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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찍어야지"... 영유아에게 이래도 되는 걸까?

[기후의 시간] 2026년엔 국가 의료방사선 관리 체계 만들고, 영유아 의료방사선 관리 수첩 도입해야

등록 2026.01.01 18:17수정 2026.01.0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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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병원 CT 장비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대학병원 CT 장비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연합뉴스

우리는 "조기 진단이 생명이다", "CT(컴퓨터단층촬영)로 빨리 확인하자"는 말을 자주 듣는다. 언론 보도, SNS, 유튜브를 통해 의료 방사선 검사가 질병을 찾아내고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 얼마나 유용한지 충분히 학습해 왔다. 반면 그 이로움의 그림자에 대해선, 의료 영역 안에서는 거의 말해지지 않는다.

'방사선'이라는 단어는 원전 사고나 산업 재해와 연결되면 '매우 위험하다'로 인식되지만, 병원에서의 방사선은 '필요한 검사'와 연결되면 순식간에 무해한 기술처럼 여겨진다. "CT 한번 찍어보시죠"라는 의사의 말 앞에서 환자의 선택은 사실상 사라진다.

진단을 위해 검사 자체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의료 방사선 피폭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위험이라는 점이다. 개인이 불안을 감내하며 요행을 바라는 방식으로는, 이 위험을 줄일 수 없다.

늘어나는 의료방사선 검사, 이대로 괜찮을까?

질병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의료방사선 검사 건수는 2007년 1억 6천만 건에서 2023년 3억 9천만 건으로 약 2.5배 증가했고, 국민 1인당 의료방사선 피폭선량은 2007년 0.93mSv에서 2023년 3.13mSv로 약 3.4배 증가했다. 장비도 늘어 2024년 기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가 10만 대가 넘게 운영된다고 한다. 2024년 한 해만 보더라도 의료방사선 검사 건수는 약 4억 1270만 건으로 국민 1인당 8건 수준이며 전년 대비 증가했고, 피폭선량은 총 16만 2090 man·Sv, 국민 1인당 3.13mSv로 제시된다.

국민 의료방사선 이용량 및 피폭선량 현황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국민 의료방사선 통계
▲국민 의료방사선 이용량 및 피폭선량 현황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국민 의료방사선 통계 질병관리청

특히 검사 건수 비중은 일반촬영이 압도적으로 크지만, 피폭선량은 CT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CT는 검사 건수 비중이 크지 않아도, 검사 '한 번'이 가져오는 선량이 크기 때문에 전체 피폭을 좌우한다. 의료 기술의 발전과 접근성 확대가 '검사량 폭증'으로 곧장 이어질 때, 그 비용은 건강보험 재정만이 아니라 우리 몸에 누적되는 위험으로도 지불되는 것이다.

의료방사선 검사 종류별 이용 현황 질병관리청 발표 2024년 의료방사선 검사 종류별 이용 통계
▲의료방사선 검사 종류별 이용 현황 질병관리청 발표 2024년 의료방사선 검사 종류별 이용 통계 질병관리청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사실은 "우리 인체는 피폭을 기억한다"라는 점이다. 저선량 엑스레이 한 번이 곧바로 치명적 손상을 만든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방사선은 세포 수준에서 유전자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물 분자를 쪼개 활성산소를 증가시키며, DNA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인체에는 복구 메커니즘이 있고 많은 손상은 복구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복구가 '항상'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누적된 피폭의 영향은 즉각적인 증상이 아니라 확률의 형태로 나타나며, 그 확률은 개인의 체질과 건강상태, 성장 단계, 성별과 같은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피폭이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지나가고, 다른 사람에게는 돌연변이·노화 촉진·질병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불확실성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순간, 방사선 피폭은 "내가 운이 좋을지 나쁠지"에 달린 문제가 되고 만다.

그 불확실성이 가장 잔인하게 작동하는 대상이 영유아와 아동, 그리고 가임기 여성이다. 성장기 아이들은 세포 분열이 활발하고,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길다. 같은 선량이라도 아이에게 더 큰 생물학적 영향을 줄 수 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누적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커진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영유아 의료방사선에 대해 "아프면 찍어야지"라는 상식으로 모든 고민을 덮어버린다. 진료실에서 보호자는 불안을 안고 있고, 의사는 바쁜 시간 속에서 '빠른 확진'을 최우선 가치로 선택하기 쉽다. 그렇게 영유아는 가장 보호받아야 할 시기에, 가장 쉽게 방사선 검사로 내몰린다.

이 문제는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제도가 '정당화'와 '최적화'를 실질적으로 작동시키지 못하는 구조의 문제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의료 피폭에서 정당화(필요한가)와 최적화(최소 선량인가)를 원칙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원칙은 너무 자주 선언으로만 남는다.

의료 피폭에 일반인 연간선량한도 1mSv를 적용하지 않는 이유는 "의학적 이득이 위험보다 크다"는 전제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 전제가, 불필요한 검사까지 의료의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문이 되기도 한다. 이상 소견이 없거나 비방사선 검사로 대체 가능한 상황, 혹은 임상적으로 굳이 필요하지 않은 반복 촬영까지 의료 행위라는 이유만으로 수행된다면, 그 검사는 정당화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한국의 의료 환경에서는 정당화 판단이 사실상 의사의 재량에 맡겨져 있고, 환자의 동의는 '이해에 근거한 동의'라기보다 절차를 통과하기 위한 요식행위로 흐르기 쉽다. 여기에 의료기관의 경영 부담과 건강보험 행위별 수가제가 결합하면 검사 건수 증가는 구조적으로 강화된다. "검사하면 병원도, 환자도, 제도도 편해지는" 방향으로 유인이 세팅되어 있는 셈이다.

