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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하다 '긁힌' 마음, 엄지 하나면 회복됩니다

핸드폰 앱 삭제로 일시정지... 비교에서 벗어나 고요해지는 시간 필요

등록 2026.01.14 09:28수정 2026.01.1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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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내게는 한 가지 버릇이 있다. 내 상태가 별로일 때, 그러니까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스스로 필터링하는 능력이 떨어질 때 휴대폰에서 SNS 앱을 잠시 지우곤 한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을 하다가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보고 편히 넘기지 못하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요즘말로 '긁'힌 것이다. 타인의 행복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고 소란스럽게 다가왔다. 그것이 나에 대한 비교로 이어질까 봐 폰 스크롤 내리는 일을 곧바로 멈췄다.


그렇게 다시 한 번 인스타그램을 외면하기로 했다.

사실 SNS는 딱히 잘못이 없다. 문제는 그 세상 안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는 나다. 사실 부럽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스스로에게 칭찬이 박한 건지, 가진 걸 못 보는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도파민보단 고요함을 택하는 편이 현재로서 이로울 것 같았다.

지체없이 폰 배경화면에 있는 인스타그램 아이콘을 엄지로 꾸욱 눌렀다. 그리고 잠시 이별하는 마음으로 '홈에서 삭제' 버튼을 선택했다.

 폰 배경화면에서 인스타그램 앱을 삭제했다
폰 배경화면에서 인스타그램 앱을 삭제했다 한세희

나는 글을 쓴다. 그리고 SNS를 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현재 창작 욕구를 살짝 잃어버린 상태다. 전투 의지를 상실했달까. 지난해에 꽤 많은 글을 썼다. 꾸준히 연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찾기 위해 부단히 애쓴 결과 문화 예술과 영화 분야에서 조금씩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소식도 물론 종종 있었으나 확실한 보상 같은 게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이루지 못한 일에 자꾸만 마음이 상하고 더 나아가지 못함에 좌절하고 있다. 어쩌면 스스로 만든 압박감에 걸려 넘어진 걸 수도 있겠다.


그런 상태로 인스타그램에 로그인했더니 느낄 수 있는 건 '정체감' 밖에 없었다. 피드 화면 위로 셀 수 없이 쏟아지는 창작물 소식과 다양한 자아로 작업을 펼쳐 나가는 사람들에게서 환한 빛이 났다. 그들에게서 빛이 날수록 내 그림자는 더 짙어지는 것만 같았다.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자꾸만 기가 죽었다. 작년 한 해 공들였던 창작물, 더 나아가 그걸 만든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기보다 어딘가 고여 있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열심히 했는데도 작아지는 기분은 어쩔 수가 없었다.


쉴 새 없이 내 가치를 작업물로 증명해 내야하는 과정이 조금 버거웠었나 보다. '나를 알리고 싶다 vs 피곤하다'라는 양가적인 감정에 시달리느라 작년 12월 내내 답답했다. 비교는 비교를 낳았고 그 일이 점점 더 쉬워졌다. 이러다가 정말 한도 끝도 없는 비교에 깔려 버리는 게 아닌가 싶어 소음의 진원지에서 당장 빠져 나오기로 했다. 스트레스를 받아 가며 작고 네모난 분홍빛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없었다.

마침 공교롭게도 자판의 S와 N 키가 ㄴ과 ㅜ 키다. 'S-N-S'를 연속으로 두들기니 '눈(ㄴ-ㅜ-ㄴ)'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그건 마치 눈(SNS)을 감아도 좋다는 일종의 계시 같았다. 그래서 나는 눈을 감았다. 보다 또렷해지기 위한 멈춤이었다. 어지럽던 흙탕물이 시간을 만나면 서서히 맑아지는 것처럼 내게도 정돈될 시간이 필요했다.

자기 검열에서 벗어났던 일주일은 정적과 고요함 그 자체였다. 원래가 그렇겠지만 세상은 나 없이도 잘만 돌아간다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다. 허나 나도 여기에 상심하지 않았다. 어딘가에 스스로를 견주지도 않고 오로지 맑아지는 일에만 집중했으니 말이다. 쓸모를 의심하지 않았고, 자책하지도 않았고, 밀어붙이는 일도 없었다.

 폰 배경화면에 또다시 소환된 인스타그램.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로그인한다.
폰 배경화면에 또다시 소환된 인스타그램.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로그인한다. 한세희

넘치는 파이팅 대신 충만한 고요함으로 신년을 맞이했다. 그리고 지금 아무렇지 않게 키보드 위에 손을 얹고 있다. 보다 맑아진 기운으로 마감을 앞둔 글들에 정성을 다하는 중이다. 인스타그램 앱도 폰 바탕화면에 다시 소환했다. 도망쳐 나온 소란스러운 공간 속으로 또 다시 돌아갔다. 알면서도 반복의 반복이다.

정체감은 어김없이 나를 찾아올 것이다. 그때도 분명 괴로울 게 뻔하지만 그럴수록 잠시 고요해지기로 한다.

'다시 일어서면 그만이야.'

눈을 감으면 더 분명해지는 것이 있다.
#SNS #SNS디톡스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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