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0월 28일, 10.29 국제돌봄의날을 맞아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돌봄의 국가책임 강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참여연대
- 그렇다면, 이번에 참여연대에서 이번에 만든 돌봄기본법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요?
김형용: "저희가 만든 돌봄기본법은 누구나 돌봄이 필요하고 의존적인 존재임을 인정한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생애 전 과정에서 돌봄을 받을 권리와 돌볼 권리를 명확히 하고, 돌봄을 제공하고 받는 모든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을 해소해 돌봄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요. 특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게 돌봄에 대한 책임과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박영아: "돌봄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보상과 양질의 고용 환경, 노동조건을 제공할 것을 명시한 법이기도 해요. 성별에 무관하게 돌봄노동이 고르게 분배되어야 한다는 것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주거지에서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돌봄보장급여를 요구하는 법이기도 해요. 돌봄권 증진에 관한 기본계획과 연차별 시행계획 수립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 국회에도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발의한 돌봄기본법이 있는데요. 그렇다면 참여연대 돌봄기본법만의 특징이 있을까요?
최혜지: "구체적인 어떤 내용상의 구성보다는, 어떤 것에 방점을 두느냐 또는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느냐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 안은 '돌봄'이라는 것 자체를 조금 더 '광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참여연대가 만든 돌봄기본법은 '돌봄급여' 보다는 훨씬 더 넓게 돌봄을 정의하고 있어요. 또한, 돌봄의 공정한 분배, 돌봄 정의를 강조하고, 그 부분에 무게 중심이 놓여있다는 게 다른 법안들과의 차별점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김형용: "우리 법안에는 돌봄권을 돌봄을 받을 권리, 돌봄할 권리, 그리고 스스로 돌볼 권리로 좀 더 명쾌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요. 다른 발의안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지금 말씀해 주신 것처럼 돌봄을 어떻게 분배하고 재분배할 거냐와 관련해서 조금 더 명확하게 하였고, 또 하나는 돌봄 노동에 대한 인정, 보상, 재분배가 다른 발의안보다 더 명확하게 들어가 있어요. 저희가 만든 법은 다른 법안보다 '돌봄 정의', '정의로운 돌봄'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해요."
박영아: "돌봄 받을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서 뭐가 필요한지에 관한 내용들은 우리 법안에 조금 더 명확하게 들어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특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돌봄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조금 더 구체화해서 '돌봄보장급여'라는 개념을 넣었는데요. 이건 국가가 급여로 보장해 줘야 한다는 개념을 명확히 하고 있어서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돌봄할 권리는 자유와 비차별의 문제다"
- '돌봄을 받을 권리'는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돌볼 권리'는 생소하게 느끼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돌봄 받을 권리뿐만아니라 돌봄할 권리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최혜지: "돌봄을 받아야 되는 게 권리라면 그 돌봄을 받을 사람에게 돌봄을 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되는 건 너무 당연한 건데요. '돌봄을 받을 권리'만 강조하고 '돌봄을 할 권리'를 강조하지 않았다는 건 기존에 돌봄이라는 것을 권리라기보다는 가족들이 돌봄을 하는게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또는 가족 외에 사회적 돌봄이라는, 즉 돌봄을 업으로 삼고 있는 분들을 통해서 돌봄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굉장히 자연스러운 환경으로 생각했다는 거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가족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런 돌봄에 관한 것들도, 그들이 가족이기 때문에 갖고 있는 어떤 인륜의 도리라든지 윤리적인 것을 벗어나서 이제는 하나의 권리, 사회적으로 그걸 보호해 주고 그게 어떤 사람의 삶의 질 등을 저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국가나 사회가 그걸 책임져줘야 한다라는 것을 강조하는 게 결국은 이 '돌볼 권리'라는 것을 우리가 '권리'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그런 배경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진석: "돌봄할 권리의 요체는 돌봄을 하는 행위, 그러니까 자유의 문제인 거죠. 자기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거, 그래서 내가 직접 돌봄을 하든 아니면 제3자에게 위탁을 하든, 이것들을 온전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우리가 돌봄을 할 권리라고 얘기를 하고요.
