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5.12.24 10:49수정 2026.03.28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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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는 서양에서 가장 큰 명절이다. 한국인인 우리에게도 각자 나름의 추억이 있다. 어릴 적 크리스마스 카드들을 주고받아 벽에 빨랫줄처럼 주렁주렁 걸어 두었던 기억, 교회에서 성탄절이 되면 집집마다 찾아가 찬송을 불러 주던 풍경이 떠오른다.
영화나 책 속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도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가 바로 스크루지다. 셰익스피어와 함께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꼽히는 찰스 디킨스는 소설가이자 사회 비평가였다. 어린 시절 가난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혹독한 노동을 해야 했던 그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올리버 트위스트>와 <크리스마스 캐럴> 같은 작품을 남겼다.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 스크루지는 인색하고 냉혹한 노인이다. 그는 크리스마스를 "쓸데없는 날"이라며 혐오하고, 가난한 이웃이나 조카의 초대도 모두 거절한다. 그러던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 밤, 죽은 동업자 마얼리와 세 명의 유령이 차례로 나타나 "너도 이 길을 걷게 될 것"이라 경고한다. 공포 속에서 스크루지는 "제발 기회를 달라"고 외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그리고 마침내 변한다. 가난한 이웃을 돕고, 직원에게 후한 보너스를 주며, 조카 가족과 식탁을 나눈다. 이후 그는 크리스마스 정신을 평생 실천하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이 소설은 탐욕으로 굳어 있던 한 인간이 과거의 기억, 현재의 공감,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통해 다시 사람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소비의 날이 아니라 연민과 나눔, 회복의 날로 보여준다.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방식은 문화권마다 다르다. 영화에서 보듯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가 가족이 모이는 날이다. 우리나라의 설이나 추석과 비슷하다. 반면 한국에는 이미 강력한 가족 명절이 있기 때문에, 크리스마스는 친구를 만나거나 연인과 데이트하는 날로 자리 잡았다.

▲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
anniespratt on Unsplash
또한 어느 문화권에서나 크리스마스는 가장 소비가 많은 날이 되었다. 중세까지 크리스마스는 교회 중심의 종교 절기이자 공동체 축제였지, 상업적인 날은 아니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중산층이 등장하면서 가정이 소비의 단위가 되었고, 크리스마스는 "아이에게 선물을 주는 날"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산타클로스라는 이미지가 정착되었다.
그럼에도 크리스마스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가족 중심이든, 연인의 날이든, 그 핵심은 예수의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나는 얼마 전부터 젊은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밥을 먹고 있다. 수변 공원에서 만보 걷기를 하다 알게 된, 늘 단정하게 넥타이를 매고 두 명씩 다니는 미국의 한 종교 선교단 청년들이다. 종교적 목적보다는, 아들보다도 어린 나이에 외국에서 고생하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남편에게 전화해 "우리 집으로 데려와 밥 먹자"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로 이어졌다.
어제는 한국에 막 도착한 H까지 세 명이 와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H가 피아노를 친다기에 노래도 불렀다. 예전에 부르던 찬송은 이제 늘어져 '할머니 찬송'이 되었지만, 오랜만에 부르니 그저 좋았다. 나도 모르게 "It's Christmas!" 하고 외쳤다. 우리 집에 온 미국 청년들에게 농사지은 오미자를 타 주며 "이건 와인이 아니야"라고 했다.
그리고 왜 커피까지 안 마시느냐고 묻자, 그들은 "중독적인 것은 결국 의존이 되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사실 커피를 안 마신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종교적 이유가 아니어도 커피를 끊거나 못 마시는 사람은 많다. 그것은 그 종교의 특징일 뿐,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의 대상이다. 본질은 따로 있다. 편견 없이 문을 열고, 이웃을 초대하고,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믿는 신앙의 핵심이며, 내가 생각하는 크리스마스 정신이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는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이기도 하다. 올해는 막내 시누 부부가 1박 2일로 우리를 초대해 주었다. 점심은 시누 남편이 직접 요리를 하고, 저녁은 조개 구이 식당을 예약했다고 한다. 어떤 방식이든, 예수의 사랑으로 서로를 초대하고 함께 나누는 순간, 그곳이 바로 진짜 크리스마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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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를 출간한 여행 작가이자 등단 시인. 브런치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프랑스 5년 유학 불문학 석. 박사 학위 수료. 30년 교직 생활 후 퇴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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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일인 크리스마스, 사랑의 정신을 떠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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