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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까치밥에 매달린 생명들을 바라보며

공존을 고민하는 하천 정책이 자리 잡기를

등록 2026.01.03 18:21수정 2026.01.0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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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새해 아침, 한 해의 시작이라는 말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연일 이어진 강추위 속에서 갑천을 찾았다. 새해라는 시간 표시는 사람들에게는 다짐의 계절이지만, 자연에게는 그저 겨울의 한복판이다. 갑천을 따라 이동하는 과정에 도시 한복판에 남겨진 작은 농경지와 감나무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수확하지 않고 남겨진 감을 직박구리가 부지런히 쪼아 먹고 있었다. 이른바 '까치밥'이다. 이름은 소박하지만, 의미는 결코 소박하지 않다. 겨울철 도시 하천에서 남겨진 감나무 한 그루는 생존의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직박구리는 겨울철 열매 등에 먹이 의존도가 높다. 곤충을 찾기 어려운 한겨울에는 감, 팥배나무, 산수유 같은 남은 과실이나 새순 등이 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남겨진 감나무는 새해 첫날을 맞이한 풍경이 아니라 새들에게는 살아내기 위한 밥상이 되고 있었다.

생존이 갈리는 시기, 겨울

 감나무와 직박구리의 모습
감나무와 직박구리의 모습 이경호

 직박구리가 감을 먹는 모습
직박구리가 감을 먹는 모습 이경호

잠시 후 개똥지빠귀 떼가 날아들었고, 그 사이로 노랑지빠귀 한 개체도 모습을 드러냈다. 지빠귀류 역시 겨울 먹이 부족을 격는 것은 매한가지다. 언 땅에서 지렁이나 곤충을 찾기 어렵고, 남은 열매가 없으면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다. 감이 이미 떨어질 시기를 훌쩍 지난 시점이었지만, 남겨진 감은 여전히 가지에 매달려 있었고, 새들에게는 결정적인 자원이 되고 있었다.

여름 철새로 분류되는 찌르레기 일부 개체가 떠나지 않고 감을 나눠 먹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는 기후 변화로 조류의 월동 패턴이 달라지는 단면을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계절의 변화가 흐려지고 있지만, 먹이의 문제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발의 가속화와 서식처 훼손으로 더 심각하게 변해가고 있다. 겨울은 사람에게도 힘든 계절이지만, 새들에게는 생존이 갈리는 시기다.

 감을 먹는 개똥지빠귀
감을 먹는 개똥지빠귀 이경호

 찌르레기(좌)와 노랑비빠귀(우)감을 먹는 모습
찌르레기(좌)와 노랑비빠귀(우)감을 먹는 모습 이경호

도시의 경우 먹이터가 훨씬 더 심각하게 사라지고 있다. 도시 하천은 이미 자연적인 먹이원이 크게 단절된 공간이다. 제방 정비, 하천 직강화, 수변 수목 제거로 열매를 맺는 나무와 관목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여기에 더해 갑천을 포함한 3대 하천의 대규모 준설이 반복되었다.


하상 구조가 바뀌고, 여울과 모래톱이 사라지면서 조류가 의존하던 먹이 사슬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갑천에서는 최근 몇 년간 겨울철 조류의 종수와 개체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된 바 있다(관련 기사 : "대규모 준설 이후 대전 갑천 겨울철새 절반으로 급감").

하천 준설 이후 저서생물 감소, 수변 식생 단순화는 곧바로 조류의 먹이 감소로 이어진다. 먹이가 줄어들면 새들은 떠나거나, 남아 있다가도 겨울을 넘기지 못한다. 감나무 하나에 몰려든 새들의 모습은 풍요라기보다, 남은 자원이 얼마나 한정적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에 가깝다.


까치밥이 있는 곳이 마지막 남겨진 서식지처럼 보이는 것은 나뿐일까? 과거 농경 사회에서는 감을 모두 따지 않고 남겼고, 벼 역시 일부 낱알을 남겨 두었다. 철새와 야생 동물을 위한 몫이었다. 자연에서 얻은 것을 자연에 돌려주는 최소한의 균형 감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농경지의 낱알까지 곤포 사일리지로 수거되고, 도시 주변의 감나무마저 베어지거나 관리 대상이 되곤 한다.

유럽의 일부 국가는 겨울철 새들을 위해 열매 맺는 수종을 도시계획에 반영하고, 인공 쉼터와 물 공급 시설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단순한 보호 차원이 아니라 도시 생태계가 유지되기 위한 조건을 갖추고 위한 배려다. 새해 첫날 갑천의 감나무는 그래서 더 슬프게 느껴진다. 도시 하천은 과연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홍수 관리만 남고, 생명은 빠져도 괜찮은가.

겨울이 더 깊어지면 감도 사라질 것이다. 그때 새들은 또 다른 먹이터를 찾아 이동하거나,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새들에게 새해의 시작은 다짐과 선택의 시간이 아니다 생존을 위한 고비였다. 내년 새해에는 까치밥이 더 늘어나길 바란다. 감나무가 늘고, 수변 식생이 회복되고, 준설 대신 공존을 고민하는 하천 정책이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그날이 오면 새들도, 이를 지켜보는 사람도, 그리고 도시 하천도 조금은 덜 쓸쓸한 새해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멸종 #3대하천 #까치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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