자기가 돌봄을 직접 하는 것이 권리로서 인정이 된다는 것은 그거를 했을 때 반대급부로서의 페널티가 없어야 되는 걸 의미하는 거죠. 페널티가 있는 상태에서의 자유는 사실은 자유가 아닌 거잖아요. 그래서 소위 돌봄 페널티가 최소화되도록 하는 제도적인 환경과 조건이 만들어져야 하는 거고요.
그런 맥락에서 돌봄 휴가, 돌봄 휴직, 그리고 내가 누군가한테 (돌봄을) 맡겼을 때 충분히 안심하고 내 돌봄 책임을 다했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사회적 돌봄 체계, 이런 것들이 전부 다 완성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가 돌볼 권리, 그러니까 돌봄을 할 권리가 보장되었다고 얘기할 수가 있겠죠. "
김형용: "네, 그래서 우리 법안의 11조는 '돌봄에 따르는 소득 상실을 비롯한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 '돌봄을 이유로 자신의 건강권, 학습권, 사회참여 및 경제 활동의 기회를 부당하게 박탈당하지 아니하여야 한다', '돌봄의 구조적 성별 불평등이 최소화되어야 한다'라고 되어있어요. 이것을 돌봄자의 권리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죠."
- 돌봄의 질은 결국 돌봄노동자의 노동환경과 직결됩니다. 이번 기본법안에 돌봄 노동자의 권리 보장이나 처우 개선에 관한 내용은 어떻게 반영되어 있나요?
김형용: "돌봄노동자에 대한 인정과 보상'을 법안 제6조에 구체화했습니다. 정당한 보상과 함께 양질의 고용 환경과 노동 조건이 주어져야 하고, 또한 이 돌봄과 관련한 주요한 의사결정에서 대표성을 가져야 하고, 돌봄 수행 과정에서 인격적 주체로 존중받아야 하고요. 즉 작업 환경과 임금으로 보상을, 발언권과 인격적 존중으로 인정을 구체화했습니다."
최혜지: "네, 그리고 13조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돌봄에 대한 정책을 수립한다거나 15조에서 돌봄권 증진과 관련된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그 구체적인 정책과 기본계획 안에 돌봄노동자의 노동인권을 어떻게 보호할지와 관련된 제도를 수립하고 계획하고 시행하도록 하는 세부 조항들도 포함하고 있어서 이 부분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진석 : 돌봄노동과 관련해서 저희가 법안의 내용을 고민했을 때 페미니즘 쪽에서 얘기하고 있는 돌봄노동, 특히 부불노동과 유급노동의 구분, 거기에서 오는 불평등의 문제, 젠더의 문제, 그것에 대응하기 위한 ILO의 5개의 프레임워크 등을 같이 보면서 논의했었습니다.
ILO는 수차례에 걸쳐 보고서와 위원회 결정을 통해 돌봄경제와 좋은 돌봄 일자리를 구현하기 위한 원칙으로 5R 체계(framework)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무급노동에 대해 3개의 R, 즉 무급돌봄노동의 사회적 존재와 그 가치에 대해 인정할 것(recognize), 전 사회적으로 그 양을 줄일 것(reduce), 그리고 특히 성별에 따라 평등하게 재분배할 것(redistribute)을 강조하고 있고, 유급돌봄 노동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적절한 보상을 제공할 것(reward)과 돌봄과 관련한 사회적 의사결정 과정에 돌봄노동자들의 대표성을 강화할 것(represent)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ILO는 돌봄 영역에서 이와 같은 5R 체계를 구현하는 것이 단순히 돌봄 경제의 활성화와 돌봄 일자리의 질적 개선뿐만 아니라 돌봄노동과 노동시장 전반에 걸쳐 젠더 격차를 해소하는 데에도 필수적인 요소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질문들: 개념, 보상, 적용 범위
- 돌봄기본법을 함께 만드시면서 제일 고민이 많았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장 뜨겁게 논쟁했거나 끝까지 고민이 깊었던 조항은 무엇이었나요?
