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8일 아침, 성소피아 성당으로 출발하려는데 갑작스레 비바람이 몰아친다. 몸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우산도 속수무책이다. 가이드 따라 장미 오일 파는 어느 가게에서 잠시 비를 피한다. 그 틈에 비옷 파는 사람이 어떻게 알았는지 뒤따른다. 한때 실크로드를 주름잡았던 그랜드 바자르(지붕이 있는 시장) 출신 후예답다. 일행 모두 비옷을 사 입고 비바람을 맞으며, 히포드롬 광장(술탄 아흐메트 광장)을 거쳐 성소피아 성당으로 갔다. 광장엔 로마 테오도시우스 1세 대제가 이집트에서 가져왔다는 오벨리스크가 눈에 띈다. 이 오벨리스크는 기원전 16세기경 이집트 파라오 투트모세 3세가 만든 것으로 '세계의 중심'을 상징한 것이란다. 각 면에 상형문자가 새겨진 이 오벨리스크가 오랜 세월 동안 고향 이집트를 떠나, 히포드롬 광장에 세워져 있다고 생각하니 애처롭기까지 하다. 오벨리스크 옆엔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그리스 연합군이 페르시아 패잔병들의 방패를 녹여 만들었다는 세 마리 뱀으로 엉켜있는 기둥 조형물이 심하게 훼손된 채, 말뚝처럼 서 있다. 이 조형물 역시 세계의 중심이 콘스탄티노플임을 알리기 위해 델포이 신전에서 옮겨진 것이란다. 밑을 받치는 부분은 4차 십자군 원정 시 사라졌고, 머리 부분은 오스만제국의 우상 숭배 금지로 잘려 나갔다고 한다. 성소피아 성당으로 가는 광장 길목마다 군밤과 옥수수를 굽는 장사들이 비바람을 피해 호객한다. 눈길 한번 주는 사람이 없다. 그들은 장사를 망친 비바람을 원망했을까. 아니면 "인샬라"(Inshallah, 신의 뜻대로)라고 했을까. 날씨가 궂어서인지 성당으로 가는 사람도 많지 않다. 평상시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란다. 일행은 기다림 없이 성당으로 들어선다. 소지품 엑스레이 검사는 필수이다. 성 소피아 성당은 그리스어로 '거룩한 지혜'를 뜻하는 성당으로 '하기야 소피아성당'이라고도 부른다. 이 성당은 537년 고대 로마 유스티니아누스 대제가 15층 높이 거대 돔으로 건설한 그리스정교 총본산이다. 이 대제는 하기야 소피아(Hagia Sophia) 성당을 완성한 후 "솔로몬 왕이여! 내가 그대를 이겼노라"라고 외쳤다고 한다. 그는 솔로몬 왕이 예루살렘에 지은 황금 성전을 의식한 듯하다. 성 소피아성당은 아야 소피아 성당 혹은 아야 소피아 모스크라고도 부른다. 현재 본 성당은 성소피아 성당으로 알려있지만 2층만 개방되고, 1층은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아야 소피아 모스크라고 불려도 무방할 것 같다. 흥미롭게도 성 소피아성당은 1453년 이후 오스만제국 시대 이래 모스크(사원)로 사용되어 기독교와 이슬람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마치 이스탄불이 아시아와 유럽이 공존하듯 말이다. 무엇보다 메흐메트 2세가 1453년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한 후, 기독교 문화인 성 소피아 성당을 파괴하지 않고 모스크로 사용한 것이 신의 한 수 같다. 그의 위대한 결단 덕분에, 우리는 지금 성 소피아 성당을 보고 있지 않은가. 2층으로 올라가는 통로가 1500년 전, 벽돌로 쌓아 만든 통로라고 믿기지 않는다. 말 앞세우고 전차도 끄떡없이 올라갈 정도이다. 성 소피아 모스크가 동로마 제국 하기야 소피아성당으로 사용될 무렵, 벽면에 붙은 예수 그리스도를 품에 안은 성모마리아와 유스티아누스 대제의 황금 모자이크는 작은 황금 타일로 만든 비잔틴 미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제국에 함락되면서 이 황금 모자이크는 회색 칠로 가려지게 된다. 이슬람 문화에서 사람의 그림은 우상 숭배로 보기 때문이다. 성당 벽면에 간간이 튤립과 꽃문양만이 보일 뿐이다. 여기에 첨탑과 미흐라브(Mihrab, 메카의 방향으로 움푹 팬 곳)가 더해져 이슬람 사원으로 탈바꿈된다. 호주머니 속 송곳이 언젠가 삐져나오듯, 역사적 진실은 밝혀질 수밖에 없단 말인가. 1931년 미국 고고학 발굴 조사단에 의해 덧칠된 벽면에 황금 모자이크가 발굴되어, 성 소피아 사원은 비잔틴 시대 그리스정교 대성당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아쉽게도 겉보기와 다르게 성 소피아 성당은 1층 복판에 철제 빔들이 흉물처럼 천장을 떠받치고 있다. 1500년의 이 풍진 세월을 견디기 힘들었을까. 