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1.13 15:16수정 2026.01.1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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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알람이 울린다. 혈압약 먹는 걸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맞춰 놓은 알람이다. 매일 아침 알람이 울리면 약부터 챙기던 내가 요즘은 휴대폰부터 켠다. 주식시장 개장에 맞춰서 증권앱을 열기 위해서이다.
요즘 주식시장이 뜨겁다. 하루에도 몇 번씩 틈만 나면 증권앱을 열어본다. 한동안은 파란색으로 도배를 한 내 계좌를 열어보는 게 두려웠다. 마이너스 70퍼센트에 육박하는 절망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며 주식은 나랑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명색이 경제학 전공자가 이렇게 투자를 못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내 투자 실력은 형편없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제법 주식을 할 만했다. 제일 꼭대기에서 산 몇 개의 종목들이 아직도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 전체 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지만, 요즘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두 종목 덕분에 마이너스가 한 자리수로 내려왔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내가 엄청난 큰 손 투자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나는 개미 중에서도 눈에 보일락말락 하는 아주 작은 불개미이다.
매일 경제뉴스를 도배하고 있는 주식시장에 대한 기사들은 한동안 방치해 두었던 증권계좌를 다시 열게 만들었다. 특히 요즘 가장 핫한 몇몇 주식들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걸 보고 있자니 마치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나만 놓치고 있는 것 같아서 조바심마저 들었다.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할 때는 경험 삼아서 재미로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규칙을 정해놓았었다. 총 투자금은 200만 원을 넘기지 않을 것, 내가 이름을 아는 기업의 주식만 살 것, 수익률이 20%를 넘거나 마이너스 10% 아래로 떨어지면 무조건 팔 것. 투자금 200만 원은 만약에 모조리 날려버린다고 해도 기꺼이 체험 비용으로 감수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에 경제기사를 도배하고 있는 주식 두 종목 때문에 나의 투자 원칙이 깨져 버렸다. 이미 주가가 너무 올라서 사기가 무서웠지만, 매일같이 관련 종목에 관해서 쏟아지는 핑크빛 전망을 보고 있자니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비상금 100만 원을 털어서 두 종목의 주식을 샀다.
다행히 내가 산 이후에도 주가는 계속 더 올라주었다. 한 종목의 수익률은 한때 50%를 넘기기도 했다. 상한선으로 정해 놓았던 수익률을 훌쩍 넘겼는데도, 팔고 나면 더 오를 것 같아서 쉽게 팔 수가 없었다. 또 다른 투자 원칙도 무너졌다.
돈이 나올 만한 구멍이 그 어디에도 없는 전업주부인 나에게 주식계좌의 빨간 숫자는 그야말로 '꿈'이고 '희망'처럼 느껴졌다. 마치 로또를 사서 가슴에 품고 당첨을 상상하며 행복해 하는 것처럼. 주식이 엄청 올라서 남편에게 "그까짓 쥐꼬리만한 월급은 당신 용돈으로나 써!"라고 말하는 상상을 하며 혼자서 통쾌해 하기도 했다.
그런데, 두 종목 중 한 종목의 주가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간혹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기사가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날의 주가에 따라서 하루의 기분이 좌우되었다. 결국 더 못 기다리고 그 주식을 팔았다. 내가 팔고 나서 며칠 동안 계속 떨어지던 주가가 지금은 다시 올라서 내가 판 가격을 훌쩍 넘어버렸다. 목표 수익률 20%를 훨씬 넘겼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손에 쥐고 있던 사탕을 빼앗긴 것처럼 약이 올랐다.

▲ 하루에도 몇번씩 증권앱을 열어서 주식시세를 확인한다.
심정화
주식투자는 꽤 달콤했다. 집에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버는 재미가 쏠쏠했다. 나는 그 이후에도 투자금을 더 늘려서 또다른 주식들을 야금야금 사들였다. 큰 회사의 주식들은 이미 너무 비싸서 이름을 잘 모르는 작은 회사들 쪽으로 눈을 돌렸다. 싼 주식을 사서 비싸게 팔아야 돈을 벌 수 있으니 앞으로 오를 만한 저평가 주식을 찾아내야 했다.
하지만, 내가 주식에 관한 정보를 얻는 방법은 경제뉴스나 주식관련 영상, 또는 AI에게 투자 의견을 묻는 것이 전부였다. 내가 이렇게 얻은 정보는 당연히 세상 사람들이 이미 다 알고 있는 정보였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주식을 뒤늦게 사서 번번이 손해를 보고는 했다. 게다가 나는 참을성이 매우 부족해서 내가 산 주식이 조금만 오르면 팔고, 눈독 들이던 주식이 조금만 내렸다 싶으면 샀다. 그러니 내가 팔면 오르고 사면 내리는 마이너스 손이 되어 버렸다.
주식을 살 때마다 항상 오를 거라는 희망을 품고 사지만, 현재 내 계좌는 여전히 마이너스이다. 코스피가 이미 4000을 넘었고, 올해 안에 5000의 벽도 뚫을 것이라는 전망은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그저 현재의 파란 숫자들이 검정색으로 바뀌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때가 되면 나는 다시 제일 처음의 투자원칙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그리고 공부를 제대로 한 뒤 다시 투자할 것이다. 세상에 거저 생기는 돈은 없다는 걸 제대로 배운 것 같다.
이상은 50대 주부의 주식투자에 대한 기록이었다. 100만 원 투자해서 10만 원의 이익을 보았을 때는 1000만 원을 투자했더라면 100만 원을 벌었을텐데 하며 아쉬워했다. 물론 손해가 났을 때는 더 많이 투자했더라면 더 큰 손해를 봤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한참 집값이 치솟을 때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영끌'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던 것처럼, 요즘은 주식시장에서도 '영끌'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요즘 젊은 세대들은 나보다 훨씬 영특하니 이런 염려가 노파심이라는 걸 잘 알지만, 행여라도 주식투자로 대박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한번 신중히 생각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몇 만 원 하는 물건 하나를 살 때에도 꼭 필요한지 가격은 적당한지 고민하면서 사는데, 지금 그보다 훨씬 비싼 주식을 너무 쉽게 사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물론 망설이다가 타이밍을 놓쳐서 손해를 볼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투자 책임은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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