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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거문도 섬 어르신의 치아를 살린다"

여수모아치과병원, 거문도 무료치과봉사... 지속 가능한 섬 의료 모델로

등록 2025.12.29 09:16수정 2025.12.2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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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모아치과병원, 27일 거문도 무료치과봉사 현장
여수모아치과병원, 27일 거문도 무료치과봉사 현장 오병종

의료재단 여수모아치과병원(이사장 오창주) 치과의료봉사단이 지난 27일 거문도에서 두 번째 무료 치과진료 봉사에 나섰다.

거문도를 포함한 낙도 지역을 대상으로 한 이번 봉사는 일회성 지원이 아닌, 매월 1회 정기 진료를 원칙으로 한 '지속형 섬 의료봉사'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이날 봉사에는 오창주 원장을 비롯해 진료실장, 치과위생사, 치기공소장과 치기공사 등 의료진 8명이 참여했다. 봉사단은 여수시 삼산면보건소 치과진료실을 거점으로 하루 일정의 집중 진료를 진행했다.

 거문도의 여수시 삼산면 치과진료소에서 지난 27일 토요일 휴일 무료치과진료 후 기념 촬영
거문도의 여수시 삼산면 치과진료소에서 지난 27일 토요일 휴일 무료치과진료 후 기념 촬영 오병종

"여수 나가려면 하루 숙박…치과 한 번도 큰 부담"

거문도 주민들에게 치과 진료는 여전히 '마음먹어야 하는 일'이다. 배편과 숙박, 교통비까지 감안하면 치과 한 번 다녀오는 데 최소 10만 원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올해 85세의 박 아무개 어르신은 "부부가 함께 여수로 병원에 가려면 하루는 꼭 묵어야 하고, 이틀 걸리면 20만 원이 훌쩍 넘는다"며 "이렇게 섬까지 와서 무료로 치료해 주니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98세 고령의 한 할머니는 요양보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진료실을 찾았다. 청각장애로 의사소통이 쉽지 않아 틀니 본을 여러 차례 다시 떠야 했지만, 의료진은 이를 감수해야 했다. 요양보호사는 "면사무소를 통해 접수를 하셨고 함께 왔다. 치아 때문에 음식을 잘 못 드시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틀니 진료는 '현장 완결형'이 관건

이날 진료의 핵심은 틀니 치료였다. 봉사단은 지난달 진료 후 추가 치료가 필요한 틀니 대상자 9명과 신규 진료 어르신 3명 등 12명을 오전·오후로 나눠 집중 진료했다.


 보건소 복도에서 접수를 돕는 여수시 삼산면 복지팀 류경완 주무관 (오른쪽)
보건소 복도에서 접수를 돕는 여수시 삼산면 복지팀 류경완 주무관 (오른쪽) 오병종

주말 휴일인데도 현장 접수를 도운 여수시 삼산면 복지팀 류경완 주무관은 "틀니 치료는 보통 병원을 여러 차례 오가야 하지만, 섬에서는 그게 쉽지 않다"며 "현장에서 바로 보정해 주는 방식이 어르신들에겐 굉장히 큰 실질적인 복지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치기공소 손재현 소장은 "틀니가 닳아 잇몸에 제대로 맞지 않아 고통을 겪는 분들이 많다"며 "레진을 추가해 즉각 보정하고, 한 달간 사용해 본 뒤 다음 달 다시 점검해 재제작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순천에서 활동 중인 신희창 치기공사 역시 "낙도 현장에서는 속도가 중요하다"며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치기공소 손재현 소장이 환자의 틀니를 점검하고 있다.
치기공소 손재현 소장이 환자의 틀니를 점검하고 있다. 오병종

의료진 8명, 장비는 여행가방 5개 분량

이날 봉사에는 의료진뿐 아니라 의료장비가 담긴 대형 여행가방 5개 분량의 장비가 함께 이동했다. 틀니 진료 특성상 치과의사 외에도 치기공사와 장비 협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물리적 부담도 점차 해소될 전망이다. 오창주 이사장은 "해수부와 협의를 마쳐 거문도여객선터미널 3층 공간 임대 절차를 마쳤다"며 "내년부터는 대형 장비를 상시 비치해 보다 안정적인 진료 환경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료진 근무도 제도화해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해외 의료봉사 경험을 살려 의료진 가족들의 봉사 참여도 확대할 계획"이라며 "섬 주민들에게 끊기지 않는 치과 진료를 제공해 복지를 향상시키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한 달에 한 번, 섬으로 향하는 치과진료. 이는 거문도 주민들에게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삶의 불편을 덜어주는 의료의 일상화다.

한 번의 봉사'가 아닌 '계속되는 진료'로

여수모아치과병원 치과의료봉사단의 거문도 진료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다. 불편이 해소될 때까지 꾸준한 진료를 이어가는 구조다. 이는 앞서 진행된 1차 봉사에서도 확인됐다. 당시 진료를 받은 어르신 상당수가 추가 진료 대상으로 분류돼 이번 2차 봉사로 연결됐다.

의료 접근성이 취약한 섬 지역에서 '치과 진료의 연속성'을 확보한 사례는 드물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모델이 공공의료의 빈틈을 메우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낙도 주민에게 치과 진료는 여전히 멀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한 달에 한 번,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오는 작은 진료실은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거문도에서 시작된 이 작은 변화가 섬 의료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복지뉴스에도 실립니다.
#거문도 #치과무료봉사 #모아치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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