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평등 물어가는 범청년행동'이 12·3 내란 1년째를 맞아 22일 서울 서대문구 계절의목소리에서 '청년세대 정치 이탈과 광장 담론의 이면' 연구 토론회를 열었다. 순서대로 사회를 맡은 김선기 국립부경대 HK연구교수, 발제를 맡은 김지선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집행위원과 권하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박사수료생, 오프라인 토론에 나선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소속 김태환씨 등의 모습.
공익저널 차종관
이어 구체적인 분석 결과를 발표한 권하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박사수료생은 청년들이 느끼는 일상과 정치의 괴리를 날카롭게 짚어냈다. 연구팀이 만난 청년들에게 12·3 내란과 탄핵 정국은 자신의 삶과 동떨어진 바깥세상의 일이었다. 오히려 그들은 정치가 초래한 경제적 변동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계엄 발표가 되었을 때, 동료 직원들이랑 술을 한 잔 하고 있었어요. 그 당시 한 사람이 '비트코인이 엄청 떨어졌으니 지금 구매를 해야 된다'라고 말했어요." (연구팀이 만난 청년 A)
"(계엄은) 사실 나의 실생활까지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근데 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게, 환율이 한 번 확 튀었잖아요." (연구팀이 만난 청년 B)
권하늬 박사수료생은 "청년들에게 정치는 나의 삶을 지켜주는 울타리가 아니라, 환율과 코인 가격을 요동치게 만드는 위험에 가까웠다"라고 분석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화의 실종이었다. 청년들은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는 순간 발생할 갈등을 극도로 경계했다. 연구팀이 만난 한 청년은 "(탄핵 가결된 날 단체 카톡방에서) 나는 아무 말이 없었다. 굳이 얘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정치 얘기는 괜히 하면 사이가 이상해질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안 했다"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청년은 "폭동이 일어난 걸 봤을 때, 이 사람들은 대화가 되려나 싶었다. 대화 자체가 안 되고 각자의 이득만 취하려고 하다 보니, 과연 평화로운 조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라며 극단화된 정치 환경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했다.
무관심 아닌 망설임
권하늬 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을 단순한 정치 혐오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청년들의 이러한 태도를 '망설임의 윤리'라고 명명했다. 그는 "정치적 양극화라는 현실 속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을 망설이며, 선택을 보류하거나 제3의 선택지를 모색하며 정치적 이탈 상태로 가는 성찰적 맥락"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즉각적인 판단과 결단의 속도에 맞서 비평과 토론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행위로써 '망설임의 의의'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이 만난 청년들의 내면에는 광장에 나가지 못한 것에 대한 부채감이 존재했다. 연구팀이 만난 한 청년은 "본인의 생각을 피력하고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시간과 돈을 들여서 해 주시는 거니까, 저는 부채감이 있긴 한 것 같아요"라고 인터뷰에서 답했다고 한다.
"너는 이재명이야?" 꼬리표 붙기가 두려운 청년들
이어진 토론에서는 현장을 경험한 활동가들의 고민이 쏟아졌다. 정서원 부산청년들 대표는 청년들이 자기 생각을 가지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어떤 문제를 이야기할 때 견해를 말하거나 생각이 바뀌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정치적이다'라는 말과 '입장을 가진다'라는 말이 동치되어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했다.
정서원 대표는 이어 "진보냐, 보수냐 등의 방식으로 특정 정당의 색깔이 입혀지는 것에 대해 청년들이 부담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의 건강한 변화를 말하는 대화가 유의미하다고 느끼는 경험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고 제언했다.
'회색지대' 남성들의 냉소 "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

▲ '불평등 물어가는 범청년행동'이 12·3 내란 1년째를 맞아 22일 서울 서대문구 계절의목소리에서 '청년세대 정치 이탈과 광장 담론의 이면' 연구 토론회를 열었다. 행사가 막 시작된 모습.
