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도시 루앙프라방, 아름다움 아래 남은 불발탄

세계에서 1인당 가장 많은 폭격을 받은 라오스... 그 진실을 만날 수 있는 UXO센터

등록 2025.12.31 09:00수정 2025.12.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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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루앙프라방 푸시산에서 바라본 낙조 .
▲라오스 루앙프라방 푸시산에서 바라본 낙조 . ACN아시아콘텐츠뉴스

메콩강과 남칸강이 만나는 도시, 사원과 프랑스 식민지 건축이 어깨를 맞댄 곳. 12월 초 방문한 루앙프라방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라오스 관광지 가운데 하나다.

새벽 탁발 행렬, 푸시산의 낙조, 야시장, 꽝시폭포의 물빛까지. 이 도시는 '느리게 걷는 여행'의 대명사로 불린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구시가지는 그 자체로 역사 속 한 장의 엽서다.


루앙프라방 UXO센터 모습 .
▲루앙프라방 UXO센터 모습 . ACN아시아콘텐츠뉴스

그러나 구시가지에서 차로 몇 분만 벗어나면, 이 도시가 간직한 또 다른 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 루앙프라방 UXO 센터다.

루앙프라방은 베트남전 시기 '폭격의 중심지'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북부 산악지대와 옛 보급로를 따라 투하된 폭탄의 잔해가 지금까지 남아 있다. 전쟁은 끝났지만, 불발탄은 현재형이다. 라오스는 세계에서 1인당 가장 많은 폭격을 받은 나라로 기록돼 있다. 수백만 발의 폭탄 가운데 상당수가 폭발하지 않은 채 농지와 숲, 마을 주변에 묻혔다.

이곳에는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삶의 이야기들이 기록돼 있다. 씨엥쿠앙의 한 여성은 교사가 되기 위해 수도 비엔티안의 국립대학에 진학했다. 졸업 뒤에는 고향으로 돌아와 농촌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불발탄 사고로 한쪽 팔과 다리 일부를 잃었다. 교단에 서겠다고 믿어왔던 삶의 방향은 그날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루앙프라방 UXO 센터 내부 실제 불발탄과 함께 전시된 패널에는 씨엥쿠앙, 아타푸, 세콩 등지에서 불발탄 피해를 겪은 주민들의 사연이 기록돼 있다.
▲루앙프라방 UXO 센터 내부 실제 불발탄과 함께 전시된 패널에는 씨엥쿠앙, 아타푸, 세콩 등지에서 불발탄 피해를 겪은 주민들의 사연이 기록돼 있다. ACN아시아콘텐츠뉴스

아타푸의 한 농민은 밭에서 나무를 베고 땅을 정리하던 어느 날, 땅속에 묻혀 있던 폭탄이 폭발했다. 그는 다리를 잃었고, 함께 일하던 가족 한 명은 현장에서 숨졌다. 불발탄의 위험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생계를 위해 그는 다시 밭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세콩 출신의 한 남성은 어린 시절 전쟁과 폭격을 피해 숲과 동굴을 전전하며 자랐다. 전쟁이 끝난 뒤 가정을 이루고 잠시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밭을 일구던 중 불발탄이 폭발해 아들을 잃었고, 자신 역시 다리를 잃었다. 이후 그는 세속의 삶을 떠나 승려의 길을 택했다.


라오스에서 불발탄은 한 순간의 사고로 끝나지 않는다. 그 폭발은 한 사람의 몸을 앗아가고, 한 가족의 역할을 바꾸며, 한 지역의 미래를 흔든다. 전쟁은 끝났지만, 불발탄은 지금도 사람들의 삶 속에서 조용히 시간을 무너뜨리고 있다.

UXO 센터 에는 불발탄 실물과 이를 활용한 예술 작품이 함께 전시돼 있다.
▲UXO 센터 에는 불발탄 실물과 이를 활용한 예술 작품이 함께 전시돼 있다. ACN아시아콘텐츠뉴스

센터 한쪽에는 폭탄 껍질 위에 사람들의 이야기를 새긴 예술 작품이 놓여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을 해치기 위해 만들어진 무기의 외피가, 전쟁 이후의 삶을 기록하는 작품이 된 것이다. 세계유산으로 남은 풍경의 아름다움과 관광지로서의 활력은 이 도시를 특별한 여행지로 만든다. 그러나 UXO 센터는 그 아름다움이 결코 아무 대가 없이 주어진 것이 아님을 조용히 상기시킨다.


루앙프라방은 두 개의 시간을 함께 걷는 도시다. 하나는 사원이 전하는 고요와 수행의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땅속에 남아 오늘의 삶을 위협하는 전쟁의 시간이다. 루앙프라방을 찾는다면 예스러움 아름다움이 남은 풍경만 둘러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UXO 센터를 함께 방문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선택이 될 것이다. 이 도시는 보여지는 시간만큼, 기억해야 할 시간도 함께 품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ACN아시아콘텐츠뉴스에도 실립니다.
#라오스 #루앙프라방 #UXO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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