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고사를 하는 프놈펜한국국제학교 구양주 교장 선생님.
정호갑
졸업생 만난 것은 행운이라는 담임
졸업생 담임인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격려나 위로의 말보다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 아이들을 만난 것은 말 그대로 행운이었다.
교육은 아이들에게 내일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희망은 늘 현실에 밀려났다. 학교에 있는 동안 3학년 진학을 오랫동안 맡았다. 아이들의 미래를 내신 등급과 수능 점수로 평가했다.
현실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나의 판단이 맞다고 생각하였고, 나는 교사로서 역할을 꽤 잘한다고 스스로 믿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한 후 자기의 미래를 열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말은 대학에 진학한 후 첫 일 년뿐, 그 후로는 거의 듣지 못했다.
사실 아이들은 자기의 정체성을 대부분 알고 있지 못하는 듯했다. 아이들 또한 자기 정체성을 현실에 맞춰가고 있는 듯했다.
이런 학생이 있었다. 고등학교 학생부에 1, 2, 3학년 진로 희망이 온통 '철학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수시 전형을 준비하면서 철학과로 진학하기 위해 모든 활동과 독서는 철학과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수시 전형에 합격하기를 바라면서 철학과에 원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수능에서 이 학생은 예상 밖의 점수를 얻었다. 흔히 하는 말로 대박이 났다. 돌연 학생과 학부모는 수시 전형을 다 포기하고 당시 인문계열에서 수능 점수가 가장 높은 '경영학과'에 정시로 지원하였다.
흔히 말하는 유명 대학 정시 지원을 위해 나는 또 최선을 다했다. 나는 교사인가? 대학 합격 여부를 점치는 사람인가?
퇴직할 때 주는 훈장을 나는 받지 않겠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2025학년도) 퇴직한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혹시 당시 대통령 때문에 훈장을 받지 않았다면 다시 받을 수 있다는 연락이 왔다 그때 잠시 흔들렸지만, 훈장을 받을 자신이 없었다. 받지 않겠다고 했다.
퇴직 후 나는 학교와 완전히 거리를 두고 시골살이를 시작했다. 퇴직 후 일 년 동안 시골살이하다 뜻하지 않은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지난해 3월에 프놈펜한국국제학교 중등부 교사로 채용되었다. 2024년 말부터 언론에 캄보디아 범죄 조직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캄보디아에 선뜻 오겠다는 교사가 없었던 모양이다.
욕심이 아닐까, 고민을 거듭했다. 나이 들어가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욕심인데, 그 욕심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잘못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많이 했다. 그런데 한 번 일어난 욕심은 스스로 합리화를 계속해 나갔다.
이번에는 정말 내가 생각해 보는 교육을 해보자. 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첫 시간 아이들에게 말했다. 내 수업 목표는 너희들에게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하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습관을 지니도록 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여 자기 정체성을 스스로 찾게 하고 싶었다. 그 정체성으로 자신의 희망을 열어가게 하고 싶었다.
창의력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깊은 생각과 고민의 결과라 나는 믿는다. 뉴턴의 만유인력도 아르키메데스의 부력 또한 끊임없이 이어진 고민과 생각의 결과에서 얻어진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긴 호흡으로 가고 싶었다. 모든 학생이 아니라 한 명이라도 그런 학생이 있다면 성공이다. 그러면 그 학생의 수업 태도가 다른 학생에게도 영향을 미쳐 점차 퍼져 나갈 것이다.
하지만 과연 내 뜻대로 될까 두려웠다. 처음에 주저주저하며 망설이던 학생도 시간이 감에 따라 스스럼없이 자기 생각을 잘 드러내었다. 생각이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생각의 깊어짐은 사고력으로 끝나는 것만이 아니라 배려로 이어진다.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았다.

▲ 아이들은 점차 자기 생각을 잘 드러내고 있다.
정호갑
졸업생들은 내일의 희망을 열어가는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 아이들이다. 36년 동안 아쉬운 나의 교직 생활을 메워준 아이들이다. 졸업하는 오늘, 일 년 동안 담임으로서 지켜본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나는 전생에 착한 일을 많이 했나 보다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함께하다니
하얀 목련꽃을 닮은 우리 아이들.
이 아이들을 보며 나는 봄의 기운을 고스란히 품는다.
라일락 꽃향기를 품고 있는 우리 아이들.
이 아이들을 보며 맑은 향이 내 몸으로 스며듦을 느낀다.
저마다 아름다움을 지닌 달리아꽃을 닮은 우리 아이들.
이 아이들을 보며 나는 존재의 소중함을 배운다.
사프란 꽃의 은은한 향을 품고 있는 우리 아이들.
이 아이들을 보며 나는 그동안 쌓인 묵은 때를 씻어낸다.
내세에도 이런 행운이 이어질 것 같은 예감.
이승에서 따뜻함, 맑은 향, 귀중함으로 묵은 때를 씻어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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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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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펜한국국제학교 졸업생들에게 건네는 격려와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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