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충청특위 상임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충남·대전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특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청래 대표, 박범계 충청특위 공동위원장.
남소연
지금 대한민국은 수도권과 나머지 지역 간 불균형 심화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수도권에는 인구와 산업, 좋은 일자리가 집중되고 있는 반면, 대부분의 지방은 경제 침체와 인구 감소로 지역 소멸을 걱정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이 같은 수도권 일극 집중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5개의 초광역권과 3개의 특별자치도를 육성하는 '5극 3특' 정책을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과 충남의 행정통합을 지지하고 나서면서, 대전·충남뿐 아니라 그동안 답보 상태에 있던 광주·전남, 대구·경북 지역의 통합 논의도 다시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5극 3특과 행정통합은 대한민국의 지역 간 불균형 구조뿐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관계도 새롭게 재편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이 시점에서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비전과 목적을 분명히 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5극 3특과 행정통합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보다 앞서 비슷한 고민을 해온 서구의 경험은 좋은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서구의 지역 통합을 통한 발전 담론은 다음과 같은 세 단계를 거쳐 진화해 왔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20세기 초반의 전통적 지역주의(Old Regionalism)입니다. 이때는 중앙정부가 각 지역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중앙 주도 지역개발을 하기 위해 자치단체 통합을 추진했습니다. 중앙집권적 지역 관리와 개발을 위해 행정 비효율을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었고 행정통합은 이를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1980년대 이후 등장한 신지역주의(New Regionalism)입니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경쟁력의 단위로 국가보다 실리콘밸리 같은 '지역 클러스터'가 중요해진 시기입니다. 이 시기의 목적은 지역경제 경쟁력 강화와 혁신 클러스터 구축이었고, 수단은 앞서와 같은 행정통합보다는 자치단체 간 광역적 연계와 협력 그리고 공공과 민간 지역 주체들의 거버넌스와 네트워크 구축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5+2 광역경제권 정책이 이 담론과 맥을 같이 합니다.
그런데 앞선 두 단계의 지역주의 모두 다음과 같은 약점이 드러났습니다. 성장 거점 위주의 발전 전략으로 소도시와 농어촌이 소외되었고, 경제와 산업 경쟁력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주거·교육·의료와 같은 필수 공공서비스는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의사 결정 과정을 엘리트와 전문가가 주도하면서 일반 시민의 참여는 제한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성장과 개발에만 집중한 결과 환경과 생태 보전, 기후 위기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한계에 대한 반성을 바탕으로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등장한 것이 세 번째 단계인
진보적 지역주의(Progressive Regionalism)입니다. 진보적 지역주의는 경제 성장뿐 아니라 사회적 형평성과 포용성, 환경과 생태적 가치를 동시에 중시합니다. 경제·사회·환경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며, 주민 참여와 풀뿌리 민주주의, 지역 내부 및 지역 간 신뢰와 연대를 지역 발전의 핵심 원리로 삼습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우리의 5극 3특과 행정통합의 목적도 행정 효율성이나 경제 성장에만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행정 효율성과 경제 성장은 분명 중요한 목적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경제·사회적으로 취약 계층을 포용하고, 환경을 보전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며, 공간적으로 중소도시와 농어촌이 공생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저렴하지만 양질의 주택, 대중교통, 공교육과 의료 서비스의 공급 방안, 과도한 통근 시간을 줄이는 생활권 재편, 자연 생태계 보전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 등이 5극 3특과 행정통합의 핵심 의제로 다루어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의 의사결정권과 참여 민주주의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행정통합의 과정 또한 중요합니다. 정치인과 행정 관료뿐 아니라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가 통합의 기획 단계부터 적극 참여하여 자신들의 목소리를 개진하고 반영해야 합니다. 자치와 분권의 가치가 통합 과정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5극 3특과 행정통합은 우리 국토를 '수도권 일극 체제'에서 '균형 잡힌 다극 체제'로, '서울 공화국'에서 '자치분권 공화국'으로 바꾸기 위한 것입니다. 행정 효율성이나 규모의 경제도 중요하지만, 소외된 지역이나 주민이 없도록 하는 것, 더 나은 삶의 질과 복지, 깨끗한 환경을 누리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이재명 정부의 국가 비전을 국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하게 되는 5극 3특과 행정통합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격의 없는 소통과 치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 중부대학교 교수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굿모닝 퓨쳐'는 전문가들의 자발적인 모임인 '지속가능한 우리 사회를 위한 온라인 포럼'이 현 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안하기 위해 우리 사회와 대화하는 창구입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