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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완의 일침 "타인의 결핍이 소품인가"... '가난 밈'의 잔인한 민낯

    SNS 휩쓴 '가난 코스프레'… 박완서 '도둑맞은 가난' 소환된 이유

    등록 2025.12.27 10:02수정 2025.12.2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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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에 올라온 가난 밈 관련 글과 사진
    ▲ SNS에 올라온 가난 밈 관련 글과 사진 SNS 갈무리

    양은 냄비에 끓인 라면과 김밥 두 줄. 서민의 한 끼 식사처럼 보이지만, 그 사이에는 빨간색 페라리 자동차 키가 놓여 있습니다. 사진 설명은 이렇습니다. "지긋지긋한 가난. 오늘도 김밥에 라면이라니."

    "지긋지긋한 가난" 조롱하는 부유층의 놀이

    최근 SNS '스레드(Threads)'를 중심으로 이른바 '가난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수억 원을 호가하는 포르쉐 핸들을 잡고 "기름 넣을 돈도 없다"며 한탄하거나, 호화로운 풀빌라 수영장에서 "돈이 없어 집에서 논다"고 조롱 섞인 글을 올리는 식입니다. 부유층이 가난마저 '놀이'로 소비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재미로 소비되는 이 사진들 뒤편에는, 진짜 가난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는 이들의 박탈감이 존재합니다. 가난을 겪어본 이들에게 저들의 장난은 분노를 넘어선 허탈함으로 다가옵니다.

    스레드 이용자 'jih***'는 "퍼스트클래스에서 라면을 먹으며 '지독한 가난'이라 쓰고, 수십 개의 골프클럽 박스를 뜯은 뒤 폐지를 줍는다는 댓글까지 달린다"며 "가난한 타인의 현실을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용자 'baco***' 씨는 "한 번이라도 바닥을 찍어봤으면 저 웃음들이 얼마나 같잖은지 안다"며 "가볍게 재미로 소비되기엔 가난은 많은 사람들 가슴 속에 못처럼 박혀있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이용자 'ddom***' 씨 또한 이를 "천박한 흐름"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가난 밈은 노잼(재미 없음)이고 천박하다. 가난에서 벗어난 지 한참 된 사람조차 치를 떨 정도인데, 어떻게 그게 재밌을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가수 겸 배우 김동완씨는 지난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 현상에 대해 묵직한 돌직구를 던졌습니다. 그는 "이걸 자조 섞인 농담이라고 하기엔 타인의 결핍을 소품으로 다루는 것처럼 보인다"라며 "웃기기 위해 할 수 없는 말들이 있고, 지양해야 할 연출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냄새나는 반지하, 분유 값 없어 천기저귀"... 뼈아픈 진짜 가난의 고통들


    김씨의 지적처럼, 실제 가난을 경험한 이들에게 이 '밈'은 결코 웃을 수 없는 폭력입니다. SNS 스레드에는 '가난 밈'에 반박하듯, 진짜 가난이 할퀴고 간 상처를 고백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가난은 '포르쉐 옆 라면'이 아닌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이자 '공포'였습니다.

    스레드 이용자 'xmx***' 씨는 사기 피해로 전 재산을 잃고 지내야 했던 자양동 반지하 생활을 회상했습니다. 그는 "94년 폭염 당시 에어컨도 없이 선풍기 하나로 네 식구가 버텼는데, 집 앞 전봇대에 구토하고 소변 보는 취객들 때문에 창문을 닫고 자야만 했고 이 탓에 온 가족이 질식할 뻔했다"며 당시의 참혹함을 전했습니다.

    "불투명 유리로 된 문은 돌만 던져도 깨질 듯 약해 도둑고양이가 들어오려 했고, 방에는 쥐와 나방이 들끓었다. 친구에게 '반지하 사는 가난한 애'라고 놀림받던 9살 소년에게 가난은 감당하기 힘든 가슴앓이였다. 나는 지금도 가난이라는 단어가 무서워서 잘 쓰지 못한다."

    또 다른 이용자 'young***' 씨는 IMF 시절 겪은 트라우마를 털어놓으며 가난 밈을 멈춰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중3 때 집이 망해 화장실도 부엌도 없는 월세 10만 원짜리 단칸방으로 내몰렸다. 쌀이 없어 굶어봤나? 등록금을 못 내 선생님을 피해 다녔던 수치심을 아나? 진짜 가난한 시절을 겪은 사람들에게 저런 밈은 평생 잊지 못할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일이다."

    가난은 가장으로서의 삶도 짓눌렀습니다. 건축 관련 일을 한다는 '73lo***' 씨는 "회사가 부도나고 월급이 밀려 아이 분유 살 돈이 없었다"며 "기저귀 살 돈도 없어 광목천을 끊어다 천기저귀를 빨아 쓰며 세 아이를 키웠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는 "가난 밈을 풍자로 넘길 수도 있겠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사라져가는 세태가 안타깝다"고 덧붙였습니다.

    '도둑맞은 가난'의 재현... 해학이 아닌 해악

     SNS에 올라온 가난 밈 관련 글과 사진
    ▲ SNS에 올라온 가난 밈 관련 글과 사진 SNS 갈무리

    누리꾼들은 이번 현상을 두고 박완서 작가의 단편소설 '도둑맞은 가난(1975)'을 떠올립니다. 부잣집 도련님이 가난을 체험하겠다며 빈민가에 들어와 여공의 가난마저 훔쳐 갔던 소설 속 이야기가 2024년 SNS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용자 'ohn***' 역시 "우리는 해학의 민족인데 해악의 민족이 됐다"고 꼬집었습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그저 웃자고 하는 장난일 뿐인데 너무 진지하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하지만 숭실대 허준수 사회복지학부 교수의 진단은 다릅니다. 허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SNS에서 가난을 희화화하는 콘텐츠가 유행하는 사회적 흐름은 사람들이 빈곤계층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곰팡이 핀 반지하 방에서, 좁디좁은 고시원에서 끼니를 걱정하며 하루를 버팁니다. 그들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 화면 속에, 페라리 키를 올려둔 채 "가난이 지겹다"고 비웃는 가짜 가난이 뜹니다.

    가난은 누군가에게는 지우고 싶은 흉터이자 공포입니다. 타인의 고통을 액세서리처럼 두르고 즐거워하는 '가난 밈'. 그것은 유머가 아니라, 잔인한 기만일 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가난밈 #스레드 #김동완 #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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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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