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1.12 14:09수정 2026.01.1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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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숲 산책길에서 가끔은 특별한 경험을 한다.
산책은 단순히 걷는 일 뿐 아니라, 산책길에 마주하는 타인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관찰의 시간이다. 길 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표정을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때가 많다. 마치 부부 싸움을 한 듯 멀리 떨어져 걷는 노부부가 있는가 하면, 다정히 보폭을 맞추어 걷는 부부도 있었다. 이렇듯 부부들마다 저마다의 사연이 담긴 특징이 보였다. 생기 넘치는 연인들의 발걸음과 깊은 대화에 빠진 지인들의 모습에서도 저마다의 색깔이 묻어난다.
매일 반복되는 산책길 위에서 유독 한국인들을 자주 마주친다. 그중에 건강을 위해 맨발로 흙길을 걷는 한국인 아저씨와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인자한 모습의 노부부와 눈인사를 주고받다 보면 가끔 이곳이 한국의 어느 동네 산책로가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진다. 국적 불문의 다양한 언어가 섞여 들려오는 이국적인 숲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발걸음과 눈빛만으로도 묘한 유대감을 나눈다.

▲ 캐나다 산책길의 고목 밑둥 속에 카메라를 넣어 하늘 방향으로 촬영한 사진, 비어있는 나무 틈 사이로 비친 하늘이 마치 한반도 지도의 형상을 띠고 있다.
김종섭
산책로 한쪽에는 수백 년 동안 이곳을 지켜온 나무들이 즐비하다. 그중에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고사하여 거대한 밑둥만 남은 고목들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산책로 풍경이기도 하다. 성인 두 사람이 팔을 벌려도 감싸 안기에 턱없이 부족할 만큼 거대한 크기다.
겉과는 달리 속이 비어버린 그 모습은 마치 숲 속에 작은 나무 울타리를 쳐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를 간절히 품고 있는 그릇처럼 때론 작아 보이기도 한다. 평소 그 어두운 공간 속에 무엇이 담겨 있을지 궁금했던 나는, 오늘 카메라를 든 손을 나무 속 깊숙이 밀어 넣었다. 렌즈를 하늘로 향하고 셔터를 눌렀다.
카메라 액정 속에는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한반도 지도 하나가 그곳에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우연히 비슷한 모양을 한국 지도로 해석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해안선의 굴곡과 전체적인 형상이 너무나 닮아 있어 순간 소름 끼치는 전율을 느꼈다. 오래된 고목의 내부가 가장 가치 있는 프레임이 되어 고국의 모습을 빚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나무는 제 속을 다 비워내면서까지 멀리서 온 이방인에게 고국의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비어있는 고목은 죽은 것이 아니었다. 그 속에는 여전히 우리가 잊지 못하는 풍경이 살고 있었다. 산책길을 걸을 때마다 이 지도를 품은 고목이 친구처럼 반가울 것 같다. 사진 속 한반도의 지도는 아마도 아주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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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거주, 이민자의 삶과 일상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를 기록,다음'브런치'활동도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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