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4년 11월 25일 국제플라스틱협약 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가운데, 기후위기비상행동, 플라스틱협약 부산시민행동, 플뿌리연대와 세계환경단체 활동가들이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한 강력한 협약 성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김보성
최근 유엔환경계획(UNEP)과 여러 환경 연구기관이 인류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재사용 및 반납 시스템'을 도입하면 2040년까지 플라스틱 오염의 80% 이상을 없앨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특히 패키징 분야에서는 오염원을 97%까지 줄일 수 있다는 놀라운 전망도 제시됐죠.
그러나 '배달공화국'이라 불리는 한국의 현실은 여전히 일회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은 약 104kg으로, 호주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입니다. 특히 가정에서 나오는 플라스틱의 78% 이상이 식품 포장재라는 사실은 우리 일상이 얼마나 플라스틱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이제는 편리함을 핑계로 삼아온 소비 습관을 버릴 때입니다. 우리가 직면한 다섯 가지 핵심 이슈를 해외의 성공적인 '재사용 모델'과 비교하며 해결책을 제안해 보겠습니다.
① 생수병 : '별도 배출'을 넘어 '무한 반납'
그린피스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일회용 플라스틱 배출의 37.6%가 생수와 음료에서 발생합니다. 한국에서는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이 일반화됐지만, 여전히 소비 후에는 '쓰레기'가 되는 구조입니다.
반면, 독일의 '판트(Pfand)' 제도는 강력한 대안을 제공합니다. 생수나 음료를 구매할 때 약 0.25유로(약 350원)의 보증금을 내고, 빈 병을 자동 회수기에 넣으면 즉시 현금이나 마트 쿠폰으로 돌려받습니다. 이 덕분에 독일의 페트병 회수율은 98%에 달하며, 수거된 병은 세척 후 다시 음료로 채워집니다. 단순히 버리는 법을 배우는 것을 넘어서 '병은 돈이자 자원'이라는 인식이 일반화된 모델입니다.
② 배달 용기 : '한 번의 편리함'을 이긴 '시스템의 효율'
한국의 배달 용기 쓰레기는 연간 1인당 500개를 넘습니다. 이는 하루에 1.5개 이상의 용기를 버리는 셈이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의 '루프(Loop)'와 버거킹의 협업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객이 1파운드의 보증금을 내고 재사용 전용 용기에 담긴 햄버거와 음료를 주문한 뒤, 식사 후 매장 앞 전용 수거함에 스캔해 넣기만 하면 됩니다. 수거된 용기는 전문 세척 센터에서 살균되어 다시 매장으로 돌아갑니다. 개인의 불편함인 설거지를 '전문 세척 시스템'으로 해결한 것입니다.
③ 비닐봉투 : '유료화'를 넘어 '재사용 가능 소재'로 전환
영국은 일회용 비닐봉투에 비용을 부과하여 주요 소매점의 비닐 사용량을 98%나 줄였습니다. 한국도 유료화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여전히 1인당 연간 비닐봉투 사용량은 약 533개로, 주요 유럽 국가에 비해 10배 이상 높습니다. 여기에 속비닐과 배달용 비닐, 일회용 비닐 용품까지 포함하면 유료화의 사각지대는 상당히 큽니다. 북유럽 국가들은 비닐 대신 견고한 '재사용 가방'을 대여하고 반납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켰습니다. 비닐을 '살 수 있는 소모품'이 아닌 '빌려 쓰는 공용 자산'으로 바꾼 것입니다.
④ 일회용 컵 : '5%의 재활용률'을 비웃는 '90%의 회수율'
한국의 일회용 컵 사용량은 약 33억 개에 달하지만, 재활용률은 5%를 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반면, 루마니아의 'RetuRO' 시스템은 최근 2년 동안 기적을 일궈냈습니다. 과거 유럽 내 최하위권이었던 재활용률이 통합 보증금 시스템 도입 후 90%대로 올라갔습니다. 마을 곳곳에 배치된 수거기와 투명한 이력 추적 시스템은 시민들에게 '환경 기여'라는 성취감을 심어줍니다. 이는 한국의 컵 보증금제가 나아가야 할 '표준화된 시스템'의 필요성을 잘 보여줍니다.
⑤ 생활용품 용기 : '리필 스테이션'의 대중화
우리가 매일 쓰는 샴푸, 바디워시, 세제 등의 용기는 크고 복잡한 구조로 인해 분리 배출이 까다롭습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채워 쓰는 문화가 이미 자리 잡혔습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마트에서는 대형 세제 디스펜서가 흔한 풍경입니다. 소비자는 집에서 가져온 용기에 필요한 양만큼 담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는 플라스틱 용기 생산 비용을 줄여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경제적 이점도 제공합니다. 한국의 리필 스테이션이 아직 '힙한 매장'에 그치고 있다면, 해외에서는 이를 '가장 저렴하게 쇼핑하는 방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해외 사례들이 말해주는 핵심은 분명합니다. 개인의 선의에만 의존하는 탈플라스틱은 한계가 있으며, 지금이 그럴 단계도 아닙니다. 기업과 정부의 규제를 이끌어내는 가장 강력한 동력은 결국 소비자의 인식 변화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편리함이 미래 세대의 자원을 가로채는 허상일 수 있습니다. '재사용과 반납이 일회용보다 더 쉽고 경제적이어야 한다'는 대전제 하에 국가적 인프라가 구축될 때, 우리는 비로소 2040년 '플라스틱 오염 제로'를 이룰 수 있습니다. 편리함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편리함을 설계하는 지혜가 지금 우리에게 절실합니다. 플라스틱 공화국의 불편함은 시스템 자체의 새로운 설계와 시도로만 바꿀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미래는 우리의 현재 결단과 대응에 따라 그 속도가 결정될 것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굿모닝 퓨쳐'는 전문가들의 자발적인 모임인 '지속가능한 우리 사회를 위한 온라인 포럼'이 현 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안하기 위해 우리 사회와 대화하는 창구입니다.
공유하기
호주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 정말 버려야 할 이 습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