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 동상 정면 사진
김주환
파란 하늘이 유난히 맑았던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빌딩 숲 사이로 꼿꼿하게 앉아 인자한 미소로 백성을 내려다보는 세종대왕 동상은 언제 봐도 든든하다. 늘 지나치던 곳이지만, 이날은 동상 뒤편에 숨겨진 비밀의 문을 열어보기로 했다. 바로 세종대왕 동상 지하에 위치한 전시관, '세종이야기'다.
동상 뒤편, 지하로 통하는 역사 여행
광장 위, 세종대왕 동상 앞에는 그의 애민 정신이 깃든 발명품들이 먼저 관람객을 맞이한다. 세계 최초의 강우량 측정기인 '측우기'와 천체의 운행을 관측하던 '혼천의' 모형이 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다. 단순히 글자를 만든 왕으로만 알기엔 그가 남긴 과학적 유산은 너무나 방대하다.
동상 뒤편으로 돌아가면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가 나온다. 웅장한 문을 지나 계단을 내려가면, 지상의 소음은 사라지고 차분한 어둠 속에 조선의 역사가 펼쳐진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세종대왕 연보'는 그가 태어난 1397년부터 승하한 1450년까지, 치열했던 삶의 기록을 한눈에 보여준다.

▲세종대왕 동상 뒷편
김주환
전시관 내부를 둘러보다 발걸음을 멈춘 곳은 '세종의 군사정책' 코너였다. 우리는 흔히 세종을 문(文)의 군주로만 기억하지만, 그는 그 누구보다 국방에 진심이었던 왕이었다. 전시된 지도에는 압록강과 두만강 유역을 개척하여 4군 6진을 설치했던 기록이 선명하다.
최윤덕과 김종서 장군을 파견해 여진족을 몰아내고, 오늘날 한반도의 국경선을 확정한 것이 바로 세종 때의 일이다. 대마도 정벌을 통해 왜구의 소굴을 토벌했던 역사적 사실들도 지도와 함께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백성이 편안하게 살기 위해서는 튼튼한 국방이 필수임을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세종대왕 세종의 군사정책
김주환
조선의 하늘과 소리를 열다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과학자 세종'과 '음악가 세종'을 만날 수 있다. 화려한 조명 아래 전시된 각종 천문 관측 기구들은 당시 조선의 과학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이었음을 증명한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화려한 색감의 전통 악기들이었다. 돌을 깎아 만든 '편경'과 종을 매달아 놓은 '편종'은 단순한 악기가 아니다. 세종은 "우리나라의 음악이 중국과 달라야 한다"며 독자적인 음악 체계를 정비했고, 직접 음의 높낮이를 조율할 정도로 음악에 조예가 깊었다고 한다. 편종 앞에서 가만히 서 있자니, 백성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자 했던 '여민락(與民樂)'의 선율이 들리는 듯했다.

▲세종대왕 편종/편경
김주환
전시관을 나오는 길, 다시 마주한 광화문의 세종대왕 동상은 들어갈 때와는 사뭇 다르게 보였다. 그저 한글을 만든 위인 정도가 아니라, 국방, 과학,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백성의 삶을 이롭게 하고자 치열하게 고민했던 '혁신가'의 모습이었다.
'세종이야기'는 무료로 개방되어 있으며, 아이들이 역사를 체험하기에도, 어른들이 리더십의 본질을 되새기기에도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다. 이번 주말, 광화문 광장을 지난다면 동상 뒤편 비밀의 문을 열고 조선의 르네상스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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