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고독사, 남일 같지 않았다

고립된 이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연말

등록 2025.12.23 11:40수정 2025.12.2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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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내가 사는 아파트 인근 골목길에서 차를 몰고 조심스럽게 지나치다가 목격한 장면이다. 골목 한쪽에 경찰차가 멈춰서 있고, 경찰들이 바삐 움직이는 것이 보여 무슨 일인가 싶었다. 어느 주택 뒤쪽 작은 쪽대문으로 경찰들이 들어가고, 쪽대문 앞쪽에는 폴리스라인이 처져 있었다. 무슨 사고가 일어났나 하는 궁금증에 쪽대문 안쪽을 잠시 살펴봤다. 골목에서 바로 들어가게 되어 있는 쪽대문은 정문과는 별개로 설치되어 있었다. 쪽대문을 통해 가정집 뒤쪽으로 쭉 들어간 끝 부분에 집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었다. 아무래도 구석지게 붙어있는 문안에서 무슨 일이 발생한 것 같았다.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며칠 후 다시 그 골목을 지나치면서 보니 이번에는 쪽대문 앞에 가재도구들이 무더기로 나와 있었다. 이삿짐 같지는 않고 각종 잡동사니를 아무렇게나 끄집어내 놓은 것으로 봐서는 폐기 처분하려는 듯했다. 구석진 방에 살던 사람에게 뭔가 변고가 생긴 게 분명해 보였다. 마침 골목에 한 주민이 나와 있어서 그 집에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물어봤다.

"이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며칠 전에 경찰도 보이던데요."
"그 집 뒤쪽 구석진 셋방에 혼자 살던 사람이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나이 지긋한 남자가 살았는데 한동안 안 보이더니 죽었다네요. 죽은 지 며칠 지나서 발견되었데요."
"아, 그래요. 혼자 사시다가 그렇게 되었군요. 무슨 사건이 일어난 줄 알았는데, 안타깝네요. 가족과도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았나 보네요."

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마음이 착잡했다.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혼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한 슬픈 현실이 더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 지금도 그 쪽대문을 지나칠 때마다 쓸쓸하게 최후를 맞은 그분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를 떠올리게 된다. 뉴스로만 간간이 보던 고독사가 가까운 곳에서 일어났다니 남일 같지만은 않다. 내 주변에도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가족 때문에 속앓이하는 친척이나 지인이 있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면서 이들의 마음고생도 더욱 깊어지는 듯하다.

 타지에서 외롭게 돌아가신 친척 형님이 어릴 때 살았던 지금의 고향 마을 모습이다.
타지에서 외롭게 돌아가신 친척 형님이 어릴 때 살았던 지금의 고향 마을 모습이다. 곽규현

연락이 끊긴 가족 중에는 이미 고독사로 고인이 된 사람도 있다. 어릴 때 고향에서 가끔 보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고 점점 기억에서도 잊혔던 분이다. 외롭게 떠돌면서 살다 간 친척 형님이 마음을 쓰리게 한다.

여전히 오랫동안 가족 간의 유대나 연락이 단절된 채 사는 사람도 있다. 지인 중에는 형제나 자식과 연락이 닿지 않아 애를 태우며 사는 사람이 있어 안타깝다. 간간이 연락하며 지내던 형이 점점 소식이 뜸해지더니 아예 연락이 안 된다는 지인, 아들이 독립해서 살겠다고 집을 나갔는데, 어느 시점부터 연락이 끊겼다는 또 다른 지인. 어느새 40대가 된 아들을 찾아 수소문을 하고 갈만한 데를 찾아 나섰지만 번번이 허탕을 쳤다고 한다.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시기

지인들의 형이나 아들이 모두 성인일 때, 집을 떠나 가족들의 연락처나 거주지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것은 나름대로 그들만의 사정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찾아 집을 떠났다가 뜻대로 되지 않아 어려운 사정에 처해 있을 수도 있다. 차마 가족들에게 연락하지 못한 채 세월이 흐르고 점점 멀어지게 되어, 혼자서 고립되는 생활에 빠졌을 수도 있다. 가족들이 백방으로 찾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 같다. 경찰에게 주소지를 찾아 달라고 해도 집 나간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함부로 알려주지도 않는다고 한다.


주변과 소통하지 않고 고립되어 몸과 마음의 병이 깊어지면 삶이 위험해진다. 가족이나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삶의 끈을 놓게 되면 쓸쓸한 최후를 맞게 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도 고독사 발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고독사 사망자 수는 3924명으로 전년 대비 263명이 늘었다고 한다. 1인 가구의 증가, 대면 관계와 공동체 의식의 약화 등이 고독사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대와 소통이 절실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해가 마무리되고 있는 연말이다. 가족과 떨어져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소외된 1인 가구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특히 장기간 가족들과 연락이 단절된 채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이웃에게 온정이 닿았으면 한다. 행정 복지기관에서도 삶이 위태로운 1인 가구가 주변의 무관심 속에 죽음으로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길 바란다. 삶이 어렵고 힘들수록 서로 돕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다름 아닌 가족이다. 멀어진 가족 간의 연락과 소통이 원만하게 이루어져 사랑이 넘치는 행복한 연말이길 소망한다.

 소외된 이들을 향한 관심이 필요한 연말.
소외된 이들을 향한 관심이 필요한 연말. youssefnaddam on Unsplash

#고독사 #가족 #가족소통 #관심과배려 #따뜻한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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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삶과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가끔 글로 표현합니다. 작은 관심과 배려가 살맛나는 따뜻한 세상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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