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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 생리대가 유독 비싼가? 대통령이 알아야 할 영악한 행태

[최기원의 세금이야기] 대통령의 '생리대 가격' 정조준, 이번에는 단순 조사 넘어설까

등록 2026.01.07 15:41수정 2026.01.0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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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각에서 정부 조세재정정책의 이면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세금과 예산은 민주정치의 전제이자 결론이며,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기자말]

 마트에 진열된 생리대
마트에 진열된 생리대 연합뉴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성평등부 업무보고에서 생리대 가격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대통령은 국내 생리대 가격이 유독 높다고 지적하면서 소수 기업 독과점에 의한 담합에서 비롯된 것인지 조사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화답하듯 공정거래위원회는 즉각적인 조사 착수를 발표했다.

사실 이 장면은 그리 낯설지 않다. 생리용품 가격을 둘러싼 사회적 요구는 어느덧 20년을 훌쩍 넘긴 유서 깊은 문제다. 2000년대 초반 부가가치세 면세 요구를 시작으로 2004년 면세 품목 지정, 2016년 유한킴벌리의 가격 인상과 철회, 그리고 2018년 공정위의 담합 조사와 무혐의 결론이 있었다. 이후 '깔창 생리대'로 상징되는 저소득층 청소년의 건강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정부는 이들에게 생리대를 무상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이번 문제 제기는 여성환경연대의 '2023 일회용 생리대 가격 및 광고 모니터링' 자료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조사는 국내 462종과 해외 11개국 66종의 생리대를 비교한 광범위한 리포트로, 국내 생리대 평균 가격이 해외보다 개당 약 195.6원(39.6%) 비싸다는 수치를 제시했다. 일반 소비자 물가상승률이나 원재료인 펄프 가격 인상 폭보다 생리대 가격 인상률이 더 가팔랐다는 다른 여러 조사 역시 대통령의 문제의식에 힘을 실어준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담합이라는 기업의 법률 위반 여부를 가려내는 작업을 넘어, 왜 이 시장이 경직된 고가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지 구조적 분석에 기반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논의가 반복되어도 현상은 그대로라면 접근법에 변화를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왜 한국 생리대가 유독 비싼가?

한국 생리대 시장의 높은 가격을 설명하는 표준적인 논리는 '독과점 시장 구조'다. 상위 4개 업체가 시장 전체를 독식하는 구조 속에서, 주요 플레이어들은 강력한 가격결정력을 갖게 된다. 생리대는 대체재를 찾기 어려운 '필수재'다. 수요가 가격 변화에 민감하지 않은(비탄력적) 시장에서 기업으로서는 원가에 높은 마크업(Mark-up)을 붙여도 소비자가 이탈할 걱정이 적다.

그러나 독과점 구조 그 자체만으로는 '왜 한국 생리대 가격이 유독 높은지'는 설명할 수 없다. 미국 시장만 해도 P&G가 절반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생리대 시장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면서 독과점 양상을 띤다. 무역 장벽이 높은 것도 아니다. 해외 주요 업체들은 한국 시장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으며, 대한민국은 다수의 주요 국가와 FTA를 맺고 있어 공산품의 관세는 극히 낮은 수준이다. 대통령은 관세 없이 생리대를 수입하는 것도 검토하라고 했지만 이미 수입 생리대 관세는 사실상 0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왜?


첫째는 시장 진입의 정체를 꼽을 수 있다. 다양한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킬 중소 사업자들이 진입할 틈새가 보이지 않는다. 혁신적인 저가형 모델이나 다양한 선택지가 나오기보다, 기존 대형 업체들이 짜놓은 판 위에서만 경쟁이 이뤄진다. 한국에서 생리대는 공산품이 아닌 의약외품으로 분류되어 있고, 이에 따라 제조관리자 선임과 약사법에 따른 각종 품질 관리·검사 업무가 부과되어 중소업체의 진입이 어렵고 규제비용이 제조단가로 전가된다. 같은 독과점 시장이라도 중소 업체의 생태계가 형성된 생리대 시장과 그렇지 않은 한국 시장은 다르다.