일행 사이로 비둘기 두 마리가 천장 쪽으로 날아다닌다. 어떻게 들어왔을까. 다소 어수선한 듯 보였지만, 사람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살아 있는 생물들과 공존하려는 튀르키예 사람들의 마음을 보는 듯하다. 이스탄불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무수한 고양이와 개를 보지 않았던가. 그들에게 밥을 주는 것도 헌금이요, 생명체와 함께 공존하는 것이 이슬람 문화라고 한다. 큰사진보기 ▲ 성소피아 성당 출구 윗벽면 모자이크. 김병모 성 소피아 성당 2층을 관람하고 1층 출구로 내려오다가 잠시 멈춰 뒤돌아보라 한다. 벽면에 잘 보존된 모자이크 작품이 보인다. 출구만 보고 급하게 나오다 보면 지나칠 수도 있단다.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마리아 좌우로, 성소피아 성당을 봉헌하려는 유스티니아누스 대제와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 도시를 봉헌하려는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당시 동로마 제국의 기독교 문화의 현실을 보여준 듯하다. 성 소피아 성당 출구를 통해 나오자 몰아쳤던 비바람은 잦아들고,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몰려든다. 오후 인천행 비행이 연착이나 되지 않을까 걱정을 숨긴 채, 일행은 서둘러 점심 식당으로 향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성소피아성당 #이스탄불 #튀르키예 #콘스탄티노플 추천12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김병모 (mo6503) 내방 구독하기 본인은 오마이뉴스, 대전일보 등 언론사나 계간 문학지에 여론 광장, 특별 기고, 기고로 교육과 역사 문화, 여행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는 따뜻한 시선과 심오한 사고와 과감한 실천이 저의 사회생활 신조입니다. 더불어 전환의 시대에 도전을 마다하지 않고 즐기면서 생활합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시를 보내면 그림이, 그림을 보내면 시가... 조선시대 교환편지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국도 확장공사로 마당 사라진 어린이집... "아찔하게 등하원중" 전한길, 5개월 만에 입국해 장동혁 겁박 "누구 때문에 대표됐는데..." 대통령과 총리의 눈물... "'이제 자네들이 해', 그 말씀이 우리 소명"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2년 전 800만 원이 지금 2천... 시집갈 때까지 기다릴 걸 2 "아파트 단지 통행불가? 법으로 막자" 어느 건축가의 이색 제안 3 미국에서 온 건축가가 주차장서 벌인 일, 성수동이 뒤집어졌다 4 삼남매가 결혼할 때 엄마에게 해드린 진상품, 승자는? 5 태어나보니 백기완 손주였다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기독교와 이슬람 문화가 공존한 성소피아 성당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2년 전 800만 원이 지금 2천... 시집갈 때까지 기다릴 걸 "아파트 단지 통행불가? 법으로 막자" 어느 건축가의 이색 제안 미국에서 온 건축가가 주차장서 벌인 일, 성수동이 뒤집어졌다 삼남매가 결혼할 때 엄마에게 해드린 진상품, 승자는? 태어나보니 백기완 손주였다 단종 왕비의 한이 서린 곳인데 흔적조차 없는 사연 "다주택자들 못 버티게 하는 방법은 보유세밖에 없다" SNS에 "평생 무주택자" 공개하자 순식간에 벌어진 일 바다 위 흉물처럼...관광객마저 탄식한 동해안의 '상처' 김건희에 1억4000만원 그림 건넨 혐의...전직 검사, 무죄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구독PICK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톡톡60초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전체기사 연재 포토 스포츠 방송·연예 영화 음악 공연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