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6년, 왜 공무원노조만 '예외'로 남아 있는 건가요

[주장] 공무원노조, 고용노동부에 '노조 아님 통보' 직권취소 진정… 첫 대면조사 열려

등록 2025.12.30 15:16수정 2025.12.3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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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아님' 통보 직권취소 요구 기자회견 8월 1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공무원노조 이해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위헌 위법한 '노조 아님 통보 직권 취소'와 '해직공무원복직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노조 아님' 통보 직권취소 요구 기자회견 8월 1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공무원노조 이해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위헌 위법한 '노조 아님 통보 직권 취소'와 '해직공무원복직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16년 전 국가 권력에 의해 내려진 '노조 아님' 통보는 과연 정당했을까. 그리고 그 위법성이 대법원 판결로 확인된 이후에도, 왜 공무원노조는 여전히 그 상태에 머물러 있을까.

지난 26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 사무실에서 고용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제기된 '노조 아님 통보 처분 직권취소' 진정 사건에 대한 첫 대면 조사가 진행됐다. 지난 11월 17일 공무원노조와 조합원들은 '과거 정부가 내린 위법한 행정처분을 장관의 권한으로 직권 취소하라'는 요구가 담긴 진정을 고용노동부에 냈다. 필자 역시 이 진정에 참여한 당사자 중 한 명이다.

이번 조사의 의미는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선다.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내려진 '노조 아님 통보'가 위헌·위법이라는 사법적 판단이 이미 내려졌음에도, 왜 공무원노조만 예외로 남아 있는지에 대해 정부 책임을 공식적으로 묻는 첫 절차이기 때문이다.

2009년 '노조 아님 통보', 그리고 시작된 공무원노조 탄압

문제의 시작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해직 공무원이 조합원으로 포함돼 있다는 이유를 들어, 공무원노조에 대해 "노동조합이 아니다"라는 행정처분, 이른바 '노조 아님 통보'를 내렸다. 이 처분의 근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이었다.

그러나 이 통보는 단순히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공무원노조를 '불법단체'로 규정하며 전방위적인 탄압을 본격화했다.

대정부교섭권을 배제하고 전국 곳곳에서 공무원노조 사무실이 폭력적으로 폐쇄됐고, 기존에 체결돼 있던 단체협약은 일방적으로 파기됐다. 조합비의 원천공제(체크오프)는 중단됐으며,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징계와 해직도 이어졌다. '노조 아님 통보'는 행정 처분이 아니라,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한 출발점이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위헌·위법 판결 이후에도 공무원노조만 예외

'노조 아님' 통보 직권취소 요구 진정서 제출 2025년 11월 17일, 공무원노조는 서울고용노동청에 고용노동부장관을 상대로 한 위헌·무효 처분인 '노조 아님' 통보 직권취소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노조 아님' 통보 직권취소 요구 진정서 제출 2025년 11월 17일, 공무원노조는 서울고용노동청에 고용노동부장관을 상대로 한 위헌·무효 처분인 '노조 아님' 통보 직권취소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공무원노조 제공

이 시행령 조항은 결국 202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헌법과 법률에 위배돼 위헌·무효라는 판단을 받았다. 이에 따라 같은 조항을 근거로 '노조 아님' 통보를 받았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고용노동부의 직권취소로 법적 지위를 회복했다.


정부 역시 해당 조항이 상위 법률의 위임 없이 시행령만으로 헌법상 노동 3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했다는 점을 인정해, 2021년 7월 시행령에서 법외노조 통보 근거를 삭제했다.

하지만 공무원노조는 달랐다. 같은 시기, 같은 조항, 같은 방식으로 내려진 위법한 처분이었음에도 공무원노조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노조 지위 박탈로 인해 시작된 탄압의 결과만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같은 위법 처분인데, 왜 공무원노조만 방치하나"

이번 조사에서 공무원노조가 가장 강하게 문제 삼은 지점은 형평성이다. 노조 측은 "동일한 위법 처분을 두고 전교조는 직권취소하면서, 공무원노조만 그대로 두는 것은 명백한 형평성 위반이자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2020년 9월 공무원노조의 직권취소 요구에 대해 "2009년 당시 공무원노조와 현재 조직은 동일하지 않다"며 취소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답변을 반복하며, 나아가 "처분의 상대방이 존재하지 않는다"고까지 주장했다.