둘째는 유통망의 경로의존성이다. 독과점 기업들이 대형 마트와 편의점의 매대를 장악함으로써 생기는 보이지 않는 유통 장벽은 해외 업체의 진출이나 신규 브랜드의 성장을 가로막는다. 온라인 플랫폼의 확대로 이 우위가 다소 약화되고는 있으나, 생리대처럼 긴급한 구매가 잦은 품목의 경우 오프라인 유통망의 영향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러한 생산자 우위의 환경은 가격 인하 압력을 상쇄하는 요인이 된다.


셋째는 상품의 프리미엄화 전략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생리대 유해 성분 파동을 겪으며 안전성에 극도로 민감해졌다. 기업들은 공포를 마케팅의 기회로 삼았다. 유기농, 친환경 등 프리미엄 수식어를 붙인 신제품을 주류로 만들고, 이를 핑계로 가격을 끌어올렸다. 소비자들이 고가 제품에 익숙해질 즈음 저가 라인을 축소하거나 단종시킨다.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혁신으로 볼 수도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마진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가격 인상의 도구로 새 제품을 활용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경쟁을 복원하기 위한 현실적 카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25년 12월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25년 12월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시장적 해법은 현재의 정체된 과점 시장에 경쟁의 활력을 불어넣는 데서 찾아야 한다. 단순히 기업을 압박하는 수준을 넘어, 시장의 규칙 자체를 바꾸는 접근이 필요하다.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유통을 혁신하고 경쟁력 있고 다양한 제품군을 제공하는 시장참여자들의 등장을 유도하는 정책을 고려할 수 있다.

우선 시장 진입 장벽의 완화와 지원이 필요하다. 생리대의 안전성에 민감한 국내 시장에서 의약외품 지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동시에 까다로운 규제비용 발생으로 중소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품질검사, 모니터링, 신고, 규제에 맞는 설비투자 비용에 대한 지원이 없다면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은 극히 어려울 수 있다. 의약외품 분류가 과다규제가 아닌지, 공공의 역할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

둘째는 독과점 업종에 대한 PB(Private Brand) 상품 규제 완화다. 유통 대기업의 PB 상품은 제조사의 매대 독점을 해소하고 시장 가격을 끌어내리는 강력한 '이이제이(以夷制夷)' 카드가 될 수 있다. 유통 플랫폼의 독점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으나, 제조 독점을 깨기 위해서는 유통의 활력을 이용하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북미와 유럽 생리용품 시장의 경쟁 심화는 PB상품이 한몫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셋째는 공공조달 시장의 전면적 활용이다. 현재 정부가 시행하는 청소년 생리용품 지원 사업에서 중소 혁신기업 제품을 우대하는 방식이다. 생리대는 청소년기 처음 접한 브랜드에 정착하는 특성이 강하다. 공공이 중소 혁신기업 제품의 초기 시장 형성을 뒷받침 해준다면, 장기적으로 대형 업체 일변도의 시장을 흔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강력한 수단은 '기업분할명령제'의 도입이다. 필수 소비재 시장을 독점적으로 장악하면서도 소비자 후생을 향상시키지 않는 기업에 대해 분할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실제로 분할하지 않더라도, 그런 사회적 압력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업의 과도한 마크업 확대를 억제하는 시그널이 된다.

영세율은 마법의 지팡이가 아니다

이와 함께 조세정책으로 '영세율'을 고려할 수 있다. 현재의 '부가가치세 면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감세 정책이다. 면세가 최종 소비자가 내는 부가세 10%만 깎아 주는 것이라면, 영세율은 제조 단계의 원재료 매입 단계에서 낸 부가세까지 모두 환급해 원가를 더 낮춰주는 방식이다.

문제는 영세율로 낮아진 원가를 기업이 가격으로 반영하는가다. 생산자는 조세감면의 혜택을 가격인하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나눠줄 수 있고, 기업이 다 가져갈 수도 있다. 생리용품과 같이 수요가 가격에 민감하지 않고(수요비탄력적) 공급 조절에 제약이 적은 필수재 성격의 재화는 세금 감면이 상당한 가격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2004년 부가가치세 면세 이후 생리대 가격은 상승폭이 주춤해지긴 했으나 면세된 부가세율 10%에 가까운 가격 하락은 없었다. 효과 또한 일시적이었다. 정다운(2021)에 따르면, 비슷한 원재료와 공정으로 제조되지만 과세 대상인 화장지와 면세 대상인 생리대의 가격 추이를 비교했을 때 2014년 이후에는 사실상 차이가 없음이 확인된다. 이는 세금 감면의 혜택이 소비자에게 가지 않고, 기업의 이윤으로 상당 부분 귀속되었음을 시사한다.