과잉 촬영 억제를 위한 대책으로 흔히 거론되는 것이 진단참조준위(DRL)다. DRL은 특정 검사의 선량이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권고 상한선' 역할을 한다. 그러나 DRL은 원리상 "선량을 많이 쓰는 기관을 평균 수준으로 낮추자"는 장치에 가깝고, 무엇보다 법적 구속력이 약하다. 더 치명적인 한계는 DRL이 '최적화'에는 관여할 수 있어도 '정당화'에는 관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낮은 선량으로 CT를 찍는다고 해서 그 CT가 꼭 필요했다는 뜻은 아니다. 마치 연비가 좋은 자동차로 불필요한 드라이브를 반복해도, 총 연료 소비는 늘어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지금 "한 번의 검사 선량을 조금 줄였으니 괜찮다"는 식의 위안으로, "검사가 정말 필요했는가"라는 질문을 회피하고 있지 않은가. 방사선 안전의 출발점은 선량의 미세 조정이 아니라, 검사의 필요성을 체계적으로 따지는 제도에 있을 것이다.

'영유아 의료 방사선 관리 수첩'과 국가적 선량 관리의 필요성

 현재 한국은 국가 의료방사선 관리 체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한국은 국가 의료방사선 관리 체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Pixabay

이 지점에서 의료방사선 관리 체계의 부재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직업성 피폭은 국가가 기록과 관리를 통해 일정 부분 통제한다. 그러나 환자의 의료 피폭은 '각 병원' '각 검사' '각 진료과' 단위로 흩어져 있다. 디지털 영상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검사별 선량 정보가 자동으로 기록되는 환경이 되었음에도, 환자는 자신의 누적 선량이 얼마인지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

CT를 찍은 병원, 치과 파노라마를 찍은 치과, 유방촬영을 한 검진기관을 각각 찾아가 따로따로 묻고 기록해야 한다면, 사실상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환자 선량 기록은 DRL 운영의 기초이자, 무엇보다 '환자의 알 권리'와 '이해에 근거한 동의'의 토대다. 정보가 없으면 동의는 성립할 수 없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의료방사선 관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국가 시스템이다. 진료부서와 검사부서를 분리해 책임을 명확히 하고, 진료부서는 검사 의뢰 시 정당성과 대체 가능성, 예상 선량과 위험을 설명해야 한다. 검사부서는 장비의 안전성과 프로토콜의 적정성을 확보하고, 환자별 선량 정보가 자동으로 기록·축적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권고'가 아니라 '의무'다. 정당화 과정이 의사의 마음속 판단으로 끝나지 않고, 기록으로 남아 검증 가능해야 한다. 최적화 또한 "장비가 알아서 한다"가 아니라, 표준 프로토콜과 교육, 전문인력 참여를 통해 실제 선량이 줄어드는 구조여야 한다.

특히 영유아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예방접종수첩이 아이의 건강 이력을 사회가 함께 관리하는 도구라면, 영유아 의료방사선 관리 수첩은 아이의 방사선 노출 이력을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영유아는 스스로 검사 여부를 결정할 수 없고, 보호자는 의료 권위 앞에서 취약해지기 쉽다. 그래서 더더욱 국가가 기록과 설명, 대체 검사 우선 원칙, 반복 촬영 제한을 제도화해야 한다.

영유아 의료방사선 관리 수첩은 단지 종이 한 권이 아니라, 국가적 선량 기록 체계와 연결된 '권리의 증표'가 되어야 한다. 언제 어떤 검사를 했고, 대략 어느 정도의 선량이었는지, 누적 선량은 어느 정도인지, 다음 검사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보호자가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까지 담아야 한다. 이 수첩은 보호자에게 "검사를 거부하라"가 아니라 "필요성을 질문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도구여야 한다.

교육도 빠질 수 없다. 의료진에게는 환자에게 선량과 위험을 설명하는 역량, 대체 검사를 고려하는 임상 판단, 소아 전용 프로토콜을 적용하는 기술, 납 차폐 등 보호 조치를 안내하는 절차가 체계적으로 교육되어야 한다. 시민에게는 의료방사선이 무조건 위험하니 피하라는 공포가 아니라, 검사 선택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기록을 요구할 수 있는 실천 지식이 전달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촬영은 했는데 무엇을 얼마나 받았는지 모르는 상태'가 계속된다면, 우리는 매년 "의료 방사선 피폭량이 증가했다"는 보도를 반복해서 보게 될 뿐이다.

의료방사선은 현대 의학의 중요한 도구다. 그렇기 때문에 더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방사능에 취약한 영유아가 불필요한 피폭의 부담을 떠안는 사회는 정의롭지 않다. 이제 우리는 '병원 안의 방사선'을 개인의 선택과 의료진의 선의에만 맡겨두는 시대를 끝내야 한다. 국가적 의료방사선 관리 체계를 만들고, 영유아 의료방사선 관리 수첩을 도입하자. 기록과 설명, 정당화와 최적화, 책임과 감독이 실제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자. 그때 비로소 CT는 '필수 조건'이 아니라, 정말 필요할 때 선택될 수 있는 의료가 된다.
#의료방사선 #질병관리청 #피폭 #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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