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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영화'의 저력을 알려주는 평론집

김상목 평론가의 <경계의 영화>가 갖는 의미

등록 2026.02.03 17:07수정 2026.02.0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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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라는 이름으로 지칭되는 한국영화에서, 충무로 밖에서의 창작이 두드러진 지역을 꼽는다면 대구가 비중있게 거론된다. 대학에 영화전공 학과나 대규모 국제영화제 또는 영상위원회가 존재하지 않는 여건에서도 젊은 창작자들의 의욕 있게 꾸준한 창작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역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때 '대구 영화'는 꽤 많은 주목을 받으며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인 2025년 한국단편상 대상이 대구 김선빈 감독 <월드 프리미어>였다. 서울독립영화제 대상도 대구 감정원 감독 <별과 모래>였다. 지난해 7월 개봉해 영평상 감독상, 춘사영화상 및 제협상 신인감독상을 받은 장병기 감독 <여름이 지나가면>도 대구 영화다. 감독의 본거지가 대구다.


'대구 영화'라는 이름은 경북지역까지 아우르고 있는데, 지금도 여러 영화가 창작되고 있고 매해 대구단편영화제에서 별도로 모아 상영하고 있다. 지난해처럼 주목받는 성과를 내는 경우도 많아 그 저력에 관한 관심이 차츰 커지고 있기도 하다.

김상목 평론가가 쓴 <경계의 영화>(2025년 9월 출간)는 이런 대구 영화의 저력을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평론집으로는 특별하게 102편의 영화가 모두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거나 대구와 주변 경북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만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목 평론집 <경계의 영화> 표지
김상목 평론집 <경계의 영화> 표지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

감정원 감독의 전작 <희수>나 최창환 감독 <여섯 개의 방> 등 주로 대구 감독의 작품에 방점을 두고 있기는 해도, 대구나 경북을 배경으로 창작된 작품도 대구 영화의 범주 안에서 비평하고 있다.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 소성리를 배경으로 하는 박배일 감독 <소성리>, 경북 시골이 고향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순악 할머니를 다른 박문칠 감독 <보드랍게>, 신동일 감독 <문경> 등이다.

대구 영화를 보듬는 평론

'대구 영화'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는 깊은 애정이 자리하고 있다. 아쉬움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보다는 보듬듯 끌어안으려는 마음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4년 부산영화제 수상작이기도 한 <수연의 선율>에 대해 저지는 "최종룡 감독처럼 로컬에 대한 관심과 방점을 놓지 않는 이들이 제법 존재한다"며 이렇게 평가한다.


대구 독립영화라는 이미지가 대중화되면서 개별화돼 있던 창작자의 고민도 새롭게 바뀌고 한데 모이는 지점을 포착하는 게 흥미로운 요즘, 그런 고심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복선으로 구현된 영화는 친절한 해설 대신에 뚝뚝 끊어지고 생략되는 단절과 도약이 다소 모호하게 보일 구석도 있지만, 불행을 극단화해 전시하는 상투적 방법론을 과감히 벗어난 덕분에 영화가 끝나고 나면 수연과 선율의 미래를 염려하고 행운을 기원하는 마음을 각자 가슴 한구석에 물방울처럼 간직하게 될 테다.

기존 대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영화적 흐름과는 다르게 특별한 장르영화를 시도하는 감독에 대해 격려하고 고무하는 모습에서는 어떤 기대를 담고 있기도 하다.

대구지역 독립영화는 흔히 사회현실에 대한 시선이 특징인 것처럼 간주되어 왔다. 과거의 독립영화들처럼 강렬한 정치의식을 표출하는 것과는 다소 차이 나는 현실의 단면에 관한 관찰과 세밀한 표현에 주목한 일군의 작품들이 분명 존재하고 현재도 만들어지고 있지만 개별 창작자의 지향에 따라 다채로운 경향은 이미 탄생했고, 조금씩 확장되는 중이다. 그중 지역에서는 희귀한 공포 장르에 꾸준히 정진해온 김규태 감독 <천국의 문>은 사회현실에 대한 장르 문법을 결합하려는 시도의 선봉에 서있는 작업이다.

의성으로 귀농해 영상과 책을 만들고 있는 김은영·황영 감독에 대해서는 근거지를 구축한 동네 이야기와 풍경을 기록하고 재현하는 목표를 수행해나가는 것에 지지를 보내기도 하고, 박문칠 감독의 <퀴어 053>에 대해서는 전국적인 상황을 취재하진 않았음에도 대구지역 상황만으로 전국의제를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면서 영화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2025년 12월 대구 오오극장에서 장병기 감독과 독자와의 대화 행사를 갖고 있는 김상목 평론가가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년 12월 대구 오오극장에서 장병기 감독과 독자와의 대화 행사를 갖고 있는 김상목 평론가가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구오오극장 제공