김진석 : "사실 이론적으로는 명확한 개념인데 돌봄기본법을 만들면서 돌봄, 돌봄노동, 돌봄노동자 개념을 명확하게 하고, 이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게 적용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최혜지 : 저는 고민이 깊었던 것 중의 하나가 돌봄노동에 대한 보상의 문제였어요. 돌봄노동을 돌봄노동자가 하는 노동이라고 할 경우에 정당한 보상에 대한 문제는 크게 고민이 되지 않는데, 이 돌봄노동에 부불노동도 들어가기 때문에 이 부불노동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나 인정에 대한 문제들을 법적으로 어떻게 담아야 되는가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왜냐하면 현금성 보상이라는 것이 결국은 또 이 돌봄에서의 성별 불균형이라든지 또는 부정의의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이죠. 젠더화된 돌봄을 굉장히 정의로운 방식으로 재분배하는 문제, 그것과 더불어서 부불노동에 대한 사회적 보상의 문제, 이게 어떤 지점에서는 굉장히 갈등이나 긴장이 발생해서 이것을 처리하는 과정이 힘들었습니다.
김형용 : "이 법의 적용 범위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어요.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는 현행 헌법에서 국민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여전히 논란이 많잖아요. 일부 사회보장급여는 상호주의 원칙이 있어서 개별적으로 적용해야 되는 상황도 있고요.
그러다 보니까 돌봄의 대상과 주체를 아주 보수적으로 내국인으로만 한정할 것인지, 아니면 상호주의 원칙에 따를 것인지, 아니면 돌봄이라는 건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니까 '사람'의 범위까지 넓혀 정주 외국인으로까지 늘릴 것인지, 그리고 납세를 하고 있는 외국인을 포함하고 외국계 회사들도 돌봄에 관련한 고용 환경과 돌봄 친화적인 정책들을 해야 되니까 외국 법인들도 넣어야 된다 등으로 아주 복잡다단한 논의를 했어요. 결국에는 이게 단시간 내에 합의하거나 해결하기는 어려운 과제라서 장기적인 과제로 남겨두었어요."
박영아 : "저는 우리 법안이 그렇다고 해서 외국인을 배제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법안에 '국민'이라는 표현도 없고요. 각종 사회보장 법안에 국민이라는 표현을 쓴 게 사실은 외국인을 배제하겠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보편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국민이라는 표현을 쓴 것 같은데, 그게 이상하게 외국인을 배제하는 쪽으로 해석되고 있어서 문제라고 생각해요."
- 돌봄기본법이 만들어지기 전과 후, 가장 달라질 수 있는 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돌봄기본법이 제정되면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요?
박영아 : "당장 좋아지는 게 없겠지만 기본법이니까 그 기본법에 따라서 여러 가지 정책들과 또 관련 법령들이 개정되거나, 돌봄기본법에 있는 원칙들과 권리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정책, 필요하면 법 개정이 이루어질 때 체감하는 부분이 확실히 있을 것 같아요."
김진석 : "공감합니다. 기본법의 성격상 이게 직접적인 어떤 제도를 바로 만들어내는 성격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제도를 만들어내고 다른 법을 더 기본법의 취지와 목적에 맞는 방향으로 개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되겠죠. 이후에도 이 기본법의 취지를 살려서 한국의 돌봄 관련한 제도와 정책이 더 구체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김형용 : "당장 바뀌는 거는 저는 10조의 재난 및 위기 상황에서 돌봄권인 것 같거든요. 이제 코로나 같은 감염병이 발생하면 시설에서 우선 퇴소할 권리가 주어질 거고, 그리고 우선적으로 재난 발생 시에 현재 돌봄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돌봄의 우선권을 가지므로 즉각적인 효과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드네요."
- 돌봄기본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돌봄의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텐데요. 돌봄기본법 외에 우리나라의 돌봄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지에 대해 의견 주세요.
