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기사들은 AI 이후 각기 다른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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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바둑판 위에서 바둑 기사들이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기준을 무너뜨렸다. 정답이라고 믿었던 수, 경험이 쌓일수록 단단해진 감각, 미학으로 여겨졌던 판단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인상적인 부분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첫 대국이다. 당시 해설자들은 알파고의 수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라면 절대 내지 않을 수입니다."
"프로에게는 터무니없는 수입니다."
"실수가 반복되는 걸 보면, 이 정도가 알파고의 수준이라고 봐야겠네요."
우리는 이미 그 결과를 알고 있다. 그 '터무니없는 수'는 실수가 아니었고, 인간의 바둑 이해 자체를 바꿔놓았다.
이 장면이 상징하는 것은 단순한 패배가 아니다. 기준이 무너지는 경험이다. 프로기사들은 AI 이후 각기 다른 선택을 했다. 누군가는 좌절했고, 누군가는 바둑을 떠났으며, 누군가는 AI를 새로운 스승으로 받아들이며 길을 다시 찾았다. 저자는 이 선택들을 평가하지 않는다. 변화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더 신중해져야 할 인간의 태도
<먼저 온 미래>는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AI가 등장하면서 우리가 너무 쉽게 넘겨버리는 질문들을 되돌려준다. 기술이 판단을 대신해 줄 수는 있지만, 그 판단의 책임까지 대신 져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얼마 전 <오마이뉴스>에 실린 'AI에 글쓰기 맡길 때, 이렇게 하면 큰일 납니다'라는 기사에서, 'AI에게 글쓰기를 맡길 때 똑똑하게 활용하는 법'을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기사에서 기자는 AI를 활용한 글쓰기의 다양한 정보를 이야기 한다.
[관련 기사 :
AI에 글쓰기 맡길 때, 이렇게 하면 큰일 납니다]
기자는 기사의 전체 내용을 이렇게 정의한다. "글은 정보를 나열하는 기술이 아니라, 개인이나 집단의 생각과 감정을 전하는 수단이다." 그래서 AI가 만들어준 문장을 그대로 쓰기보다, 스스로 경험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 한 문장씩 써 내려가 보라고 권한다. 머리를 쥐어짜며 만들어낸 문장 속에서 비로소 자기 삶의 맥락이 깃든다는 말이다.
이 이야기는 <먼저 온 미래>가 바둑판 위에서 던지는 질문과 정확히 겹친다. AI는 더 정확한 수를 제시하지만, 그 수를 두기까지 인간이 겪는 망설임과 실패, 감각의 축적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문장은 더 매끄러워질 수 있어도, 고민의 시간까지 위임하는 순간 글은 쉽게 공허해진다. 각자가 자신의 삶을 통과하며 만들어가는 한 문장. 그 더디고 불완전한 과정이야말로 기술이 끝내 넘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일 것이다.
기술은 언제나 먼저 온다. 그러나 그 기술을 삶으로 받아들이는 방식까지 자동으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먼저 온 미래>는 더 똑똑해진 기계를 말하는 책이 아니다. 더 신중해져야 할 인간의 태도를 묻는다. 바둑판 위에서든, 글을 쓰는 책상 앞에서든, 맞닥뜨린 상황이나 문제들에 고민과 질문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만이 '먼저 온 미래'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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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를 읽고, 글을 씁니다.나이 들어가는 삶의 감각과 가족. 부부의 시간, 일상에서 건져 올린 생각들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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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르포 <먼저 온 미래>와 편집기자 기사가 관통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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