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300억 톤 선물 쏟아지는데... 우리는 어떻게 관리했나

[물이란 무엇인가 ⑤] 토양수, 식생수, 지하수... 잊혀진 물자산의 가치

등록 2025.12.22 10:21수정 2025.12.2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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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자산’에 비유해 표현한 개념도. 물은 하천을 따라 빠르게 흘러 바다로 사라지기도 하고, 토양과 숲에 머물며 기후를 식히기도 한다. 지하수는 오랜 시간 쌓인 저축된 자산이지만, 관정을 통해 퍼 올리면 다시 채우기 어려운 자원이 된다. 문제는 물의 양이 아니라, 어디에 얼마나 오래 머무르게 하느냐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자산’에 비유해 표현한 개념도. 물은 하천을 따라 빠르게 흘러 바다로 사라지기도 하고, 토양과 숲에 머물며 기후를 식히기도 한다. 지하수는 오랜 시간 쌓인 저축된 자산이지만, 관정을 통해 퍼 올리면 다시 채우기 어려운 자원이 된다. 문제는 물의 양이 아니라, 어디에 얼마나 오래 머무르게 하느냐다. 한무영 (AI 기반 개념 일러스트)

대한민국은 정말 물이 부족한 나라일까. 가뭄이 들 때마다 우리는 그렇게 말해 왔다. 그러나 숫자를 보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약 1300mm다. 이를 국토 면적 약 10만 km²에 적용하면 매년 하늘에서 내려오는 물의 양은 약 1300억 톤에 이른다.

이 물은 우리가 노력해서 번 것이 아니다. 하늘이 조건 없이 준 자연의 선물이다. 문제는 양이 아니라, 그 물을 자산으로 관리했느냐에 있다. 대한민국은 매년 막대한 물을 받지만, 이를 자산으로 관리하지 못해 왔다.

흐르는 물만 세고, 머무는 물은 잊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관리해 온 물은 대부분 눈에 보이는 물이었다. 하천에 흐르는 물, 댐에 모인 물, 수도관을 통해 공급되는 물이다. 그러나 이 물들은 공통점이 있다. 흐른다는 점이다. 하천은 계속 들어오고, 계속 나간다. 단면적에 길이를 곱해 순간적인 양을 계산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잠깐 스쳐 가는 잔고에 불과하다. 하천은 통장이 아니라, 현금 흐름에 가깝다.

반면 기후를 조절하고 가뭄과 폭염을 완충하는 물은 따로 있다. 토양에 스며든 물, 숲과 식생이 품고 있는 물, 그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지하수다. 이 물들은 흐르지 않는다. 머문다. 그리고 우리가 놓쳐 온 물자산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지하수는 특별하다. 수년, 수십 년, 때로는 수백 년에 걸쳐 천천히 쌓인 물이다. 우리는 지하수가 정확히 얼마나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지하수 수위가 계속 내려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하수 수위가 내려간다는 것은 그만큼의 물이 다시 채워지지 못하고 바다로 흘러간다는 뜻이다. 한 번 빠져나간 지하수는 단기간에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지하수는 매년 쓰는 수입이 아니라, 선조들이 오랜 시간 채워 놓은 유산과 같다. 지금 세대가 쉽게 써버리면, 후손이 다시 채우기까지 수십 년이 걸린다. 지하수 고갈은 단순한 물 부족이 아니라, 세대 간 자산을 소진하는 선택이다.


토양과 숲은 보이지 않는 분산형 저수지다

토양수와 식생수는 정확한 총량을 숫자로 말하기 어렵다. 토양 깊이와 성질, 식생 상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토양과 숲은 국토 전체에 깔린 분산형 저수지다. 이 물이 있을 때 비는 곧바로 흘러가지 않고 머문다. 머무는 동안 물은 증발과 증산을 통해 열을 흡수하고, 땅과 공기를 식힌다.


토양과 숲에 머문 물은 단순히 증발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수증기가 되어 다시 이슬이나 안개, 때로는 국지적인 비로 돌아온다. 강으로 흘러가지 않아도 이 물은 땅과 숲을 적시며 폭염을 완화하고 산불을 막는다. 장부에는 잡히지 않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물자산인 것이다.

핵심은 비뿐 아니라 이슬과 안개까지 포함해 하늘에서 내려온 물이 얼마나 오래 땅과 숲에 머무르느냐에 있다.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그러나 바닷물은 그대로 쓸 수 없다. 담수화에는 막대한 에너지와 비용이 필요하고, 또 다른 기후 부담을 만든다. 해수는 '물이 있다'는 위안을 줄 수 있을 뿐, 기후를 완충하는 물자산은 아니다.

대한민국은 물이 부족한 나라가 아니다. 매년 막대한 물이 주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흐르는 물만 보고, 머무는 물은 관리하지 않았다. 하천 유량은 관리했지만, 토양과 숲의 수분은 방치했다. 눈에 보이는 물만 세고, 보이지 않는 물은 자산 목록에서 제외했다. 기후위기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비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물을 자산으로 다루지 않은 선택의 결과다.

기후위기 시대의 물 문제는 더 많은 물을 끌어오는 것이 아니다. 이미 주어진 물을 어떻게 머물게 할 것인가의 문제다. 다음 편에서는 이 물자산을 다시 순환시키기 위한 새로운 물관리 패러다임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에서 말한 물자산은 정확한 숫자로 환산하기 어렵다. 하천수는 흐름이고, 지하수는 총량을 알 수 없으며, 토양수와 식생수는 분산되어 있다. 그러나 계산할 수 없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 지하수 수위 저하, 마른 토양, 잦아진 폭염과 산불은 이미 그 손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 국민 전체가 사용하는 생활용수는 1인당 하루 약 300리터를 기준으로 해도 연간 약 50억 톤 수준이다. 이는 매년 하늘에서 내려오는 물의 일부에 불과하다.

물이 부족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물이 어디에 머무르고 어디로 사라지는지를 관리하지 못한 결과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우리는 물이 얼마나 있는지는 몰라도, 물을 얼마나 잃어왔는지는 분명히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손실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물부족국가 #물자산관리 #물의소순환 #토양수 #보이지않는물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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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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