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AI 창업자도 주장하는데... 과연 '기본소득'이 대안일까

[주장] 마르크스주의자가 본 인공지능과 자본주의의 미래... 앞으로 필요한 건 '공공성' 지키는 새 시스템

등록 2026.01.05 11:11수정 2026.01.05 11:11
0
원고료로 응원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2025년 2월 4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2025년 2월 4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본 인공지능과 자본주의의 미래는 어떠할까? 19세기 인물인 마르크스는 인공지능의 '인' 자도 몰랐을 텐데, 도대체 마르크스의 사상으로 어떻게 인공지능이라는 21세기 첨단 주제를 다룰 것인지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19세기에 태어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여전히 유효하듯, 마르크스의 이론은 단순히 그 시대에만 통하는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마르크스는 인간 사회가 변화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이론적 틀을 정립했는데, 바로 '역사 유물론'이다.

마르크스는 새로운 생산력이 등장해 기존의 사회 시스템과 충돌을 빚을 때 낡은 사회 질서가 무너지고 역사가 전진해 왔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중세 봉건제가 해체되고 근대 자본주의가 자리 잡은 것도 당시 기계제 대공업이라는 새로운 생산력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농업 생산력을 기반으로 형성된 봉건적 사회 시스템은 새롭게 등장한 기계제 대공업 앞에서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었다.

봉건적 사회 시스템이 지속된다면 수많은 사람이 농노 혹은 소작인으로서 대토지 소유자인 영주의 영지에 속박된 상태가 유지된다. 공장에서 일할 노동자를 구해야 하는 자본가로서는 여간 답답한 노릇이 아니다. 게다가 광활한 토지가 귀족에게 계속 묶여있다면 자본가로서는 공장 짓고 사업을 할 땅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법과 제도를 기계제 대공업 발전에 유리하도록 바꾸고 싶어도 참정권은 귀족들에게만 있는 상황이었다.

상공업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가 계급으로서는 봉건사회 시스템 전반이 거슬렸다. 시나브로 도시에는 공장이 들어서고 사람들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드는 가운데, 자본가 계급이 주도하는 근대 부르주아 혁명이 일어났다. 결국 봉건적 시스템이 무너지고, 자본주의 시스템이 들어서게 돼 지금의 자본주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자본주의와 인공지능의 충돌

그런 맥락에서 우리가 지금 이 순간 마주한 인공지능은 오늘날의 새로운 생산력이다. 산업혁명 시기 등장한 기계가 인간의 팔과 다리를 대신했다면, 인공지능은 이제 인간 그 자체를 대체하고 있다. 심지어 손과 발이 달린 휴머노이드로 진화 중이며 단순노동뿐 아니라 회계, 법률, 글쓰기, 그림 그리기와 같은 전문적·창의적 영역까지 파고드는 지경이다. 역사 유물론 관점에서 보면,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생산력이 향후 자본주의 시스템과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은 비용 감축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인공지능과 이용을 확대해 인간 일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전보다 품질 좋은 제품을 훨씬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생산한 물건들을 도대체 누가 구매하겠는가. 대부분의 사람이 일자리를 잃어서 돈을 못 벌고 있는 상황인데.


자본주의 체제에선 노동자들이 자신이 받은 임금으로 기업이 생산한 상품을 구매해 경제가 순환된다. 그런데 기업이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공지능을 대거 도입하며 이 순환구조가 깨진다. 추세가 계속된다면 결국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어 굶어 죽고 기업은 상품을 판매할 곳이 없어 망할 것이다. 마르크스의 역사 유물론 관점에서 보자면,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생산력이 기존 자본주의 시스템과 충돌을 빚는 것이다. 상호 공존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마르크스의 역사 유물론은 인류 멸망을 예측하는 건가? 그렇지 않다. 기계제 대공업이 새로운 생산력으로 등장해 기존의 봉건 시스템과 충돌을 빚었을 때, 결국 기계제 대공업에 어울리는 새로운 사회 시스템, 즉 자본주의가 정착되면서 문제가 해결됐다. 역사 유물론 관점에서 예측하자면,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생산력을 품어 안을 수 있는 새로운 사회 시스템이 도입되는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만에 하나 그런 시도가 실패한다면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기본소득 정책이 떠오를 것이다. 정부가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지급하는 정책인데, 메타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 오픈AI 창업자 샘 올트먼,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같은 이들도 기본소득에 긍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본가 입장에서도 회사가 망하지 않으려면 기본소득으로 사회적 구매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기본소득을 꾸준히 지급하기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는 문제다.

