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6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참석자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영상을 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지명자가 과연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에 어울리는 인물인지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은데요. 왜냐하면 이혜훈 지명자는 정치권에서 오랫동안 '재정 건전성'과 '작은 정부'를 강조해 왔고, 과거 기본소득 같은 현금성 지원이나 확장 재정에 대해 '포퓰리즘' '퍼주기'라는 식으로 비판했거든요.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기본소득이나 적극적인 재정지출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가속 페달을 밟으려는 타이밍에, 브레이크 성향의 인물을 예산 사령탑에 앉히는 게 맞나"라는 의문이 나오는 거죠. 지명자 본인도 최근 출근길 발언에서 기자가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대해 질문하자 즉답을 피했다는 보도가 있었어요. 이런 태도를 보면 과연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에 완전히 동의하고 있는지 의심을 키우기 쉽지요.
다만 이번 인사는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 나름의 자신감을 반영한 인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치면서 업무 장악력과 행정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아 왔는데요. 대통령 취임 후 국무회의,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보좌관회의, 각 부처 업무보고가 생중계되고 있지 않습니까. 실시간 방송으로 내보내 국민에게 보여줄 만큼 자신감이 있는 겁니다. 이건 단순한 보여주기식 투명성 강화가 아니라, 고위 공무원들에게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공개적으로 각인시키고, 실시간으로 점검·조율하겠다는 의지라고 해석됩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일개 장관이 임의로 국정 방향을 좌우하기 쉽지 않습니다. 큰 방향은 대통령실이 쥐고 있으니, 장관은 그 틀 안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라는 거죠. 한마디로 이혜훈이 아니라 이혜훈 할아버지가 장관으로 오더라도 기획예산처는 대통령의 의중대로 움직일 것이라는 확신에서 나온 인사입니다.
김문수, 이언주 그리고 이혜훈
게다가 이혜훈 장관 지명자는 자신이 속한 정당을 배신하고 저쪽 배로 옮겨탄 것이나 다름없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자기 의지대로 장관직을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봐야겠지요. 원래 건너온 사람들이 더욱 목소리 높여 충성심을 증명하려고 애쓰지요. 젊은 시절, 노동운동의 전설과도 같았던 김문수씨의 현재 모습이 어떻습니까. 그 누구보다도 완고한 수구 보수의 모습을 견지하고 있지요. 젊은 시절 김문수가 지금의 김문수를 보면 타도 김문수 투쟁에 나서지 않겠어요? 그리고 이혜훈씨가 장관에 지명된 후 민주당 이언주 의원이 '윤 어게인도 통합하냐'고 맨 앞에 나서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요. 흥미로운 건 이언주 의원 자신이 국민의힘에서 넘어온 사람이라는 점이에요. 자칫 동족 혐오로 보일 지경 아닙니까. 그만큼 절실하게 정체성을 증명해야 하는 거죠.
어쨌든 이혜훈 장관 지명자도 건너 온 사람입니다. 자신이 달라졌음을 강력하게 보여줘야 해요. 몇 년 전 MBC '100분 토론'에 나와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던 식으로 행동할 수는 없는 노릇이에요. 어느덧 나이도 60대인데 다시 국민의힘으로 갈 수 있을까요? 퇴로가 없어요. 몇 번씩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정치적 지향점 서로 다른 대통령과 진보정당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선을 아득히 넘은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조국혁신당은 우려하는 논평을 냈고, 특히 진보당은 당장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요. 진보정당의 관점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비판할 수 있다고 봅니다.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이혜훈 지명자가 연설한 내용이나 내건 현수막을 보면 저도 정말 욕지기가 올라올 지경이거든요. 어떻게 저런 내란 동조자에게 한 나라의 곳간지기를 맡길 수 있느냐 말이죠. 오히려 그런 비판이 있는 게 건강한 것이고 정상적인 것 아니겠어요?
다만 이재명 대통령과 진보정당은 정치적 지향점이 서로 다릅니다. 과거에는 어느 정도 진보적 성향이 있었을지 몰라도 대통령 후보가 되고 당선이 된 이후로 이재명 대통령은 '실용적 중도보수'를 지향한다고 수차례 언급했습니다. 이번 이혜훈 건은 '실용적 중도보수' 대통령이라면 시도해 볼 수 있는 인사인 거죠. 그러니 진보정당과 이재명 대통령 사이에는 앞으로도 정치적 긴장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장관 지명 철회하기 어렵다
이혜훈 장관 지명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상황인데, 벌써 언론에서 보좌관에 대한 갑질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배신자를 처단하겠다고 국민의힘이 단단히 벼르고 있을 것 같은데요. 국회의원 시절 인턴 직원을 상대로 소리 지르고 폭언하는 녹취를 TV조선이 때맞춰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해당 인턴은 이 일을 겪고 보름 만에 그만뒀다고 합니다. 저도 그 녹취를 들었는데요. 이혜훈씨 성격이 보통이 아니더라고요.
"도대체 몇 번을 더 해야 알아듣니? 너 대한민국 말 못 알아들어?"
"네 머리에는 그게 이해가 되니? 너 뭐 아이큐 한 자리야?"
"내가 정말 널 죽였으면 좋겠다."
"입이라고 그게 터졌다고 네 마음대로 지껄이고 떠들어?"
특히 '야'하고 두 번 소리 지를 때는 벽에 반사된 소리가 한참 이어질 정도로 목청이 좋더라고요. 집에 있는 프린터를 고쳐 달라고 사적 심부름을 시켰다는 보도도 있지요. 폭언과 고성이 일상이었다는 증언도 있고요. 정책적 지향도 다른 데다가 인성도 좋지 않은데, 인물 자체만 놓고 보면 절대 장관으로 임명하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 보입니다. 과연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일단 이재명 대통령이 나름의 의중을 가지고 던진 카드인 만큼 이혜훈 장관 지명이 쉽게 철회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혜훈 장관 지명자로서도 그야말로 돌아갈 곳이 없는 상황이라 정치생명을 걸고 바짝 엎드려 반성하고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며 여론의 악화를 막으려 하겠지요. 결국 관건은 여론의 움직임입니다. 만약 추가 의혹 제기나 폭로가 이어져 이혜훈 지명자가 장관직을 수행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그것이 대통령 지지율에까지 영향을 미치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이번 인사는 국민의힘을 흔들려는 정치적 포석이자, 누가 와도 국정을 장악할 수 있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강한 자신감이 담긴 카드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요리사 솜씨가 좋아도 사용하는 고기의 잡내가 심하면 국밥을 먹기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내란 옹호 논란에 보좌진 갑질 폭로까지, 지명자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대통령의 파격적인 실험이 국정 통합의 마중물이 될지, 아니면 자충수가 될지 인사청문회 과정을 예리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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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할아버지가 와도 대통령 뜻대로 움직일 거다,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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