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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신' 등극한 시골 태권도 관장의 끝없는 정진

노동진 사범의 50년 무도 인생... 복막염 수술 딛고 '9단' 승단 시험 합격

등록 2026.01.08 11:03수정 2026.01.0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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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찬 기합 소리와 함께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한 사나이의 몸짓이 공기를 가른다. 그의 움직임에는 50여 년 세월의 무게가 담겨 있다. 최근 태권도 최고의 경지인 '입신'에 오른 노동진(59) 사범이다.

노 사범은 지난해 12월 초 국기원에서 치러진 태권도 9단 승단 시험에 합격했다. 지난해 12월 23일, 충남 예산읍 석사세계태권도장에서 만난 노 사범은 "도장은 늘 이 자리에 있었고, 나는 그 안에서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태권도인들에게 9단은 '입신(入神)'이라 불리는 단계로, 최종 목표이자 '태권도의 꽃'으로 불린다.


노 사범은 "가만히 있다가 당일 시험만 봐서 딸 수 있는 단이 아니다. 최소 40년 이상 꾸준히 수련해야만 비로소 시험 도전 자격이 주어진다"며 "단순히 실기 능력만 보는 것도 아니고 4단부터 필수인 논문 작성은 물론, 9단 심사에서는 심도 있는 면접과 품새 시연이 더해져 무도 철학과 인격, 학문적 깊이가 모두 검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승단 시험은 지난해 12월 5일 서울 강남 국기원에서 진행됐다. 노 사범은 도복 띠를 바짝 조여 맸다. 거울에 비친 그의 모습은 평소보다 수척했다. 불과 석 달 전인 지난해 9월 초, 갑작스러운 복막염으로 응급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맹장이 터진 줄 모르고 지내다 복막까지 염증이 퍼져 생명을 위협했던 순간이었다. 수술 뒤 몸무게는 10kg이 빠졌고, 체력은 바닥을 드러냈다.

"고난 앞에서 굴복하지 않는 정신력 보여주고 싶었다"

 노동진 사범이 태권도 품새의 한 동작을 시연하고 있다.
노동진 사범이 태권도 품새의 한 동작을 시연하고 있다. <무한정보> 황동환

주변에선 이번 심사를 포기하라고 만류했다. 9년 만에 찾아온 기회였지만, 건강이 우선이라는 조언이었다. 하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관장으로서, 고난 앞에서 굴복하지 않는 정신력을 몸소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회고다.

9단 심사는 엄격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심사에서 응시자들은 논문 제출과 면접, 그리고 고단자 품새 시연을 거쳐야 한다. 특히 품새 시연 중 조금이라도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표정(가벼운 미소 등)만 보여도 즉시 탈락이다.


노 사범은 통증이 가시지 않은 복부를 의식하며 한 동작 한 동작에 50년 수련의 혼을 담아냈다. 결과는 합격이다. 전국에서 모인 고수들 중 절반이 고배를 마시는 시험을 그는 수술한 몸으로 통과했다. 9단 보유자는 전국적으로 약 1000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번 시험에서는 36명이 합격했다. 충남에서는 4명이 도전해 2명이 승단에 성공했으며, 예산과 아산에서 각각 한 명씩 나왔다. 노 관장은 "합격률이 50%라는 말이 실감날 만큼,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시험"이라고 말했다.

노 사범의 무도 인생은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7살이었던 그는 고덕 시골마을에서 동네 형들을 따라 처음 주먹을 쥐었다. 변변한 도복도 없던 시절, 고등학생 형들의 지도를 받으며 흙바닥에서 발차기를 배웠다. 예덕초등학교와 고덕중학교를 거치는 동안 태권도는 그의 삶 자체가 됐다.


