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5.12.27 15:13수정 2025.12.2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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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째, 연말이면 아이들과 꼭 함께 가는 곳이 있다. 신랑이 결혼 전 봉사활동을 다녔던 곳인데, 아이들이 좀 크고서부터 함께 가고 있다. 올해는 미리 방문 예약 전화를 드리고 크리스마스날 오후 다녀왔다.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기저귀와 분유를 샀다.

▲ 분유와 기저귀를 고르는 아이들
이정현
도착지는 주사랑공동체. 서울 관악구 난곡, 가파른 경사로에 위치한 건물 벽 한편엔 베이비박스라는 작은 공간이 있다. 20여 년 전 베이비박스를 만드신 이종락 목사님은 대학병원 의사의 부탁으로 부모가 찾으러 오지 않는 병원의 장애아이들을 돌보셨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교회 앞에 다운증후군 아이가 버려져 있었고, 그렇게 유기된 아이들을 추위나 위험 속에서 보호하기 위해 베이비박스를 만드셨다고 한다. 태어나자마자 중증 뇌병변이 있는 아들을 키우시던 목사님께서는 장애라는 이유로 버려지는 아이들을 그냥 두실 수 없으셨을 것이다.

▲ 베이비박스 이야기를 담은 영화 '드롭박스' 포스터
네이버영화

▲ 베이비박스
이정현
그 후 2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베이비박스를 거쳐갔고, 몇 년 전부터는 법과 제도가 바뀌어서 미혼모들의 자립과 상담, 아이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일을 하신다고 했다. 기부받은 기저귀, 분유 등은 매달 100여 명의 미혼모들에게 제공된다고 해서, 방문 예약을 드릴 때 필요한 분유와 기저귀 단계를 여쭤보고 구입했다. 이번에 방문했을 때는 위탁받아 잠시 돌보고 계신 아이 2명이 있었다.

▲ 주사랑공동체 한 쪽 벽면에 전시된 사랑 가득 담긴 엽서들
이정현
태어난 지 11일 되었다는 작디작은 아기와 며칠 전 100일 잔치를 했다는 아기를 어르고, 돌보시는 봉사자 분들에게서 겨울의 추위를 녹이는 빛과 온기가 느껴졌다. '네 이웃을 사랑하고 돌보라'는 말씀을 실천하는 따뜻한 손과 마음을 지닌 봉사자 분들에게,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들 곁에 계셨던 예수님의 사랑이 깃들어 있었다.

▲ 주사랑공동체 안에서
이정현

▲ 베이비박스
이정현

▲ 주사랑공동체
이정현
재작년, 그리고 작년보다 키가 한 뼘씩 자라서 온 두 아이들도 그분들처럼 봉사와 나눔의 기쁨을 알며, 소외된 곳에 빛과 온기를 전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무엇보다 나부터가 내가 있는 자리에서, 그렇게 살아갈 수 있기를, 오늘도 기도하고, 소망하고, 구하며, 작은 나를 내려놓고 무한한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길 기도한다.
하루 세 끼의 식사, 비와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집... 우리 가족에게 주어진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기억하고 감사하고 기뻐하며, 그 은혜와 사랑을 잘 나누며 살아갈 수 있기를. 세상의 모든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굶주리지 않고, 안전하게 보호되고, 건강하기를. 몸과 마음의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고 평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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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예술가로 살아가며 교육, 예술, 심리에 관한 기사를 씁니다. @school_d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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