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서울역에서 열린 철도노조의 총파업 긴급 기자회견 모습
철도노조
오는 23일 오전 9시, 전국 철도가 멈춰 섭니다. 시민들의 불편이 예상됩니다. 출근길, 등굣길이 걱정되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또 파업이야?"라며 노조를 탓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하지만 이번 파업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비난의 화살이 철도노동자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기획재정부, 바로 기재부의 '갑질'과 '배신'이 이번 사태의 주범이라고 꼬집습니다.
잉크도 마르기 전에 뒤집힌 약속
철도노조는 이미 지난 12월 10일 파업을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파업 직전, 극적으로 파업을 유보했습니다. 정부와 사측이 철도노조의 핵심 요구인 '성과급 정상화'를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약속을 믿은 노조는 현장으로 복귀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열흘도 지나지 않아 기재부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말이 나옵니다. 합의 당시에는 '성과급 지급 기준을 정상화(기본급 100%)하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예산과 절차상 문제로 "90%만 주겠다"며 말을 바꿨다는 것입니다. 노조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맞아도 아주 세게 맞은 격입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부가 노사합의로 약속한 사안을 이렇게 손쉽게 뒤집는 것은 노동자에 대한 기만"이라며 "민간에서조차 하지 않을 일을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15년의 족쇄, "왜 철도만 차별합니까?"
도대체 '성과급 정상화'가 뭐길래 이 난리일까요? 이야기는 15년 전인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을 밀어붙였습니다. 철도노조는 2009년 사측의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와 탄압에 맞서 싸우느라, 정부 지침을 다른 기관보다 1년 늦게 수용했습니다.
늦게 했으니 페널티를 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기간입니다. 다른 공공기관들은 1년 늦게 지침을 이행해도 딱 1년만 불이익을 받고 끝났습니다. 그런데 유독 철도공사(코레일)만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페널티를 적용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남들은 기본급의 100%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받는데, 철도노동자들은 15년째 80~90% 수준으로 삭감된 기준을 적용받습니다. 이를 두고 정책 이행 독려를 넘어선 특정 노조에 대한 표적 탄압이자, 지독한 차별이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철도노조가 "우리가 요구하는 건 돈 더 달라는 게 아니라, 남들처럼만 해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하는 이유입니다.
사측도 "노조 말이 맞다"... 기이한 풍경
이번 파업 국면에서 가장 눈여겨볼 지점은 코레일 경영진의 태도입니다. 보통 파업이 예고되면 사측은 "불법 파업 엄단"을 외치기 바쁩니다. 그런데 이번엔 분위기가 다릅니다. 코레일 경영진은 이례적으로 호소문을 내고 "15년간의 해묵은 과제인 성과급 정상화가 절실하다"며 노조의 주장에 사실상 동조했습니다.
오죽하면 사장단이 "성과급 지급 기준 정상화 문제로 인해 수년째 노사 갈등이 반복되고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없다"고 토로하겠습니까. 노사가 싸우는 게 아닙니다. 노사가 한목소리로 "기재부, 제발 약속 좀 지켜라"라고 외치고 있는 형국입니다.
기재부의 칼춤, 멈춰 세워야 합니다
강철 철도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노·사 갈등을 중재하기는커녕 부추기고 있다"며 "약속을 어긴 정부를 어떻게 신뢰하겠냐"고 성토했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국토부 연구용역 결과도, 국회의 중재도, 노사의 합의도 기재부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예산권을 쥐고 흔드는 기재부의 오만이 극에 달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오는 23일, 멈춰 선 열차를 보며 불편함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책임은 묵묵히 일해온 철도노동자가 아니라, 15년간 그들을 차별하고 대국민 약속마저 헌신짝처럼 버린 기재부에 있다는 지적에 힘이 실립니다.
기재부의 약속 파기가 결국 노조를 다시 파업으로 내몰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습니다. 23일 멈춰 서는 것은 열차뿐만이 아닙니다. 기재부를 향한 국민의 신뢰도 함께 멈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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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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