최혜지 : "돌봄에 대한 어떤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는 다른 여러 개의 법안이 있을 텐데 그 법안 간의 상호 정합성, 그다음에 그 법안들과 돌봄기본법과의 정합성 이런 것을 점검해서 일관성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이후에도 가장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김진석 : "저는 돌봄 관련한 가장 큰 현안은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2026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준비 정도가 매우 부족한데요. 돌봄의 충분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너무나 부족한 상태입니다. 특히, 돌봄과 충분성과 관련해서 공공인프라가 너무 부족하죠."
김형용 : "저는 인프라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노인들이 갈 데가 정말 없어요. 다양한 여가 시설들이 없어서 정말 무료하게 지내시거든요. 어떤 경로당은 할머니들이 계시면 할아버지들이 못 가고, 일부 노인복지시설은 기존 이용자 이외에는 접근도 못 하고, 이게 현재 일반적이라 저는 인프라의 충분성이 지금 다른 문제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통합돌봄도 중요하지만, 이분들이 삶을 자유롭고 즐겁게 보내셔야 하는데,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에요."
최혜지 : "충분성의 한 부분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돌봄기본법하고 지금 돌봄통합지원법하고 가장 큰 격차 또는 그 간극이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결국은 '대상'의 문제거든요. 돌봄기본법은 모든 사람의 권리로 이걸 천명하고 있는 데 반해서 돌봄통합지원법의 경우에는 현실적인 이유로 노인, 장애인 등 일부 대상으로 특정하고 있거든요.
나중에는 다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필요한 제도적 보완의 한 지점은 돌봄을 받을 권리 차원에서 이게 전체 생애의 어떤 특정한 시기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배제되지 않는, 그런 돌봄 제도가 되도록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겠다 생각합니다."
세계는 돌봄을 어떻게 논의하고 있는가

▲ 2024년 5월 10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연세대에서 열린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돌봄복지국가의 길을 묻다’란 주제로 세션을 개최했다.
참여연대
- UN이나 ILO에서도 돌봄에 관해 관심이 있고, 의미 있는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한국의 돌봄 논의는 어느 지점에 와 있다고 보시나요?
김진석 : "돌봄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죠. 가족화, 재가족화 이런 얘기가 서구 문헌에서도 계속 논의가 되고 있고요. 노동 쪽으로 보면 돌봄경제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는 계속 논의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돌봄경제라고 하는 순간, 그게 경제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순간 시장과 민간으로 이렇게 바로 연결되는 측면이 있어서 돌봄경제라고 하는 표현이 저는 문제가 있는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쓸 때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돌봄과 해외의 돌봄을 비교해 본다면 우리나라는 수요에 비해서 공급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지난 10년 넘게 해왔지만, GDP 대비 쓰고 있는 돈만 놓고 보면 더 이상 그런 얘기를 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주요한 돌봄 영역 중에서 보육은 이미 OECD 평균을 한참 넘어섰고요.
요양의 경우는 아직 OECD 평균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최신 통계가 나오면 거의 근접하거나 추월하지 않았을까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료에 사용되는 사회적 비용의 측면에서도 2022년에 이미 OECD 평균을 넘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외국과 비교해 충분히 돈을 쓰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보다는 그 돈을 어떻게 체감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쓰느냐 이런 고민을 좀 더 해야 할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박영아 : "말씀하신 것처럼 ILO는 돌봄노동을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 같고요. UN 차원에서는 코로나 이후 의료나 건강권 외에 돌봄에 대해 특정해서 논의했더라고요. 그래서 보니까 '국제 돌봄 및 지원의 날(International Day of care and Support)'도 2023년에 지정을 했고요. 국제적인 논의도 아마 조금 최근에 불붙은 게 아닌가 싶기는 해요."
최혜지 : "커뮤니티 케어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영국 같은 곳과 비교하면 저희는 굉장히 늦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반면, 돌봄에 대해서 그다지 국가 정책이 뾰족하게 없는 미국 같은 곳에 비하면 우리나라가 훨씬 활발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생각되고요.
