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정식 의원.
남소연
최근 김병기 민주당 의원의 배우자가 2022년 동작구의회 부의장이었던 조진희 전 구의원의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로 270만 원을 사적 사용했다는 의혹, 2022년 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김경 서울시의원이 강선우 의원 측에 1억 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오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당사자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었고 사안 자체가 공금 횡령과 뇌물수수라는 중범죄에 해당하는 만큼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사안을 단순히 개인의 부도덕성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본질을 놓치게 된다. 왜 기초의원들이 국회의원에게 향응과 금품을 제공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조진희 전 동작구의원과 김경 서울시의원은 왜 김병기·강선우 의원에게 잘 보여야 했을까. 앞서 내가 들었던 말처럼, '줄을 서야' 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기초의원이 되는 데 결정적인 권한, 즉 공천권을 국회의원들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의원 93%가 거대 양당 출신
202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기초의원 2601명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은 1218명, 국민의힘 소속은 1216명이다. 전체의 93%가 거대 양당 출신이다. 현재 기초의원 선거구는 2~3인 선거구로 구성되어 있어, 2인 선거구에서는 거대 양당이 나란히 1명씩 당선되는 구조가 일반적이고, 3인 선거구에서도 결국 나머지 1석을 두고 경쟁이 벌어진다.
더 심각한 문제는 무투표 당선이다. 전체 2601명 중 무려 508명, 약 20%가 단 한 표의 유권자 선택도 거치지 않고 정당의 추천만으로 의원이 되었다. 그만큼 현행 기초의원 선거 구조에서 정당의 공천권은 절대적이며, 그 공천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지역위원장(민주당) 또는 당협위원장(국민의힘), 즉 현역 국회의원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이 구조 속에서 기초의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에게 잘 보이려 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번에 드러난 사례들이 그 선을 넘어, 불법의 영역으로까지 갔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 한국 정치 구조적 성찰 출발점 되길

▲ 강선우 의원
남소연
그렇다면 해법은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것일까. 제도를 바꾸는 일에는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 제도를 다시 논의해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는 2006년에 도입되었고, 그 이전에는 지금의 교육감 선거처럼 정당 추천 없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구조였다. 당시에는 지역 유지들에게 유리한 제도였다는 평가도 있다. 제도 도입 20년이 지난 지금, 유권자인 우리는 정당의 간판이 아니라 인물과 정책을 보고 지역의 일꾼을 뽑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지금의 공천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공천 싸움'과 '줄 싸움'은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 기초의원이 국민이 아니라 정당과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잘 보여야 하는 구조에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번 사태가 한국 정치가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한 구조적 성찰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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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당 대표 최지선입니다. 시민 개개인이 주인이 되어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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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강선우 사태의 본질은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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