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 음식물 쓰레기 용기 음식물 쓰레기 전용 용기에 칩을 꽂고 배출해야 한다.
이효진
알고 보니 순천 지역은 2008년부터 이런 칩 제도를 통해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줄여오고 있다고 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용기에 맞는 칩을 돈을 주고 사서 사용해야 하는 방식이다. 취지는 이해가 갔다. 다만 생활 속에서는 쉽지 않았다.
지난여름의 일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내놓았는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수거가 되지 않았다. 여름이라 냄새가 나기 시작했고, 결국 전화를 했다. 잠시 뒤 음식물 수거 담당 기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 제가 놓쳤습니다. 다른 쓰레기들 사이에 섞여 있어서 못 봤어요."
일반 생활 쓰레기는 시청이 수거하고 음식물 쓰레기는 별도의 수거 업체가 맡는 구조였다. 그런데 며칠 뒤, 비슷한 일이 또 있었다. 왜 수거가 안 되느냐고 전화를 했고, 이후 기사님이 다시 연락을 주셨다.
"죄송합니다. 또 놓쳤네요. 쓰레기들 사이에 파묻혀서 보이지 않았어요."
"저도 그럴까 봐 가장 바깥쪽에 놓긴 하는데, 밤사이 다른 분들이 쓰레기를 더 내놓으신 것 같아요."
그날 우리는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결론을 냈다.
기사님 눈에 잘 띄는, 우리 집만의 자리를 정하자고.
쓰레기들이 몰리는 장소가 아니라 조금 떨어진, 눈에 잘 보이는 곳. 그 자리를 정한 뒤로 우리 집 음식물 쓰레기는 늘 같은 곳에 놓였다. 그 이후로 수거 기사님에게 전화를 할 일은 없어졌다. 그 과정에서 기사님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이다 보니 가끔 놓칠 때도 있어요. 회사에 연락하지 마시고 그냥 저한테 전화 주세요."
"물론이죠. 그럴 수 있죠."
나는 기사님 번호를 저장했다. 그렇게 내 휴대전화 연락처에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 기사님' 번호가 하나 추가됐다.
시스템보다 사람이 먼저였고, 민원보다 관계가 먼저였다.
지금도 가끔 통화를 한다.
"아직 수거가 안 돼서 혹시 또 놓치신 건가 해서요."
"아니에요. 오늘은 양이 많아서 조금 늦어지고 있어요."
순천시민이 된다는 건 단순히 주소를 옮기는 일이 아니라 이런 생활의 규칙을 하나씩 몸으로 배우는 일이라는 걸 음식물 쓰레기통 하나로 알게 됐다.
지금은 겨울이라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그리 힘들지는 않다. 그래도 때때로 쌓이는 음식물을 정해진 요일, 월·수·금에 맞춰 버려야 한다는 건 여전히 조금 불편하다.
제주에서 이사 와서인지, 제주의 클린하우스 제도가 시민들에게 얼마나 쾌적하고 편리한 정책이었는지를 이곳에서 새삼 느낀다.
내가 사랑해서 정착한 이곳 순천에서도 시민들의 삶 속에서 조금 더 쾌적하고, 조금 덜 번거로운 방식이 함께 고민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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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제주MBC, 아리랑국제방송, 제주 TBN교통방송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했으며 현재는 아동문학 작가이자 글쓰기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자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쓰며, 유튜브 채널 '작가의식탁 이효진'을 통해 초·중등생들의 교육 콘텐츠와 작가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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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 수거 기사님 전화번호를 저장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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