총량으로서의 돌봄에 대해 국가가 투입하는 총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 상대적으로 민간이 투입하는 비용이 굉장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서 이런 것들이 우리나라가 현재 돌봄에서 어느 정도 앞서거나 또는 국가 투입이 적절한가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또 돌봄의 질에 대한 평가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는데 우리나라는 돌봄의 질에 대한 평가가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있어요. 이제는 돌봄의 총량에 대한 확대뿐만 아니고 우리가 제공하는 돌봄의 질에 대한 평가도 더 적극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김형용 : "OECD랑 해외 저널들 보면 두 가지 이슈가 많이 보이는데 하나는 인력이에요. 저임금이나 열악한 근로 환경이나 이런 논의도 있지만 지금 이슈는 사람이 아닌 로봇 쪽 논의,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민자와 외국인 돌봄인력의 구조적 문제가 대표적으로 많이 나오는 주제예요.
두 번째 이슈로는 어떻게 됐든 지금 다른 나라들이 돌봄의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 핵심이어서 영국은 그냥 긴축 얘기밖에 없는 것 같고요. 다른 유럽 국가들도 돌봄서비스 퀄리티를 얘기하지만, 어떻게 효율화해서 비용 줄이느냐 그런 내용이 많아요. 즉, 공공을 축소하고 사적 돌봄으로 돌리는 추세가 일반적인 논의인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우리는 장기요양 사회보험을 중심으로 엄청나게 보장성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죠. 물론 아직 서구 복지국가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방향으로 보면 우리가 더 미래지향적이고 보편적 서비스들을 지향하고 있어서 더 긍정적인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헌법에 돌봄권을 명시하자"
- 참여연대는 헌법에 돌봄권을 신설하자는 제안도 하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김진석 : 네, 헌법에 돌봄을 받을 권리, 돌봄 할 권리, 그리고 돌봄 노동자의 돌봄 노동권 보장, 이 세 가지 항목을 넣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특히, 돌봄노동권과 관련해서는 단순히 그냥 권리의 보장 이렇게 얘기하지 않고, 돌봄노동권 보장을 위한 국가의 책무를 강조하는 방식을 헌법 개정안에 포함했어요.
현재 우리나라 헌법 10조에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행복 추구권이 있고 아까 얘기했던 사회보장권의 기본이 되는 34조, 그 두 가지가 있는데요. 헌법의 주요한 기능 중의 하나는 국민이 누려야 되는 기본적인 권리 선언 그리고 그 권리를 보장하는 데에 필요한 국가의 책임, 이것이 저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헌법에 있는 내용 중에서 아까 사회보장권이라고 하는 맥락에서 포괄적인 사회권에 대한 규정이 있고, 그다음에 환경권, 교육권 등이 있어요. 저는 한국 사회의 현황을 고려했을 때 돌봄권이 교육권이라든지 환경권에 모자라지 않는 사회적 의미가 있는 권리라고 생각해요.
그 권리가 헌법에 규정되는 것은 시민들의 권리에 대한 일반적인 규정으로서 헌법이 완결성을 갖추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돌봄의 문제를 권리로 인정하는 것이 우리가 개헌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들어갈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 각자 생각하는 돌봄기본법이란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김진석 : "저의 2025년을 잠식한 법입니다."
박영아 : "저는 돌봄기본법은 우리 모두의 권리이자 책무에 관한 법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돌봄은 인간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잖아요. 지금 당장 누구한테 이제 돌봄을 강요하자는 이야기가 아닌 서로가 서로에 대해 부담하고 있는 기본적인 책무이자 권리라는 생각이 있어요."
최혜지 : "저는 '돌봄기본법은 나침반이다, 주춧돌이다'라고 하고 싶어요. 주춧돌이 없이는 집이 올라갈 수 없는 것처럼 우리 사회를 제대로 만들어가기 위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게 이 돌봄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사회의 주춧돌이고, 그다음에 우리가 미래에 어떤 사회 또는 어떤 모습의 나라를 만들어갈 수 있는가는 돌봄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가에 의해서 결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래 사회를 만들어가는 방향을 설정하는 그런 나침반의 역할도 이 돌봄기본법이 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김형용 : "나에게 닥친 인권법이다. 이게 사회법 중에서 제일 중요한 영역으로 등장한 것 같아요. 나에게 닥친 차별금지법 또는 권리보장법 이런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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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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