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 동천은 시민들 곁에서 가장 가까이에 함께 흐르는 순천다운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효진
도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 동천 강변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짧고 선명한 바다가 아니라, 천천히 이어지는 흐름 같은 풍경이다.
동천을 알게 된 건 아이 덕분이었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이 강을 조금씩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남편 역시 동천 이야기를 자주 했었다.
"순천에서 정말 좋은 곳을 찾았어. 아이들이랑 자전거 라이딩하기 딱 좋은 곳이야."
순천 구석구석을 다니며 일을 해 온 남편의 눈을 가장 사로잡은 건 동천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와 자전거길이었다.
정원 도시로 유명한 순천. 순천만국가정원은 많은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대표 공간이지만, 순천 시민들에게는 일상 가까이에 있는 동천이 더 정감 가는 공간일지도 모른다.
동천은 순천 시내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하천이다. 하지만 순천 사람들은 이 물길을 그저 '하천'이라 부르지 않는다.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강처럼 살아가는 공간이다.
동천은 시민들 곁에서 가장 가까이에 함께 흐르는 순천다운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내에서도 쉽게 닿을 수 있고, 차량 통행이 제한된 구간에서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걷고, 달리고, 자전거를 탄다. 금연구역으로 관리되고, 반려견과 함께 걷는 사람들의 모습도 자주 보인다.
가끔은 멍하니 서서 상상 속의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 멀리 산이 보이고, 자연 사이로 동천이 흐르는 이 자리에서 풍류를 즐기던 옛사람들의 모습. 시를 읊고, 음악 소리가 흐르던 개발되지 않은 옛 풍경이 겹쳐 보인다. 아마도 이런 점이 동천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제주에 살 때 나는 늘 한강을 동경했다. 뉴스와 드라마 속 한강, 도시락을 먹고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바다를 곁에 두고 살면서도 한편으로는 도시의 강을 조금 부러워했던 셈이다.
지금의 나에게는 동천이 있다. 걸어서 갈 수 있고, 자전거로 함께할 수 있는 강. 도시락을 싸 들고 가도 어색하지 않은 공간이다.
제주에서는 해안도로를 찾았다면, 순천에서는 자연스럽게 동천으로 향한다. 자전거를 타고 라이딩 하는 사람들, 러닝하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잠시 걷다가 강을 바라본다.
각자의 속도로, 같은 풍경을 공유한다. 가까이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공간의 가치가 있다. 제주가 그랬고, 지금의 순천, 그리고 동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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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제주MBC, 아리랑국제방송, 제주 TBN교통방송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했으며 현재는 아동문학 작가이자 글쓰기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자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쓰며, 유튜브 채널 '작가의식탁 이효진'을 통해 초·중등생들의 교육 콘텐츠와 작가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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