인공지능 때문에 대다수가 일자리를 잃은 상황이라 국민에게 세금을 걷기도 어려울 테고, 그렇다고 화폐를 그냥 찍어낼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테니. 따져보면 정부가 국민에게 나눠준 기본소득은 결국 인공지능을 운용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자본가의 손에 대부분 들어간다. 결국 자본가들에게 매우 높은 세금을 거둬야만 기본소득 정책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인공지능세, 로봇세 등의 명목으로.

과연 기본소득이 '최선의 대안'일까

 휴머노이드
휴머노이드 Getty Images=AFP=연합뉴스

국민이 기본소득을 받아야 자기들 제품이 팔릴 테니 자본가들도 어느 정도는 타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상품이 정상적으로 팔릴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양보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기본소득 정책은 시장친화적 정책인지라 운용하는 방식에 따라서는 사회의 공공성을 해치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좀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보자. 정부가 갑자기 국민건강보험 제도를 없애고 국공립 학교도 없애고, 이런저런 공공 서비스와 복지를 폐지한다. 그렇게 해서 남는 세금을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지급한다. 이제 사람들은 사립학교나 사립병원을 다니면서 그 비용을 온전히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건 사실상 민영화 정책이다. 전에는 보편적 복지로 제공되던 서비스가 이제는 화폐로 구매해야 하는 상품이 됐으니 말이다.

이렇듯 기본소득 정책은 그 자체로는 자본주의 시장 영역을 확대하는 특징이 있다. 돈 줄 테니 그걸로 재화와 서비스를 시장에서 구매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본소득이 도입되는 맥락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약 공공 부문을 축소하면서 기본소득이 도입된다면 그건 사실상 민영화 정책이나 다름이 없다. 어쩌면 기본소득의 이러한 자본주의 친화적 성격 때문에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샘 올트먼, 빌 게이츠 같은 자본가들이 긍정적으로 얘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본주의가 유지돼야 막대한 부와 권력을 계속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수명이 다해가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기본소득이라는 산소호흡기를 달아주는 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경우 기본소득은 결국 다수 대중을 소비자로서만 머물게 하고, 인공지능이라는 생산수단을 독점한 극소수 자본가의 특권과 권력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는, 인공지능을 공공 부문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 경제의 더 많은 영역을 공공 부문으로 전환해나가는 방식이 나은 대안으로 여겨진다. 사회주의적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나 교육뿐만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 삶에 필요한 다양한 재화나 서비스를 공공 서비스와 복지로 제공하는 사회를 떠올리면 된다.

예를 들어서 집이나 기본적 식료품, 의복 같은 재화가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 권리로 제공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렇듯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해 공공 부문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면 인간은 생계를 위한 노동에서 점차 해방돼 훨씬 여유롭고 풍요로운 삶, 자아실현을 위해 온전히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맘다니 열풍과 시대적 요구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생산력은 인류에게 새로운 번영의 시대를 열어줄 수 있다. 다만 자본주의 시스템을 지양하고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때에만 가능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가장 발달한 나라인 미국에서는 최근 정치적으로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다. 34살의 젊은 정치인이자 공개적으로 사회주의자임을 자처하는 조란 맘다니가 미국 뉴욕 시장 선거에서 당선돼 얼마 전 시장에 취임했다. 인도계 무슬림이기도 한 그는 심지어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

특히 젊은층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미국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보면 자본주의보다 사회주의에 대한 지지가 높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나도 종종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대상으로 마르크스 <자본론>을 강의하는데, 강의를 들은 후 학생들이 마르크스주의나 사회주의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인 반응을 보여 놀랄 때가 많다. 그들도 자본주의로는 더 이상 사회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마르크스주의가 절실한 시기일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인문사회 분야 전업 작가로,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오십에 읽는 자본론> 등을 썼습니다.
#마르크스 #인공지능 #자본주의 #기본소득 #사회주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오십에 읽는 자본론>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등 여러 권의 책을 쓴 작가입니다.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금가락지 하나 없던 시어머니 유산, 텃밭에서 나왔다 금가락지 하나 없던 시어머니 유산, 텃밭에서 나왔다
  2. 2 김, 굴 등 'K-수산물' 위기... 세계 시장에서 설 자리 잃을 수도 김, 굴 등 'K-수산물' 위기... 세계 시장에서 설 자리 잃을 수도
  3. 3 "나한테 노인일자리요? 그냥 살아있다는 느낌이죠" "나한테 노인일자리요? 그냥 살아있다는 느낌이죠"
  4. 4 쓰고 버리기 아까운 지퍼백, 남편이 낸 재활용 아이디어 쓰고 버리기 아까운 지퍼백, 남편이 낸 재활용 아이디어
  5. 5 "대선 후보감이 왜 여기에?" "당선 확률 엄청 높죠"...평택을 민심이 본 조국 출마 "대선 후보감이 왜 여기에?" "당선 확률 엄청 높죠"...평택을 민심이 본 조국 출마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