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찌르레기(좌)와 노랑비빠귀(우)감을 먹는 모습
이경호
도시의 경우 먹이터가 훨씬 더 심각하게 사라지고 있다. 도시 하천은 이미 자연적인 먹이원이 크게 단절된 공간이다. 제방 정비, 하천 직강화, 수변 수목 제거로 열매를 맺는 나무와 관목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여기에 더해 갑천을 포함한 3대 하천의 대규모 준설이 반복되었다.
하상 구조가 바뀌고, 여울과 모래톱이 사라지면서 조류가 의존하던 먹이 사슬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갑천에서는 최근 몇 년간 겨울철 조류의 종수와 개체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된 바 있다(관련 기사 :
"대규모 준설 이후 대전 갑천 겨울철새 절반으로 급감").
하천 준설 이후 저서생물 감소, 수변 식생 단순화는 곧바로 조류의 먹이 감소로 이어진다. 먹이가 줄어들면 새들은 떠나거나, 남아 있다가도 겨울을 넘기지 못한다. 감나무 하나에 몰려든 새들의 모습은 풍요라기보다, 남은 자원이 얼마나 한정적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에 가깝다.
까치밥이 있는 곳이 마지막 남겨진 서식지처럼 보이는 것은 나뿐일까? 과거 농경 사회에서는 감을 모두 따지 않고 남겼고, 벼 역시 일부 낱알을 남겨 두었다. 철새와 야생 동물을 위한 몫이었다. 자연에서 얻은 것을 자연에 돌려주는 최소한의 균형 감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농경지의 낱알까지 곤포 사일리지로 수거되고, 도시 주변의 감나무마저 베어지거나 관리 대상이 되곤 한다.
유럽의 일부 국가는 겨울철 새들을 위해 열매 맺는 수종을 도시계획에 반영하고, 인공 쉼터와 물 공급 시설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단순한 보호 차원이 아니라 도시 생태계가 유지되기 위한 조건을 갖추고 위한 배려다. 새해 첫날 갑천의 감나무는 그래서 더 슬프게 느껴진다. 도시 하천은 과연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홍수 관리만 남고, 생명은 빠져도 괜찮은가.
겨울이 더 깊어지면 감도 사라질 것이다. 그때 새들은 또 다른 먹이터를 찾아 이동하거나,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새들에게 새해의 시작은 다짐과 선택의 시간이 아니다 생존을 위한 고비였다. 내년 새해에는 까치밥이 더 늘어나길 바란다. 감나무가 늘고, 수변 식생이 회복되고, 준설 대신 공존을 고민하는 하천 정책이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그날이 오면 새들도, 이를 지켜보는 사람도, 그리고 도시 하천도 조금은 덜 쓸쓸한 새해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날로 파괴되어지는 강산을 보며 눈물만 흘리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자연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이 되시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치유 받을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하기!
https://online.mrm.or.kr/FZeRvcn
공유하기
새해 첫날, 까치밥에 매달린 생명들을 바라보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