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이원석 전 검찰총장, 김건희,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문제는 특검의 칼끝이 검찰 내부를 향하자 불거졌습니다. 김건희씨의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의혹을 무혐의 처분하며 '방탄 수사' 논란을 자초했던 당시 검찰 지휘 라인은 특검 조사를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소환 당일 오전에야 이메일 한 통을 보냈습니다. 불출석 사유는 '가족 간병'이었습니다.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변호인이 해외에 있다'는 이유를 대며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실무를 담당했던 검사들마저 줄줄이 조사를 거부했습니다. (관련기사:
'김건희 연루' 검사들, 아무도 특검 안 나와... 간병·신년귀국 이유도 갖가지)
일반 국민이 피의자나 참고인으로 소환될 때 이런 사유로 불출석하면 어떻게 될까요? 체포영장이 발부되거나 강제 구인되는 것이 상식입니다. 하지만 법을 집행하던 그들은 법망을 피하는 기술마저 탁월했습니다.
"성역 없는 수사"를 지시했다가 12일 만에 허수아비 총장이 되었던 이원석 전 총장, 그리고 김건희 씨를 검찰청이 아닌 곳에서 '출장 조사'하며 면죄부를 줬던 이창수 전 지검장. 이들은 자신들이 왜 김건희씨 수사를 뭉갰는지, 윗선의 외압이 있었는지 국민 앞에 소명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특검 포토라인에 서지 않았습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검찰 집단이, 정작 자신들이 수사 대상이 되자 얼마나 비겁해질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입니다.
'조직 보위' 위해 수사 흔든 검사들의 집단 항명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와 '특권 의식'은 특검 내부에서도 터져 나왔습니다.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9월 30일,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40명 전원이 "원대 복귀시켜 달라"며 사실상의 집단행동에 나선 것입니다.
명분은 '검찰청 폐지'였습니다. 당시 국회에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전환하는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자, 이에 반발해 수사 거부 의사를 밝힌 셈입니다.
이들은 민중기 특검에게 전달한 입장문에서 "검찰청이 해체되고 직접수사 기능이 상실되는 마당에 파견 검사들이 특검에서 수사와 기소를 계속하는 건 모순"이라며 "민생 사건 처리를 위해 돌아가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직의 기득권이 위협받자 국민적 염원이 담긴 특검 수사라는 본연의 임무는 뒷전으로 미루고 '검찰 구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당시 정치권에선 날 선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행정공무원들이 정부 파견 명령에 대해 집단적으로 항명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기재부가 쪼개진다고 기재부 공무원들이 이러느냐"며 "뼛속까지 자리 잡은 특권의식과 우월의식의 발로"라고 꼬집었습니다.
자신들의 밥그릇이 흔들리자 수사 현장마저 내팽개치려 했던 검사들의 모습, 이 또한 이번 특검이 남긴 씁쓸한 기록입니다.
'양평 카르텔' 기소했지만... 미완의 과제

▲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의 문홍주 특별검사보가 9일 오후 특검사무실이 위치한 KT광화문웨스트 지하 브리핑실에서 정례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2025.07.09
정초하
특검은 종료 직전인 24일,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과 김건희씨의 모친 최은순씨, 오빠 김진우씨를 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의 실체를 밝혀낸 것입니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본인이 매관매직이나 뇌물 수수에 직접 관여했는지 여부는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또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은 시간 부족으로 매듭짓지 못했습니다.
민중기 특검은 180일 동안 권력의 정점을 단죄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검찰'이라는 또 다른 성역이 얼마나 견고한지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남은 수사는 이제 경찰 국가수사본부로 넘어갑니다. 특검조차 뚫지 못한 검찰의 조직적 저항과 방탄을 경찰이 넘어설 수 있을지, 아니면 또다시 흐지부지될지 지켜봐야 합니다.
김건희씨는 구속됐지만, 그를 비호하며 사법 정의를 무너뜨린 '공범' 의혹을 받는 검사들은 여전히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2025년 12월 28일, 김건희 특검이 우리에게 남긴 씁쓸한 뒷맛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공유하기
'V0' 김건희 구속시킨 특검, 오늘 종료... 미완의 과제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