공익저널 차종관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에서 활동하는 김태환씨는 소위 '이대남' 프레임에 갇혀 소외된 청년 남성들의 '회색지대'에 주목했다. 그는 "양쪽 극단의 청년들보다 애매모호한 영역에 있는 청년들의 두려움과 소외감을 집중해서 파악하고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태환씨는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를 지배하는 냉소적 문화를 우려했다. 그는 "정치적 이탈이 집단화될 때 위험할 수 있다"라며 "대표적으로 '누가 칼 들고 협박했어? 네가 선택한 거잖아'같은 패배주의적이고 냉소적인 밈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아 있는 한 정치적 이탈이 훨씬 가속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청년 남성들을 오프라인으로 끄집어내서 공론장에서 만나도록 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이재정 범청년행동 공동대표는 연구팀이 분석한 '일상'의 의미를 되물었다. 그는 "청년들이 말하는 일상이 각자의 힘으로 경제적 성공을 성취해야만 하며 온전히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것일까"라고 반문하며 "아예 일상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미니 태극기 든 학생과 대화했다" 광장 밖에서 발견한 가능성
지정 토론이 끝난 후 이어진 플로어 발언에서는 정치적 양극화의 최전선에서도 대화의 가능성을 발견한 순간들이 공유됐다.
한 참가자는 탄핵 광장 한복판에서 만난 '미니 태극기'를 든 학생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서로 다른 진영에서 피켓을 들고 대치하던 중, 우연히 상대와 대화의 물꼬가 트였다는 것이다. 그는 "어쩌다 서로 대화를 하게 됐는데, 이분이 내게 미니 태극기를 내밀었다. 순식간에 화해 무드가 조성됐다"라며 "서로 왜 이곳에 왔는지 묻고, 내 의견을 들어봐 달라며 설득하는 대화를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학생을 통해 유튜브발 가짜뉴스를 살펴보니, 청년들이 어떻게 증오와 혐오를 가지게 됐는지, 불안과 두려움을 안게 됐는지 알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낙관을 가지고 더 많은 낯선 존재들을 만나려 노력하자"

▲ '불평등 물어가는 범청년행동'이 12·3 내란 1년째를 맞아 22일 서울 서대문구 계절의목소리에서 '청년세대 정치 이탈과 광장 담론의 이면' 연구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이재정 범청년행동 공동대표와 정서원 부산청년들 대표 외에도 여러 청년 시민들이 온라인으로 토론에 참여했다.
공익저널 차종관
박종철기념사업회 관계자는 1987년 6월 항쟁 이야기를 꺼내며, '망설임'과 '이탈'이 비단 지금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짚었다. 그는 "차도와 인도의 경계선쯤에 사람들이 일렬로 서 있는 현장 사진이 있다. 차마 발걸음을 돌리진 못하지만, 문턱을 넘어 차도로 뛰어들진 못한 거다.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김선기 국립부경대 HK연구교수는 행사를 마무리하며 "정치적 이탈을 경험한 청년들 중 정치혐오를 가진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망설인 사람들이 아닐 것"이라며 "논의를 계속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발언했다. 이재정 공동대표는 "우리는 광장에서 굉장히 이질적인 존재들이 서로 돌보고 연대하며 역동적인 변화를 만드는 걸 경험했다"라며 "낙관을 가지고 더 많은 낯선 존재들을 만나려 노력하자"라고 제안했다.
한 행사 참가자는 취재진을 만나 "'정치적 이탈'을 문제적 현상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청년들의 망설임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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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저널의 기자이자 틈새꽃 상임이사로 활동하며, 시민사회·사회연대경제·임팩트생태계를 기록한다. NPO 창업과 현장 취재, 사진 작업을 병행하며 공익활동가의 길을 꾸준히 걸어왔다. 대학언론의 위기와 언론자유, 주체적인 생애설계,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문제해결 구조 등 한국 시민사회가 직면한 의제를 탐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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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보다 헬스장" 광장 나오지 않는 청년들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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