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1.02 13:10수정 2026.01.02 13:10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적토마 병오년 붉은 말의 해를 상징하는 붉은 말/ 리놀륨판화(24*32cm)
김민수
병오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양력 새해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병오년 말의 해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2026년 2월 1일(구정)이 되어야 온전한 병오년- 붉은 말의 해이지만, 신년의 마음을 담아 '보호와 강인함'을 상징한다는 말을 판화로 작업했습니다.
붉은 말의 해, 이 그림을 보시는 모든 분들께 좋은 일 가득하길 바랍니다.

▲ 목판화과정에서 깎여나간 것들
김민수
미켈란젤로는 조각을 이렇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조각은 돌 안에 이미 들어 있는 형상을 드러내는 일이다. 나는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낼 뿐이다."
그런데 저는 판화 작업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불필요한 부분이란 조각가의 시선에 따라 붙은 이름이지, 깎여나간 것들은 쓸모없어서 덜어진 것이 아니라 자기의 역할을 다하고 자기의 자리에서 물러난 존재들이 아닌가.'
그러므로 미켈란젤로의 '덜어냄'은 제거가 아니라 통과 제의 같은 것들, 내려놓기, 비움과 같은 통과 제의같은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나무가 결을 따라 쪼개지듯 삶이나 역사도 무언가 제거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겪으면서 하나 둘 덜어내면서 완성되는 것이겠지요.

▲붉은말 한국의 전통문양(컬러메이트)을 참고했다.
김민수&컬러메이트
판화 작업을 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생겨난 나무 부스러기들은 실패의 흔적이 아니라 과정의 증언이고, 형상을 가린 불순물이 아니라 형상을 가능하게 한 소중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쉽게 "이건 필요하지 않아. 없애버려야 해"라고 말한 것은 아닌지 돌아봤습니다.
지나온 시간과 상처를 돌아보면 그 모든 결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끝내 남은 것도 있고, 덜어낸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나라는 사람이 여기에 서 있는 것입니다.
조각이 그렇고, 삶도 그렇고, 신앙도 그렇고, 역사도 그런 것 같습니다. 사실 없어도 될 것은 없었던 것입니다.

▲붉은 말 10*10cm의 판화를 10.5*15cm 종이에 찍다.
김민수
작업 과정에서 내가 얻고자 하는 결과물이 있지만, 100%는 없습니다. 여러 조건과 상황이 더해지고, 우연도 작용해 하나의 결과가 도출됩니다.
'내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 그래도 썩 나쁘지 않고, 어떤 때는 더 좋은.' 이것이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지 못했지만, 지금의 내가 그렇게 밉상이지만은 않으면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언제부턴가 새해가 되어도 특별한 계획을 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고, 일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순이 넘어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그냥 하루하루를 다 소중하다 생각하니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새해니까 올해는 버려진 것들, 깎여나간 것들에 대해 감사와 고마운 마음을 품고 살아가야겠다 다짐해봅니다. 물론, 꼭 제거해야만 하는 것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때도 연민의 정을 가지고, 결을 따라 판화 작업을 하는 것이 편안한 것처럼, 우리의 삶도 역사도 결을 거스르지 않고 흘러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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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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