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TF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인권침해점검 TF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서울고등검찰청 인권침해점검 TF는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연어·술파티 회유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이정민
재판장의 입에서 '이중기소'라는 말이 나오자 수원지방검찰청 소속 검사 3인은 당황한 모습을 숨기지 못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 2019~2020년 북한에 800만 달러를 지급한 행위를 두고, 검찰은 외국환거래법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그런데, 검찰은 같은 행위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 등에 대한 제3자 뇌물이라며 김 전 회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혐의로 또 기소했다. 재판장의 말은 김 전 회장의 한 가지 행위에 대해 이중 기소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중 기소는 허용되지 않는데, 이중기소가 이뤄졌다면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돼야 한다.
재판 후 김성태 전 회장 측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계속 저희가 주장했던 내용"이라면서 "재판장이 (우리에게) 유리한 발언을 했고, 검찰이 당황했다"라고 말했다. 바로 옆에 서 있던 김 전 회장은 "공소기각을 해야할 사안"이라고 미소를 보이며 말을 보탰다.
13일 수원지방법원 형사11부(재판장 송병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화영 전 부지사·김성태 전 회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뇌물) 혐의 사건 공판에서의 풍경이다.
재판부 "상상적 경합" 지적, 당황한 검찰
송병훈 재판장의 이중기소 언급에 검찰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과 특가법 뇌물 사건에서 북한에 돈을 지급한 행위는 중첩되지만 (처벌 법령의) 입법 목적과 범죄 구조가 상이하며 처벌 주체도 달라 각각 독립적 범죄로서
실체적 경합(하나의 범죄행위로 법적으로 독립된 여러 범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송 재판장은 "피고인 김성태의 행위는 사실상 같지 않냐. 그럼
상상적 경합(하나의 행위가 여러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 가장 중한 형으로 한 번 처벌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했다. 송 재판장의 말이다.
"북한에 돈을 줬다는 것은 하나의 사실 관계다. 본 사건은 뇌물을 공여했다는 거고, 지급이라는 측면과 공여라는 측면에서 보면, 범죄 일시나 상대방, 금액, 주체가 거의 동일한 것처럼 보여진다. 그럼 이는 실체적 경합보다는 상상적 경합으로 보는 게 맞지 않냐."
검찰은 지난 2023년 2월 김성태 전 회장을 대북송금에 따른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 사건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2024년 6월 대북송금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과 이 전 부지사, 김 전 회장을 묶어서 기소했다. 이 대통령과 이 전 부지사에게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김 전 회장에게는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됐다.
김 전 회장이 대북송금이라는 하나의 행위로 2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는 게 송 재판장의 판단이다.
"검찰은 실질적 경합 관계로 본다지만 상상적 경합으로 보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재판부가 잘못 판단 했을 수 있지만 다음 기일 전까지 검찰은 관련해 의견을 주면 의견을 받아보고 판단을 할까 한다. 만약에 상상적 경합이라고 한다면 공소시효도 있어서 김성태 피고인 사건 관련해서 기회를 줘야 한다."
"이화영은 수수자인가 공여자인가?"... 검찰 기소 또 흔들

▲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025년 10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왼쪽 뒤는 수원지검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당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 회유를 위해 '연어 술 파티'를 열었다는 의혹의 당사자인 박상용 당시 수원지검 부부장검사(현 법무연수원 교수).
남소연
이날 공판에서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또 있다. 송 재판장은 검찰의 이 전 부지사 추가 기소도 문제 삼았다. 이 전 부지사 역시 대북송금을 두고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후, 뇌물수수 공범으로 재차 기소됐다.
"피고인 이화영과 관련해 석명을 하고 싶은 게 있다. 검찰은 피고인 이재명과 이화영이 (제3자) 뇌물수수 공범이며, 김성태가 공여자로 북한에 돈을 줬다 보고 있다. 제3자뇌물은 수수나 공여자가 구분되는 구조다. 이재명 피고인과 이화영 피고인은 뇌물 수수 공범이다. 재판부에서 궁금한 건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관련해 상상적 경합이라면 이재명과 이화영은 북한에 돈을 준 공여자다. 그런데 검찰의 공소사실을 보면 이화영은 뇌물수수 주체(수수)이자 공여자로 보인다. 검찰은 이해가 되나?"
검찰은 "재판장의 말이 어떤 취지인지 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재판장은 "법리적으로 의문이 있다"라며 아래와 같이 말을 보탰다.
"(이화영이) 교사범으로 됐다면 논리적 구성이 이상하지 않은데, 이미 이화영은 김성태와 공모해서 (2024년 6월 수원지법에서) 돈을 준 걸로 판결이 확정됐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돈을 받았다고 하면, 이화영은 돈을 수수하고 공여했다는 건데, 제3자뇌물에서 수수자와 공여자가 동일한 게 맞나? 검찰은 이를 어떻게 보고 있나? 다음 기일까지 말해달라."
이에 검찰은 "알겠다"라면서 말을 아꼈다.
애초 이날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그가 불출석함에 따라 연기됐다. 이 전 부지사 역시 이날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하면서, 재판부는 김 전 회장 공판절차만 진행했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을 내달 12일 오후 2시로 예고했다. 절차 논의만 이어질 예정이라 증인을 따로 부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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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이중기소 아닌가"... 당황한 검찰, 미소 보인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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