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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설이 만든 빈 강, 사람이 먹이를 뿌렸다

유등천 겨울철새와 둥지상자가 드러낸 대전시 하천정책의 민낯

등록 2025.12.24 18:28수정 2025.12.2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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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경운동연합은 대전 중구 청년공동체 '청년모아'와 함께 24일, 유등천과 중촌근린공원 일대에서 겨울철새 먹이주기와 둥지상자 설치 활동을 했다. 이번 활동은 오전 유등천 탐조 및 먹이주기, 오후 중촌근린공원 둥지상자 설치로 나누어 진행됐다.

오전에 진행된 탐조는 버드나무가 이어진 유등천 구간에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망원경을 통해 흰뺨검둥오리, 알락오리, 물닭, 비오리, 중대백로, 쇠백로, 왜가리 등 유등천에서 월동 중인 다양한 겨울철새를 관찰했다. 이들 종은 얕은 여울과 모래톱, 자갈밭을 중심으로 먹이를 찾고 휴식하는 수변 의존도가 높은 새들이다.
 탐조를 진행하는 모습
탐조를 진행하는 모습 청년모아

그러나 현재 유등천에서 이런 공간은 극히 제한적이다. 수년간 진행하지 않던 준설을 대전시는 24년과 25년 유등천을 포함한 3대 하천에서 대규모로 진행했다. 하천 단면을 깊고 단순하게 만드는 준설은 단기적인 치수 효과를 명분으로 삼지만, 실제로는 모래톱과 자갈밭, 완만한 수변을 사라지게 하며 하천 생태계를 급격히 빈약하게 만든다. 유등천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준설 이후 자연적인 퇴적으로 작은 자갈 공간이 일부 다시 형성되고 있지만, 면적은 매우 협소하다. 새들은 이 제한된 공간에 몰려 먹이를 먹거나 쉬고 있었고, 그 모습은 안정적인 서식지라기보다 간신히 버티는 상태에 가까워 보였다.

 유등천에 먹이를 주는 모습
유등천에 먹이를 주는 모습 청년모아

탐조를 마친 뒤, 참가자들은 하천변 자갈밭에 약 100kg의 먹이를 공급했다. 먹이는 친환경으로 재배된 벼로, 겨울철 오리류에게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자연 하천에서는 수생식물과 저서생물, 자연 낙곡 등이 먹이 역할을 하지만, 준설로 이런 기반이 사라진 하천에서는 인위적인 먹이 공급이 단비가 될 것이다. 먹이주기가 근본 대책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서식지가 붕괴된 이후 최소한의 생존 조건을 보완하는 응급 조치에 가깝다. 먹이를 주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하천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에 울화가 치민다.

오후에는 중촌근린공원에서 둥지상자 설치 활동이 이어졌다. 이날 총 5개의 박새류 둥지상자가 설치됐으며, 이는 2026년 봄 번식을 준비하는 소형 조류를 위한 것이다. 둥지상자는 도시화와 공원 관리로 자연적인 나무구멍이 사라진 환경에서 조류의 번식을 돕기 위한 대안 서식지다. 유럽에서는 19세기 말부터 조류 연구와 보호를 위해 활용돼 왔으며, 국내에서도 도시 공원과 숲에서 중요한 생태 보완 장치로 자리 잡아 왔다. 특히 박새, 곤줄박이, 쇠박새와 같은 동공 둥지형 조류는 노령목 제거와 가지치기가 반복되는 환경에서 번식 번식 공간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둥지상자는 사람으로 인해 훼손되어가는 관리 방식이 만든 생태적 결핍을 다시 사람이 책임지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유등천의 겨울철새와 중촌근린공원의 둥지상자는 서로 다른 공간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람이 무너트린 생태계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하천과 공원을 '관리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정책이 생태계의 자생력을 얼마나 빠르게 약화시키고 있는지 여실히 볼 수 있다.

 둥지상자를 다는 모습
둥지상자를 다는 모습 청년모아

대전시는 하천을 생태계가 아닌 토목 구조물로 다루는 관리 방식을 지향하고 있다. 준설 중심의 하천 정비, 획일적인 하폭 확장, 대규모 체육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안전하지도 않은 안전과 아름답지도 않은 미관을 이유로 한 수변 단순화는 생물에게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강에서는 먹이를 뿌려야 하고, 공원에서는 둥지를 달아야 하는 상황이 일상이 되고 있다.

청년모아와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이번 활동을 계기로, 새와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서식 환경을 만드는 '생물놀이터'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대멸종의 시대 강과 생명을 대하는 도시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먹이주기 #준설 #둥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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