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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사람에게 이만한 음식이 또 있을까요?

사람을 살리는 음식

등록 2025.12.24 09:35수정 2025.12.2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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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엄마의 사랑 병원반찬과 엄마의 반찬들
▲엄마의 사랑 병원반찬과 엄마의 반찬들 송미정

점심을 먹으며 무심코 쇼츠를 넘기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한 장면에서 손이 멈췄다. 금명이가 영범과 헤어지고 엄마 밥을 먹으러 집에 돌아온 장면이었다. 밥때가 지났음에도 애순이는 밥을 새로 짓고, 관식이는 집이 추울까 봐 난로부터 켠다.

"너 올 줄 알고 장조림을 한 솥 해뒀다."


메추리알도 하나하나 까서 만들었다는 그 말에, 문득 유방암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던 내 시간이 떠올랐다.

어릴 적부터 엄마는 아빠의 도시락 반찬을 챙겼고, 시간이 흐른 뒤에는 할머니 반찬까지 준비했다.
운전면허가 없던 엄마는 무거운 반찬통을 늘 이고 지고 옮겼다. 그 모습이 떠올라 미안한 마음에 말 "병원 올 때 반찬 안 가져와도 돼"라고 말했는데 엄마는 역시나 여러가지 반찬을 챙겨 왔다. 그리고 그 반찬을 한입 먹는 순간 알게 됐다.

내가 입맛이 없었던 게 아니라는 걸. 드라마 속 애순이처럼, 우리 엄마 아빠도 병원에 있는 딸을 위해 그렇게 밥을 지어왔던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음식에 담긴 마음이 전해져, 밥을 먹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며칠 전, 항암치료를 마친 형님과 통화를 했다. "이제는 밥은 좀 드세요? 매운 건 아직 힘드시죠?"라는 물음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차라리 얼큰한 게 더 잘 넘어가"라고 말이다. 전화를 끊고 이 이야기를 엄마에게 전했다.

엄마표 김장김치 엄마표 김장김치
▲엄마표 김장김치 엄마표 김장김치 송미정

그러자 엄마는 이번에 담근 김장김치를 형님에게 보내자고 했다. "너도 병원에 있을 때 입맛에 맞는 반찬 먹고 기운 차렸잖아. 네 형님도 입에 맞을지는 모르지만, 이 김치 먹고 얼른 회복하면 좋겠네"라며 한통을 싸주셨다. 형님 얼굴도 볼겸 김장김치를 싣고 형님 댁으로 내려갔다. 오랜만에 만난 형님은 안색이 썩 좋아 보이진 않았지만, 반가운 마음만은 분명히 느껴졌다.


며칠 뒤 형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집까지 김치 배달해줘서 고맙고 맛있게 잘 먹었다고 전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 문자를 읽는 순간, 내가 다 배부른 기분이 들었다.

메추리알 장조림 한 숟갈, 김치 한 포기에 담긴 마음은 아픈 사람에게 말보다 먼저 닿는다. 그날 병실에서 느꼈던 온도처럼 지금도 나는 음식이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때 엄마 반찬으로 내가 힘을 냈던 것처럼 형님도 그 김치로 조금은 기운을 차렸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 에도 실립니다.
#김장김치 #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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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사와 강사를 겸하고 있습니다. 딸을 키우는 엄마로 건강하고 영양 좋은 음식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현직영양사가 알려주는 우리집 저염밥상>,<영양사 유방암 환우의 암을 이기는 음식> 전자책 발행하였으며 <맛있게 정드는 옆집 영양사 언니>로 블로거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 브런치 작가로 일상의 요리에서 추억을 떠올리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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