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프라방 UXO 센터 내부 실제 불발탄과 함께 전시된 패널에는 씨엥쿠앙, 아타푸, 세콩 등지에서 불발탄 피해를 겪은 주민들의 사연이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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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푸의 한 농민은 밭에서 나무를 베고 땅을 정리하던 어느 날, 땅속에 묻혀 있던 폭탄이 폭발했다. 그는 다리를 잃었고, 함께 일하던 가족 한 명은 현장에서 숨졌다. 불발탄의 위험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생계를 위해 그는 다시 밭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세콩 출신의 한 남성은 어린 시절 전쟁과 폭격을 피해 숲과 동굴을 전전하며 자랐다. 전쟁이 끝난 뒤 가정을 이루고 잠시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밭을 일구던 중 불발탄이 폭발해 아들을 잃었고, 자신 역시 다리를 잃었다. 이후 그는 세속의 삶을 떠나 승려의 길을 택했다.
라오스에서 불발탄은 한 순간의 사고로 끝나지 않는다. 그 폭발은 한 사람의 몸을 앗아가고, 한 가족의 역할을 바꾸며, 한 지역의 미래를 흔든다. 전쟁은 끝났지만, 불발탄은 지금도 사람들의 삶 속에서 조용히 시간을 무너뜨리고 있다.

▲UXO 센터 에는 불발탄 실물과 이를 활용한 예술 작품이 함께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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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한쪽에는 폭탄 껍질 위에 사람들의 이야기를 새긴 예술 작품이 놓여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을 해치기 위해 만들어진 무기의 외피가, 전쟁 이후의 삶을 기록하는 작품이 된 것이다. 세계유산으로 남은 풍경의 아름다움과 관광지로서의 활력은 이 도시를 특별한 여행지로 만든다. 그러나 UXO 센터는 그 아름다움이 결코 아무 대가 없이 주어진 것이 아님을 조용히 상기시킨다.
루앙프라방은 두 개의 시간을 함께 걷는 도시다. 하나는 사원이 전하는 고요와 수행의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땅속에 남아 오늘의 삶을 위협하는 전쟁의 시간이다. 루앙프라방을 찾는다면 예스러움 아름다움이 남은 풍경만 둘러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UXO 센터를 함께 방문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선택이 될 것이다. 이 도시는 보여지는 시간만큼, 기억해야 할 시간도 함께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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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도시 루앙프라방, 아름다움 아래 남은 불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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