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만 4건의 결혼식, 60만 원이 들었다

용돈 아껴 모으고 있지만 은퇴 후 경조사비가 너무 버겁다

등록 2025.12.29 09:21수정 2025.12.2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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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참석한 결혼식, 12월에만 4건의 결혼식이 있었다.
최근 참석한 결혼식, 12월에만 4건의 결혼식이 있었다. 이혁진

경조사비를 두고 아내와 실랑이를 벌일 때가 많다. 아내는 자신에 비해 내가 경조사비를 지나치게 많이 지출한다는 것이다. 은퇴 후 경제권이 아내에게 넘어가자 간섭이 심하다.

은퇴하면 제일 먼저 아내에게 용돈을 타 쓰게 된다. 보통 한 달 용돈은 20만 원(10년 전에는 10만 원이었다)이다. 쓰기 나름이지만 외식과 모임 등 외출이 잦지 않으면 그런대로 충분하다. 이외에 한 번은 특별히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데 아내의 허락을 전제로 한다.


12월에만 4건의 결혼식에 60만 원이 들었다. 특히 요즘 결혼식은 추운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저녁 예식도 흔하다. 어제는 조카 결혼식에 다녀왔다. 60만 원은 석 달 용돈에 해당하는 거금이다.

경조사비가 너무 버겁다. 얼마 안 되는 연금 이외의 별다른 수입이 없기 때문이다. 경조사를 접할 때마다 곤혹스럽다. 일일이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받아야 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전략을 바꾸었다. 용돈을 최대한 아껴 경조사비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아내는 내가 충동적으로 경조사비를 쓰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아내의 걱정은 경제적 곤란을 막아보자는 취지지만 그런 신경전이 피곤하다. 은퇴한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경조사비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할 것이냐 말 것이냐, 갈 것이냐 말 것이냐 지출한다면 얼마를 등등 쪼그라든 수입을 감안하면 당연하다.

하긴 부모가 돌아가시고 자식을 모두 결혼시킨 후 남의 경조사에 아예 안 가는 지인도 있다.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친구 대부분 경조사는 받은 만큼 되돌려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한다. 이치에 맞는 말이다. 애경사는 은퇴 후에도 언제든 이어지고 있다.

각자 인생이 있듯이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자세와 방법도 다르다. 사회생활 배경이 다르듯 사람마다 경조사비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내게 온 경조사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격 탓인지 모르는 사람이 알리면 그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편이다.


경조사를 돈으로만 계산할 수 없다. 일례로 오래전에 5만 원을 부조했는데 그 사람이 우리 집 혼사에 5만 원을 했다고 야박하다고 할 것인가. 나는 그 사람이 잊지 않고 잔치에 온 것이 고맙고 감사했다. 인연은 소중하다. 경조사도 그 연장선이다. 좋은 날과 슬픈 날에 축하하고 위로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며 공감하면서 기쁨을 느낀다. 이를 '행복 감수성'이라고 부르고 싶다.

문제는 돈이다. 나름 계획을 세워 경조사비를 지출하고 있다. 계획은 용돈을 아껴 모으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경조사비를 마련하는 것은 인연을 중시하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경조사비도 절제가 필요하다. 누가 돈을 허투루 쓰고 싶어 하겠는가. 설령 내가 경제적 능력이 충분하더라도 지금 이상의 지출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허례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개인적인 경조사 기준이 있다. 결혼식은 아주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5만 원 부조금만 전하고 식장에 가지 않는다. 부쩍 오른 식비를 감안하면 불참하는 것이 상대를 돕는 것이다. 요새 결혼 축의금은 적어도 10만 원을 내야 가서 밥을 먹을 수 있다.

경조사비가 살림에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다. 의례적인 경조사 문화는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미국에 사는 동창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의 경조사와 부조금 문화는 형식적이며 과시적인 면이 많다고 한다. 집안 형편도 모르고 과도하게 쓰는 것도 문제지만 현재로서는 경조사를 전적으로 무시할 수도 없다. 나는 아이들한테 경조사를 접하면 외면하지 말라는 내 철학을 애써 강조한다.

주변에 경조사를 알리지 않는 사람도 더러 봤다. 이유야 어떻든 상대가 경조사를 알리지 않아 놀라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내년에는 지나친 경조사비로 고민하는 시간이 없기를 기대해 본다. 비록 그것이 내 맘대로 되지 않겠지만.
#경조사 #경조사비 #애경사 #결혼식 #용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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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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