결국 과점 구조가 견고하고 기업의 가격 결정력이 압도적인 시장에서는 조세 감면의 물가 인하 효과가 제한적·한시적이라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경쟁 시장으로의 체질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 조세 지원은 한시적 효과에 그치면서 결과적으로 기업의 배만 불려주는 조세 정의의 훼손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21대와 22대 국회에서도 생리대 영세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었으나, 시장 개혁 조치가 병행되지 않는 한 그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월경권' 보장을 위한 보편 지원이라는 관점 전환

 2021년 11월 17일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대표(오른쪽)가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당 강은미 의원, 정의당 청소년위원회와 함께 안전한 월경권 보장 및 월경용품 보편지급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년 11월 17일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대표(오른쪽)가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당 강은미 의원, 정의당 청소년위원회와 함께 안전한 월경권 보장 및 월경용품 보편지급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시장의 효율을 높이거나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은 대가가 따른다. 수입 우대는 가뜩이나 박약해진 국내 공산품 제조 기반을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공공부문의 중소업체 지원은 시장 비효율을 정부와 소비자가 감내한다는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유통사의 PB상품 장려는 플랫폼을 낀 더욱 강력한 과점시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다. 소비자의 프리미엄 상품 선호가 사실이라면 국제 수준보다 높은 시장가격은 감당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근본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강력하게 작동하는 생리용품 시장에서는 과점을 피할 수 없고, 이 때문에 세금 인하 전략이 잘 먹히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다수의 국가들이 물가안정 전략으로 부가세 면세 전략을 택하지 않거나 한시적으로만 활용하는 이유다.

때문에 문제를 시장 정상화와 세금 감면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는 경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생리용품의 보편적 지원이다. 여성이 안전하게 생리할 권리를 소비자로서의 '선택권'이 아닌, 시민으로서 '기본권'으로 보장하자는 발상의 전환이다. 스코틀랜드는 2023년부터 모든 여성에게 무상으로 생리용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한국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현재 저소득층 생리용품 바우처 사업에 연간 약 130억 원을 쓰고 있다. 이를 모든 여성에게 확대할 경우 연간 약 50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큰 액수긴 하나 기본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지출의 폭은 대상 규모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일정 수준의 행정적 비효율과 재정 부담은 불가피하지만, 이는 우리 사회가 무엇을 더 중한 가치로 판단하느냐는 '결단의 문제'다.

빌런 찾기를 넘어 새로운 규칙으로

대통령이 지적한 '높은 생리대 가격'이라는 문제의식은 타당하고 긴요하다. 그러나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에서 문제는 대체로 특정한 악당에 의해 발생하지 않는다. '영악한 플레이어'들이 이익을 위해 합리적으로 노력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시장 균형이 사회적 가치와 늘 부합할 수 없다는 구조적 괴리가 문제의 원천에 다가가는데 더 도움이 된다. 그래서 시스템과 규칙이 중요하다. 일부 기업들이 담합이나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사태는 단순하게 정리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의심만 가진 채 그냥 물러설 것인가?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결국 정부는 두 전략 중 어디에 가중치를 둘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필수 소비재 시장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독과점을 깨부수는 급진적 시장 개혁을 단행할 것인가, 아니면 생리용품을 공공재로 간주하고 보편적 지원 체계를 구축할 것인가. 아니면 이 두 가지를 정교하게 배합해 대안을 내놓을 것인가.

정책의 성과는 기업의 과징금 액수가 아닌 생리대 가격으로 판가름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0년간 반복되어 온 생리대 논란이 대통령의 관심을 계기로 단순히 '공정위의 담합 조사'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좀 더 진전된 분석과 정책적 결실이 필요한 때다.
#생리대 #영세율 #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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