'실력 있으면 서울 올라갔겠지?' 시선 자체가 편향적

지역영화는 장편보다는 주로 단편이 주를 이룬다. 일반적으로 비평이 장편영화에 집중되는 면이 많다면, 김상목 평론가는 단편영화에도 깊은 관심을 나타낸다. 특히 연작으로 여러 작품을 내놓는 감독들에 대해서는 모든 작품을 일일이 보고 비교 분석해 작품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때론 작품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부각시키며 다독이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사적 다큐멘터리라 분류되는 2010년대 이후 한국 다큐멘터리의 주류가 된 경향이 보이는 치명적 맹점을 극복하는 모범적 예시격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한 숱한 작업이 가족이나 심지어 자신까지 카메라 앞에 전시대상으로 소모하거나, 또는 단순한 브이로그와 차별화가 모호해지고 만 한계를 본 작품은 가볍게 돌파해 버렸다. ('장윤미 감독의 가족 관찰 연대기 3부작' 중)

지역에서는 기이할 만큼 다큐멘터리 작업이 상대적으로 희소한 게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등장한 다큐멘터리 신작이란 점에서 <버티는 밤>이 노출하는 투박함이나 일부 한계는 기대감에 비하면 흘려보내도 좋은 수준이다. (이다운 감독 단편 다큐멘터리 <버티는 밤> 중)

단순한 평론을 넘어 작품의 내용과 비교해 볼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문적인 고민도 깃들어 있다. 아울러 지역영화에 대한 고민도 담고 있다. 조이예환 감독의 단편 다큐멘터리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우리가 사랑하는 방법>에서 서울 편중과 지역 소외가 미치는 파괴적 영향력에 대해 이런 우려를 보낸다.

'지방은 식민지'라는 담론이 21세기 초입에 일찌감치 나올 만큼 심각해진 수도권 편중현상은 이제 지방소멸 혹은 지역공동화를 치닫는다는 우려가 표면화되었지만 개선될 여지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중략)... 실력이 있으면 서울에 올라갔겠지? 하는 시선 자체가 편향적이라는 인식을 느끼지 못할 만큼 우리 스스로가 지역 소외와 격차를 당연시하는 실정에서 노력은 무력해진다.

또한 정부의 지역영화정책에 대해서도 비평을 통해 자기 목소리를 전하기도 한다. 지난해 <월드 프리미어>로 주목받은 김선빈 감독의 전작 3편을 평가하면서 '김선빈 감독이 꾸준히 영화 작업을 이어가며 지역에서 살아간다면 그 자체가 지역영화지원정책 성과를 확인하는 척도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복합적인 생각을 전하고 있다.

대구 영화 창작에 자양분 역할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질문하고 있는 김상목 평론가.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질문하고 있는 김상목 평론가. 부산영화제 제공

1980년대 한국영화에 낮은 수준에 실망한 젊은 청년들은 외국문화원을 다니거나 대학에서 영화 동아리를 만들며 새로운 영화를 추구했다. 여기서 창작은 중요했다. 기존 상업영화와는 다른 시선의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한편으로 이런 영화들이 나올 때마다 한쪽에서는 꾸준한 비평이 나왔다.

국내영화제나 평론계에서 활동하는 영화인들이 학생 시절 비평도 소홀하지 않았는데, 비록 공식적인 매체가 아닌 자발적으로 묶은 소식지 등을 통해 나왔으나 영화 창작과 이어지는 비평은 한 묶음이 되어 한국영화가 성장하는 데 밑거름 역할을 했다.

김상목 평론가의 비평도 이런 역할이다. 지역에서 창작돼 영화제 등에서 상영되고 별다른 관심을 못 받는 작품이 많은데 김상목의 애정 어린 비평은 창작을 위한 새로운 동기와 점검을 제공한다. 대구뿐만이 아닌 대부분의 감독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외부의 시선을 궁금해한다. 누군가 나의 영화를 관심있게 보고 있다는 사실에 창작자는 동력을 얻게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김상목 평론가의 비평은 대구 영화의 성장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 지역영화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때 대구 평론가가 쓴 대구 영화에 대한 집중적인 비평은 대구 영화가 갖는 저력의 비밀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지역영화를 바라보는 애정어린 시선을 비평에 담으면서, 대구 영화 성장에 자양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은 평론의 중요성을 전달해 준다.

저자는 '평론가'란 이름보다는 '영화 안내자'로 자신의 위치를 규정하고 싶어 하나, 지역영화 전문비평집을 발간하는 새로운 전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경계의 영화>은 단순한 평론집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금껏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한 영화만을 집중적으로 평론한 책은 드물었기에, 이 책은 혼신의 힘을 다해 쓴 대구 영화에 대한 연서와도 같은 느낌이다. 2019년부터 쓰기 시작한 비평의 1차적인 성과물이면서, 대구 영화의 또 다른 성과이기도 하다.

저자 김상목 평론가는 대구에 살고 있다. 노동조합 상급단체에서 활동하기도 했고,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를 역임했으며, <오마이뉴스>에도 새로 나온 독립영화에 대한 촘촘한 리뷰를 꾸준히 쓰고 있다. '국내 영화제 등을 다니며 독립영화를 꽤 많이 찾아보는 매우 성실한 비평가'로 인정받고 있다. 독립영화에 대한 열정은 책의 두툼한 분량과 비례한다.

경계의 영화 - 대구영화라는 낯선 풍경

김상목 (지은이),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 2025


#김상목 #경계의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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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저널리스트.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영화 정책 등의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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