본격적인 수련은 합덕산업고등학교 시절 태권도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이어졌다. 1983년, 그는 서울 국기원에서 초단(1단) 자격증을 손에 넣었다. 이후 군 복무와 청년 시절을 거치며 2단, 3단 차례로 단수를 올렸다. 4단부터는 단순한 실기 외에도 태권도 이론을 정리한 논문이 필수였다. 그는 6단부터 다시 국기원에서 심사를 보며 정통 무도인의 길을 걸었다. 그는 "시작(1단)과 끝(9단)을 태권도의 성지인 국기원에서 마무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노 사범의 도장 사무실 한쪽 벽면에는 태권도 관련 상장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수많은 졸업장과 자격증이다. 그는 태권도 사범인 동시에 공부 벌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농학과를 시작으로 법학과, 교육학과, 청소년교육학과,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고, 최근에는 체육학과까지 총 6개의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공주대학교 산업대학원에서 식품공학 및 영양학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시골 마을에서 도장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틈틈이 책을 놓지 않은 결과다. "술을 마시거나 노는 대신 공부를 택했다"는 그는 "지도자라면 아이들에게 기술 뿐만 아니라 폭넓은 지식과 인격적 소양을 보여줘야 한다"고 믿었다.

이러한 학구열은 자격증 취득으로도 이어졌다. 전문스포츠지도사 1급(태권도) 자격증은 그가 가장 아끼는 성과 중 하나다. 전 종목을 통틀어 전국에서 466번째로 취득한 이 자격증을 따기 위해 그는 1년 동안 태릉선수촌을 오가며 590시간의 연수 과정을 소화했다. 또한 2005년에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국제심판 자격증을 취득하며 세계 태권도의 흐름을 익히기도 했다. 보디빌딩, 합기도 등 그가 보유한 자격증은 20여 개가 넘는다.

도복 입고 마라톤 풀코스... "무도는 사회 정의를 지키는 도구"

 사무실 벽에 빼곡히 걸려 있는 자격증·상장.
사무실 벽에 빼곡히 걸려 있는 자격증·상장. <무한정보> 황동환

지식 만큼 그가 강조하는 것은 '단련된 육체'다. 노 사범은 마라톤 마니아로도 유명하다. 비공식 기록을 포함해 마라톤 풀코스를 무려 120회 완주했다. 때로는 태권도의 정신을 알리기 위해 무거운 도복을 입고 풀코스를 달리기도 했다.

그에게 마라톤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태권도 수련의 연장이었다. 42.195km를 달리는 동안 마주하는 육체적 한계는 고단자 심사를 준비하는 인내심과 닮아 있었다. "태권도 사범이 체력이 없으면 아이들을 가르칠 자격이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복막염 수술 직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기초 체력 역시 수십 년간 다져온 마라톤과 수련 덕분이었다.

노 사범의 활동은 도장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6년 동안 충남지방경찰청 무도 지도관으로 활동했다. 일선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범인 제압을 위한 체포술과 호신술을 지도했다. 그는 "무도는 나를 지키는 기술이기도 하지만, 타인을 보호하고 사회의 정의를 지키는 도구가 돼야 한다"며 "내가 배운 태권도가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또 충남도 도민참여예산위원으로 문화·체육 분야 사업을 살피고, 예산읍주민자치회 경제환경분과 위원장을 맡아 지역 현안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장애인복지관에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태권도를 지도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생활체육 지도에 더 힘을 쏟을 계획이다.

예산군은 현재 저출산과 인구 감소로 고민이 깊은 지역이다. 아이들이 줄어들면서 시골 도장들의 운영도 예전만 못하다. 하지만 노 사범은 도장의 규모나 관원 수에 연연하지 않고 아이들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한 지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특별한 비법은 없다. 함께 땀 흘리고, 내가 계속 배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전부"라는 설명이다.

그에게 9단은 인생의 마침표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9단 수여식은 오는 3월 6일 국기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태권도인에게 9단은 최종 목표이자 제 인생의 성취감 그 자체다"라며 "초야에 묻혀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맨몸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든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아내 오미숙(59)씨 역시 태권도인이다. 과거 태권도장에서 동기로 만나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평생 무도의 길을 함께 걷고 있는 동반자다. 아내는 당진 출신으로 노 사범보다 앞서 중학교 때부터 태권도를 시작한 선배이기도 하다.

태권도 6단 보유자인 오씨는 남편과 함께 20여 년 넘게 함께 도장을 운영하다가 코로나19 뒤 도장 운영이 어려워지며 현재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노 사범은 "가족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올 수 없었다"고 말했다. 두 딸 역시 태권도 4단까지 수련을 마쳤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 에도 실립니다.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태권도9단, #석사세계태권도장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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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지역신문인 예산의 참소리 <무한정보신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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