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단절. 선형 블록 중간에 위치한 맨홀이 시각장애인의 보행 흐름을 완전히 끊어놓고 있다.
박상준
이날 순찰에 나선 효자동 안전보안관들은 "이런 엉터리 공사를 준공 검사해 준 행정 당국이 더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한 안전보안관은 "보도블록 공사를 할 때마다 현장에 나와서 보지 않으면 꼭 이런 일이 생긴다"며 "맨홀 뚜껑 하나 때문에 점자블록을 끊어먹는 건, 시공자가 시각장애인의 보행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증거이자, 관리 감독해야 할 구청이 손을 놓고 있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러한 '단절된 점자블록'은 효자동만의 문제는 아니다. 맨홀, 볼라드(차량 진입 방지석), 입간판 등이 점자블록 위를 점령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지자체의 유지 보수 예산은 주로 눈에 띄는 파손 부위에 집중될 뿐, 이런 '디테일한 단절'을 잇는 데에는 인색하다.
효자동 안전보안관 활동은 단순히 범죄를 예방하는 것을 넘어, 이처럼 주민 생활 속의 사각지대를 찾아내는 역할로 진화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발견한 문제점들을 사진으로 채증 하여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신고하고, 관할 구청 도로관리팀에 즉각적인 시정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장애인 이동권은 시혜가 아닌 권리다. 비장애인이 스마트폰을 보며 무심코 걷는 그 길이, 누군가에게는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생존의 현장이다. 점자블록 하나가 끊기면, 시각장애인의 세상도 거기서 끊긴다.
저녁 순찰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아스콘으로 뭉개진 점자블록 위로 차가운 겨울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빠른 시일 내에 저 검은 흉터가 다시 노란 희망의 색으로 채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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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사회 곳곳을 누비며 마을과 학교, 사람을 잇는 활동가이자 기록가입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믿음으로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대변하고, 지역 사회의 건강한 변화를 꿈꾸며 글을 씁니다. 책상 앞이 아닌 삶의 현장에서 이웃과 함께 호흡하며 우리 동네의 진짜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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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길이 아니라 흉기" 시각장애인 울리는 황당한 '아스팔트 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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