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남도 제30호 민간정원 '산이정원'
김주영
산이정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간척지'라는 배경에 있다. 예전에는 바다였던 땅이 메워져 농지가 되었고, 다시 정원이 되었다. 기후위기 시대에 땅의 쓰임은 늘 논쟁적이다. 개발과 보전의 이분법으로는 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산이정원은 그 지점에서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이 땅을 어떻게 다시 자연으로 돌려줄 것인가?"
그리고 그 답을 '정원'이라는 방식으로 제시한다. 물이정원, 약속의정원, 서약정원처럼 이름부터 감정과 경험을 호출하는 공간들이 이어지며, 방문객은 감상자가 아니라 참여자가 된다. 바람에 맑은 소리를 내는 풍경이 달린 '소리의 정원'은 기후의 요소(바람)를 감각적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아이들을 위한 짚라인과 놀이터는 "정원은 어른만의 사치"라는 편견을 무너뜨린다. 하늘마루의 유영호 작가 작품 'Bridge of Human'은 단지 포토존 이상의 상징이다. 자연·사람·미래를 잇겠다는 이 공간의 기획 의도가 형태로 고정되어 있다.
산이정원에서 주목할 대목은 '정원주' 이병철 대표다. 30여 년간 가평 아침고요수목원을 일군 그는 국립세종수목원, 국립백두대간수목원(경북 봉화), 국립생태원(충남 서천), 화담숲(경기 광주), 휴애리자연생활공원(서귀포) 등 국립·공공 수목원부터 민간 정원에 이르기까지 전국 곳곳의 조성 현장에서 경험을 축적해온 인물이다. 기자와의 만남에서 그는 "미래 세대를 위한 '신환경'을 꿈꾸고 있다"고 말하며 약 6년 전 해남에 첫 둥지를 튼 뒤 가장 먼저 손을 댄 작업이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 부지에 조성한 '태양의 정원'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후 위기 시대에 정원이 확장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서 분명해진다. 정원은 단지 나무를 심고 꽃을 배치하는 조경의 영역을 넘어, 물과 토양의 흐름, 동식물의 서식처, 사람의 이동과 체류 방식까지 아우르는 '미시적 생태계'를 설계하고, 동시에 분산형 재생에너지 생산을 통해 탄소 저감에 기여하는 에너지 생산형 경관으로 역할이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산이정원이 다채로운 주제 정원에 더해 카페·갤러리 등 편의시설을 갖춘 복합 문화 공간으로 구성된 것은, 정원이 생태적 기능과 사회적 기능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대한 하나의 응답으로 읽힌다.
기후위기 시대의 민간정원
쌍산재와 산이정원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민간정원의 공공성을 증명한다. 쌍산재가 축적된 시간으로 사람의 내면을 정돈시키는 곳이라면, 산이정원은 설계된 공간으로 공동체의 일상을 재구성하는 곳이다. 한 곳은 '절제'와 '배려'라는 윤리적 유산이 풍경이 되었고, 다른 한 곳은 연결과 확장이라는 미래 비전이 풍경이 되었다.
정원과 수목원·식물원은 더 이상 꽃을 보여주는 장소에 머물 수 없다. 사람들의 체류가 길어지는 만큼, 그 공간 자체가 건강하고 지속가능해야 한다. 민간정원 역시 이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민간정원은 공공의 예산과 행정 절차가 따라가기 어려운 속도를 현장 단위에서 실험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민간정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민간정원은 도시와 농촌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작은 녹색 거점'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정원은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인프라다. 기후위기가 '정보 부족'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결국 생활 방식과 가치관의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쌍산재가 전하는 절제와 배려의 감각, 산이정원이 제안하는 자연과 일상의 결합은 그 변화를 감각적으로 학습시키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기후위기의 해법은 언제나 거대한 정책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중요한 변화는, 사람들이 실제로 걷고 머무는 장소에서 시작된다. 전남의 민간정원들이 지금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이것이다. 정원은 자연을 꾸미는 일이 아니라, 사회가 자연과 맺는 관계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라고. 그리고 그 설계는 이제, 더 넓게 확장되어야 한다.

▲ 산이정원 '약속의 숲' 구역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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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프리랜서 기자/에세이스트 前) 농식품부 2030자문단 / 유엔 FAO 조지아사무소 / 농촌진흥청 KOPIA 볼리비아 / 환경재단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 유엔 사막화방지협약 태국 / (졸)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 (졸)경상국립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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