이 같은 논리는 노조를 '불법단체'로 규정해 탄압해 온 과거 정부의 논리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름도 같고, 조직도 이어져 있는데, '상대방이 없다'는 주장은 일반 시민들은 물론 법률가들조차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노조의 "동일성은 이미 국가가 인정했다"

"노조 아님 통보 직권취소 촉구" 공무원노조 농성장 찾은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 2020년 9월 3일, 김영훈 전 민주노총위원장(가운데·현 고용노동부장관)이 세종시 고용노동부 청사앞에서 '노조 아님' 통보 직권취소를 요구하는 투쟁에 연대와 지지를 표하고 있다.
▲"노조 아님 통보 직권취소 촉구" 공무원노조 농성장 찾은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 2020년 9월 3일, 김영훈 전 민주노총위원장(가운데·현 고용노동부장관)이 세종시 고용노동부 청사앞에서 '노조 아님' 통보 직권취소를 요구하는 투쟁에 연대와 지지를 표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공무원노조는 노동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구체적인 근거들을 이번 조사에서 제시했다.

첫째, 승계의 실체다. 2009년 (구)전국공무원노동조합, 민주공무원노동조합,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이 하나의 노조로 합병할 당시 공무원노조는 규약을 통해 조합원·재산·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했다. 조직의 법적 연속성은 명확하다는 것이다.

둘째, 행정적 인정 사례다. 국세청은 해직자 생계비와 관련한 소득세 부과 과정에서 현재의 공무원노조를 원천징수의무자로 지정해 왔다. 다른 국가기관은 이미 동일한 법적 주체로 공무원노조를 인정해 재정행위를 해온 셈이다.

셋째, 입법 과정에서의 인정이다. 2021년 1월 제정된 '해직공무원 복직 관련 법률'의 입법 과정에서도 공무원노조의 동일성은 국가적으로 전제된 사실이었다.

노조는 "여러 국가기관이 이미 동일성을 인정하고 있는데, 노동부만 '상대방이 없다'며 외면하는 것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이것이 국가폭력이 아니면 무엇인가"

공무원노조는 이번 진정에서 2009년 '노조 아님 통보'가 단순한 행정 처분이 아니라, 정권 차원에서 기획된 노조 탄압이자 국가폭력이었다는 점도 강조하며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주도하여 공무원노조 무력화를 기획한 문건을 추가로 제출했다. 위법한 시행령을 수단으로 삼아 노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고, 이를 명분 삼아 사무실 폐쇄와 단협 파기, 조합비 원천공제 중단 등 조직 자체를 붕괴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그 피해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조합원들은 근속 기간 불인정, 연금 불이익 등 실질적인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감내하고 있다. 노조는 이 사안은 과거사가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는 권리 침해다.

공무원노조는 지난 8월 1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서울고용노동청·용산 대통령실·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오며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해 왔다. 이번 조사는 그 투쟁의 연장선에 있다.

노조는 특히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책임을 강조한다. 김 장관은 과거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 공무원노조의 '노조 아님 통보' 철회를 요구하는 투쟁에 연대했던 인물이다. 공무원노조는 "이제 장관은 연대의 위치가 아니라 결정의 위치에 서 있다"며 "위법한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탄압의 역사를 바로잡는 것이 진정한 법치"라고 촉구한다. 진정인들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단 한 명의 피해자라도 찾아 권리를 회복시키는 것이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법치'와 '정의'에 부합한다"라며 고용노동부에 결자해지를 요구했다.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억울한 사람이 없는 나라'는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이미 위법하다고 판명난 국가 권력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로 인해 벌어진 탄압과 피해를 바로잡는 데서 출발한다. 16년을 끌어온 공무원노조의 문제가 그 시험대에 올라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양성윤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공무원노조 #노조아님통보직권취소 #국가폭력 #이재명정부 #결자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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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 활동가로 일했다. 지금은 노동과 지역을 잇는 ‘민중의집’과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전환을 실천하는 ‘시민햇빛쿱’에서 활동하고 있다. 노동과 지역이 함께 만들어가는 건강한 공동체를 꿈꾼다, 갈등조정 분야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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