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앞머리를 책임져 주는 빗과 가위 촘촘한 빗으로 충분히 빗은 후에 컷팅을 해야 하는 앞머리 컷팅 노하우.
이수정
그런데 며칠 전, 나는 이런 시행착오를 다시 한 것이다.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이 급해지면 그 단계를 건너뛰고 마는 것이다. 며칠째 눈썹 위로 올라가 있는 앞머리를 볼 때마다 혼자 되뇐다. 자르기 전에 반드시 빗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의 삶도 꼭 그렇다. 우리는 종종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하고 싶어 한다. 나를 소진시키는 관계, 반복되는 후회, 이유 없이 가라앉는 감정들. 그럴 때마다 나는 단호해져야 한다고 믿었다. 끊어내야 하고, 정리해야 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컷팅은 늘 또 다른 상처를 남겼다. 덜어냈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은 오히려 더 어수선해졌다.
그제야 깨달았다. 문제는 무엇을 잘라낼 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상태로 가위를 드느냐의 문제라는 것을.
"우리의 삶에도 빗질이 필요하다."
나만의 정서적 빗질. 그 방법은 정해져 있지 않다. 어떤 날은 오래 걷는 산책이 되고, 어떤 날은 몇 페이지의 책이 된다. 음악을 틀어 놓고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 혹은 조심스럽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한 사람과의 대화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성급하게 해결하려 애쓰지 않는 것이다. 그저 마음의 결을 먼저 가지런히 정리하는 일이다.
정서적 빗질을 하고 나면, 마음의 결이 달라진다. 감정의 뭉침이 풀리고, 생각의 속도가 느려진다. 그제야 나는 맑아진 렌즈로 나를 바라볼 수 있다. 무엇이 진짜 나를 소진시키는지, 무엇은 불편하지만 필요한 과정인지, 지금 잘라야 할 것은 무엇이고 아직 남겨두어야 할 것은 무엇 인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그 다음에야 가위를 든다. 충동이 아니라 선택으로, 분노가 아니라 이해로. 필요 없는 것은 과감하게, 그러나 꼭 필요한 것까지 잘라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그렇게 자른 후에도 마음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이미 충분히 빗질을 했기 때문이다.
앞머리는 다시 자라지만, 삶에서 잘라낸 것들은 흔적을 남긴다. 그래서 나는 예전보다 훨씬 신중해졌다. 충분히 정리한 후에만 가위를 들기로 했다. 마음이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오늘도 거울 앞에서 빗질을 한다. 이마 위로 가지런히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내가 다듬고 있는 것은 앞머리의 선이 아니라, 어쩌면 내 삶의 태도일지도 모른다고. 우리의 마음에도 빗과 가위가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더 연습해야 할 것은 잘라내는 용기보다, 충분히 빗질할 수 있는 인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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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아동상담센터 원장입니다. 언어치료사 심리상담가로서 20년 넘게 살아오고 있습니다. 힐링 에세이와, 힐링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따뜻한 치유의 글을 쓰고 싶습니다. <글루미릴레이>공동저서를 발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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