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자들에게 보고하기 위해 홀로 영상을 찍는 김신환 원장.
김선영
현장에 오지 못하지만, 마음을 보태준 전국의 후원자들에게 전하는 생생한 활동 기록이다. 이는 그에게 단순한 보고가 아닌, "우리가 함께 이 생명을 지키고 있다"는 끈끈한 연대의 확인이다.
사람들이 차를 타고 멀찍이 물러나자, 눈치만 보던 독수리 100여 마리가 순식간에 날아들었다. 까치와 까마귀도 덩달아 신이 나서 합석했다. 덩치 큰 독수리와 자그마한 까치가 한 식탁에서 밥을 먹는 풍경. 김 원장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웃었다.
어느덧 칠순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 수차례 이어진 수술로 성한 곳 하나 없는 몸이지만, 무거워지는 어깨를 이끌고 그가 이 척박한 들판으로 출근하는 이유가 바로 저 미소에 있었다.
"손님이 없어서 휴업 중입니다"
독수리들을 위한 성찬은 성황이었지만, 김 원장의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허전해 보였다. 독수리가 식사하는 동안 우리는 1시간여를 더 차를 타고 천수만 구석구석을 돌았다. 목표는 흑두루미였다.
하지만 결과는 '허탕'이었다. 10월 말쯤 먹이 나눔을 한 번 한 게 전부라고 했다. 손님이 없으니 식당 문을 열 수가 없는 노릇이다.
김 원장의 시선이 꽁꽁 얼어붙은 무논으로 향했다. 그리고 나지막이 읊조렸다.
"시에서 만들어 둔 무논(물 채운 논)은 꽁꽁 얼어버렸고, 간월호 수위가 높아서 흑두루미가 쉴 모래톱이 다 잠겨버렸어요. 환경이 안 받쳐주니 다들 순천만이나 일본 이즈미시로 떠나버린 거죠."
정치권에서는 가로림만 생태 복원을 외치지만, 정작 눈앞의 천수만은 예전만 못한 서식지로 메말라가고 있었다. 김 원장은 "일본으로 간 녀석들이 겨울 나고 다시 북쪽으로 돌아갈 때, 그때나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싶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래도 식당 문은 열립니다
돌아오는 길, 문득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천수만이 잊혀가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었다. 하지만 김신환 원장은 "힘 닿는 데까지는 해봐야죠"라며 담담히 다음 '영업일'을 기약했다.
세상에는 이런 곳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화려한 빌딩 숲이 아닌 황량한 들판에서, 말 못 하는 짐승의 배 부른 모습에 자신의 배고픔을 잊는 사람. 계산에 밝은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저 바보같이 해맑은 웃음.

▲ 화려한 빌딩 숲이 아닌 황량한 들판에서, 말 못 하는 짐승의 배 부른 모습에 자신의 배고픔을 잊는 사람. 계산에 밝은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저 바보같이 해맑은 웃음.
김선영
하지만 오늘따라 김 원장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끝내 만나지 못한 흑두루미 때문이었을까.
천수만의 '독수리 맛집'은 다가오는 금요일에도 어김없이 문을 열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흑두루미 손님들이 다시 찾아와 "사장님, 밥 주세요" 하고 문을 두드릴 날을 김 원장은 기다리고 있다. 자연과 인간이 밥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존하는 법, 이 특별한 식당에 오면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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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 들판에 쫙 깔린 고기... '화·금'에만 문 여는 특별한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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