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도시를 맨발로 걷는 사람. 음료대에서 물을 마시는 회색 담요를 쓴 노숙인.
이안수
어둡고 눅눅한 시간 속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들
시애틀국제공항 인근 시인 투퀼라(Tukwila)와 렌턴(Renton), 켄트(Kent)일대가 홍수의 영향권 속에 있었다. 뉴스에서 '전례 없는 홍수(Historic Flooding)'라는 보도로 마을의 지붕만 남은 채 침수된 모습이 방영되고 파머스마켓에서는 침수피해를 입은 농부를 위한 기부를 독려하는 공고가 붙었다. 시애틀 시내에서도 경사지 도로 빗물을 막기 위해 1층 가게 앞에 모래주머니를 쌓은 곳도 있었다.
이 어둡고 눅눅한 시간을 홈리스(노숙인)들은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어떤 이는 공원 벤치에서 하늘을 향해 고함을 지르고 어떤 이는 맨발로 공원을 돌았다. 처마 아래에서 담요로 온몸을 뒤집어썼지만 담요 밖으로 나온 발이 퉁퉁 부었다. 한 청년은 모든 쓰레기통의 뚜껑을 열었다. 몇 개째 열었지만 원하는 것을 찾지 못했다.
반려견과 동행하는 홈리스들이 많다. 잠자리와 끼니가 해결되었다고 해도 사회적 관계가 모두 끊긴 상황에서 반려동물은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관계일지도 모르겠다. 자신 옆의 유일한 생명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철문이 내려진 가게 앞에서 한 노숙인은 자신의 외투를 벗어 반려견을 입히고 침낭으로 덮었다. 전철역 앞의 노숙 남성은 비둘기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어떤 이가 주었어요. 우리는 서로 돌보고 있어요. 비둘기는 나를, 나는 비둘기를 돌보지요."
그에게 왜 그 자리를 상주 지역으로 정했는지 물었다.
"저곳에 CCTV가 달려있어요. 그래서 밤에도 안전하죠."
그는 밤에 누군가가 자신을 헤칠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들 때문에 감시 카메라가 필요하다고 여겼던 내 생각을 그가 전복해 주었다.
뇌리를 떠나지 않는 글귀

▲슈퍼마켓의 입구에서 구걸을 하고 있는 할머니. "여기서 살아남는 건 쉽지 않아요!" 휠체어 할머니 무릎 위에 올려진 하드보드지의 글귀가 할머니만의 처지를 대변하는 것은 아닌듯싶다.
이안수
지난 여름, 밴쿠버의 헤이스팅스 동쪽(East Hastings) 거리를 방문했었다. 중독 위기의 홈리스 텐트가 길게 늘어선 텐트 거리였다. 그곳에서 점심 도시락을 나누어 주는 봉사를 하고 있는 한 교회 신자 분께서 말했다.
"이분들은 절대 도시락을 두 개 가져가지 않아요. 하나 더 가져간다면 저녁 끼니 걱정을 안 해도 될 텐데 말이죠. 긴 줄의 끝 사람이 도시락을 받지 못할까 염려해서입니다."
지난번 목도한 슈퍼마켓 앞에서 쇼핑객들과 눈 맞추고 계신 휠체어 할머니 무릎 위에 올려진 하드보드지의 글귀가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여기서 살아남는 건 쉽지 않아요! 작은 도움이라도 큰 축복입니다."
동지 다음 날부터는 다시 낮 시간이 길어질 것이다. 침수된 땅의 물이 빠지고, 집 없는 사람들의 젖은 담요도 뽀송뽀송해지고, 파이오니어 스퀘어(Pioneer Square)에서 한없이 울부짖던 이의 가슴속 멍이 좀 가라앉고, 땅이 데워져서 맨발이었던 이도 덜 시리기를. 햇살과 더불어 도시가 감당하지 못한 상처들도 조금씩 아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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