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모사를 전하는 이강준 서울대학교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의장과 단과대 회장들
이호인
박종철기념사업회가 2025년 신설한 청년 지원 사업 '박종철의 친구들' 1기 대표로 연단에 오른 신민석 씨는 먼저 서울 관악구 '박종철 거리'를 걸으며 느낀 소회를 전하며 "그 길을 걸을 때마다 민주화는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숨과 시간, 결연한 의지로 지켜진 것임을 깨닫는다"고 말했다.
추모가 과거의 의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신씨는 "기억은 애도의 형식으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며 "보이지 않는 노동을 드러내고, 하찮게 취급될 수 있는 일의 가치를 증명하며 노동하는 사람들과 연대하겠다"고 밝히며 "오늘 이 자리에서의 기억을 내일의 책임으로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지난 2025년 박종철 청소년 장학금을 수상한 경문고 인권동아리 '키비처'의 이선우, 강윤동 학생이 추모사를 전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이선우 군은 "장학금을 받은 후 제주 4.3 추모, 실미도 유적지 답사, 세계 난민의 날 플래시몹 등 다양한 평화 활동을 이어왔다"고 활동 내역을 보고하며 "단순히 시간을 때우는 봉사가 아니라, 고문을 당하면서도 신념을 지킨 열사의 모습을 보며 '나라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끊임없이 되물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어 강윤동 군은 "장학금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기억을 현재로 이어가라는 무거운 책임임을 깨달았다"며 "기억은 되새김에 머물 때가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박종철 열사가 지키고자 했던 것은 거창한 신념이 아니라,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었다"며 "2026년에는 평화 조형물 설치 등을 통해 폭력이 아닌 연대와 존엄의 가치를 일상 속에 새기겠다"고 약속했다.
추모제 말미에는 박종철 열사의 형 박종부 씨가 유족 인사를 전했다. 박 씨는 "유족이기 이전에 민주시민의 이름으로 제안한다"며 내년 40주기를 앞둔 각오를 밝혔다.
그는 "더 이상 영정 속의 박종철이 아니라, 살아서 '민주주의 만세'를 외치며 펄쩍펄쩍 뛰는 박종철이 친구들의 손을 잡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더 큰 민주주의를 향해 정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추모의 물결은 행사 당일로 끝나지 않는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1월 10일부터 16일까지를 추모 기간으로 지정해, 민주화운동기념관 5층 조사실(509호) 앞에서 시민들이 헌화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4층 전시실에서는 열사에게 편지를 남기는 행사도 진행된다. 서울 관악구 박종철센터에서도 오는 17일까지 추모 사진전이 열려 시민들의 발길을 기다린다.
이날 권오을 장관의 남영동 방문은 한 부처 장관의 의례적 추모를 넘어, 보훈 정책의 지향점이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읽힌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보훈'은 주로 국권을 되찾은 '독립'과 외부 위협으로부터 영토를 지킨 '호국'에 무게가 실려 왔다. 그러나 권 장관은 취임 이후 강조해온 '독립·호국·민주의 균형' 기조를 현장에서 드러내며, 국가 권력의 폭력에 맞서 헌법적 가치를 지켜낸 '민주화운동' 역시 국가가 예우해야 할 보훈의 한 축임을 분명히 했다.
최근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며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 자체가 국가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더욱 부각되는 상황에서, 보훈의 외연 확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제기된다. 권 장관이 언급한 '민주유공자법의 연내 제정'이 실제 입법으로 이어져 대한민국 보훈이 '독립·호국·민주'라는 세 축 위에서 재정립되는 전환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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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열사 39주기 "다시는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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