운동하는 이웃들은 대개 아는 얼굴이다. 이웃에 살고 식당을 운영하며,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하는 새로운 이웃을 만났다. 인사를 하고 운동을 하는 중, 이웃들과 나누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자연스러운 체육관 풍경이다. 운동을 하러 나오는 이유는 우선 운동이지만, 말을 하고 싶어 오고 있단다. 동네에는 말할 사람이 없다 한다. 다른 이웃이 얼른 수긍하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요즈음의 시골 풍경이다.

겨울임을 알려주는 시골풍경 눈이 내린 골짜기는 아름답다. 보기엔 아름답지만 살아내기는 힘들다. 혹독한 추위가 기다리고 있어서다. 사람의 흔적이 없는 골짜기의 삶, 언제까지 살아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고희의 청춘이다.
▲겨울임을 알려주는 시골풍경 눈이 내린 골짜기는 아름답다. 보기엔 아름답지만 살아내기는 힘들다. 혹독한 추위가 기다리고 있어서다. 사람의 흔적이 없는 골짜기의 삶, 언제까지 살아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고희의 청춘이다. 박희종

골짜기의 겨울은 고요하다

시골에 말할 사람이 없다는 말, 언뜻 살고 있는 골짜기 풍경이다. 봄부터 사람이 북적이던 동네다. 도랑을 따라 길게 형성된 작은 마을, 시골에 살고 싶어 이주해 온 이웃들이다. 정원을 손질하고 길가에 꽃을 심으며 살아간다. 달맞이꽃을 심고, 메리골드를 보며 골짜기의 삶을 즐기며 산다. 길을 따라 조성된 꽃길을 따라 동네를 구경 오는 것이다. 꽃을 보고 동네구경을 하는 사람들, 봄부터 사람들의 발길을 끊기지 않는 이유다.

아름다운 단풍이 지면서 초겨울이 찾아왔다. 산새들도 자취를 감추었고, 밤새 울어대던 고라니도 흔적이 없다. 모두들 어디서 살고 있을까 궁금하다. 저녁이면 운전이 조심스러울 정도로 많던 길고양이도 종적을 감추었다. 동네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없고, 골짜기 주인들도 발길이 뜸해진 동네다.

애완동물과 산책하는 사람들도, 동네구경 오는 사람들도 없다. 유리창이나 방충망 수리하는 이동수리차량도 소식이 없다. 고물을 찾아 나섰던 차량도 끊기었고, 소독을 하던 차량도 멈춘 동네다. 가끔 오가는 것은 택배차량 뿐이고, 집배원이 타고 온 오토바이 소리만이 고요함을 깨운다. 겨울 골짜기는 한없이 고요하다.


어르신들의 발, 전동스쿠터 시골 어르신들의 발인 전동 스쿠터들이 늘어서 있다. 아침부터 공공근로를 하려는 노인들이 타고온 모습이다. 이런 곳에서나 이웃과 말을 건넬 수 있는 시골의 겨울은 고요하다. 대부분이 노인들만 살아가는 시골의 현실이다.
▲어르신들의 발, 전동스쿠터 시골 어르신들의 발인 전동 스쿠터들이 늘어서 있다. 아침부터 공공근로를 하려는 노인들이 타고온 모습이다. 이런 곳에서나 이웃과 말을 건넬 수 있는 시골의 겨울은 고요하다. 대부분이 노인들만 살아가는 시골의 현실이다. 박희종

골짜기의 삶을 망설인다

아침, 저녁 스쿨버스가 오고 가지만, 몇 명의 아이들만이 타고 있다. 썰렁함을 안은 버스가 무심하게 지나간다. 두 명의 초등학생은 동네의 보물이다. 골짜기엔 젊은이들 보단 어르신들이 많아서다. 노부부 아니면 한 사람이 살아간다. 대처로 나간 젊은이들은 명절 때나 오고 간다. 대부분 농사일을 하는 골짜기지만 농사일을 하는 젊은이들은 없다.


대부분 어르신들이 농사를 지으며 동네를 지킨다. 농기계가 일을 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다. 몇 해 전 앞산, 수종갱신을 위해 나무들이 베어졌다. 그 후에 심어진 자낙나무 사이의 풀을 제거하는 작업, 예초기를 메고 풀을 깎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수십 명이 한국인 인솔자 책임 하에 작업을 한다. 봄철에 밭 일 하는 인력도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서둘러 운동을 마치고 동네로 들어온다. 오가는 사람도 드물고 가끔 차량만 보인다. 늦은 아침의 골짜기는 아직도 고요하다. 가끔 개들만이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골짜기엔 도랑물 소리도 쇠잔해졌다. 고요함을 뚫고 들어선 골목에서 한 이웃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하자 건네는 말, 동네엔 본인과 개뿐이란다. 이웃과 개가 동네를 지킨다는 말이 실감 나는 골짜기다.

골짜기의 겨울 삶을 살아내긴 쉽지 않다. 억센 추위도 견뎌야 하고, 무더움도 이겨내야 한다. 아직은 골짜기에서 버티고 있는 사람, 세월 따라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병원이 가까워야 하고, 삶이 편안해야 한다. 햇살이 좋고 초록이 좋아 머물지만, 쓸쓸한 겨울 풍경은 몸을 움츠리게 한다. 초저녁이면 불이 꺼지고, 가로등만이 빛을 내고 있다. 시골살이를 망설이게 하는 고희의 청춘이다. 여기에서 더 살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쓸쓸한 겨울풍경이 골짜기의 삶을 망설이게 하는 아침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골짜기 #시골 #겨울 #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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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무렵의 늙어가는 청춘, 준비없는 은퇴 후에 전원에서 취미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가끔 색소폰연주와 수채화를 그리며 다양한 운동으로 몸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세월따라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아직 청춘이고 싶어 '늙어가는 청춘'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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