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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일 만에 내려와 곧장 교섭장으로... 홀로 싸우던 노동자, 땅 위 동지들 곁으로

[현장]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고진수, 고공농성 마무리... "복직 아직이지만 동지들 덕에 땅으로"

등록 2026.01.14 16:57수정 2026.01.1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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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도로 교통시설물 위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36일간 고공농성을 이어온 고진수 세종호텔 지부장이 농성을 해제하고 땅으로 내려오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도로 교통시설물 위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36일간 고공농성을 이어온 고진수 세종호텔 지부장이 농성을 해제하고 땅으로 내려오고 있다. 유성호

"이제 고립된 '고공 위 노동자' 말고 땅 위에서 동지들과 함께하는 싸움을 할 겁니다."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고진수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이 336일 만에 고공농성을 마치고 땅을 밟았다. 고 지부장은 농성 해제 직전인 14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거듭 "동지", "조합원" 등의 단어를 언급하며 "복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지만 내가 기운 빠지지 않게 땅에 내려올 수 있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1시 38분 박승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목사, 이치호 세종호텔지부 조합원, 최대근 관광레저산업노조 위원장은 크레인을 타고 고 지부장이 있는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교통시설물 위로 향했다. 고 지부장은 함께 바람을 맞으며 반쯤 찢긴 무지개색 세종호텔지부 깃발을 흔들며 이들을 기다렸다.

고 지부장이 크레인에 오르자 이를 지켜보던 시민·노동자들이 곳곳에서 환호를 보냈다. 이들은 "고생했다 고진수, 끝까지 함께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고 "고진수 동지 고생했어요! 이후에도 같이 갑시다", "고진수 애썼다! 다시 함께 싸우자"라는 손팻말을 들고 그를 반겼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도로 교통시설물 위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36일간 고공농성을 이어온 고진수 세종호텔 지부장이 농성을 해제하고 땅으로 내려오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도로 교통시설물 위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36일간 고공농성을 이어온 고진수 세종호텔 지부장이 농성을 해제하고 땅으로 내려오고 있다. 유성호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도로 교통시설물 위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36일간 고공농성을 이어온 고진수 세종호텔 지부장이 농성을 해제하고 땅으로 내려와 김형수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지회장과 포옹하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도로 교통시설물 위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36일간 고공농성을 이어온 고진수 세종호텔 지부장이 농성을 해제하고 땅으로 내려와 김형수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지회장과 포옹하고 있다. 유성호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도로 교통시설물 위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36일간 고공농성을 이어온 고진수 세종호텔 지부장이 농성을 해제하고 땅으로 내려와 동료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도로 교통시설물 위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36일간 고공농성을 이어온 고진수 세종호텔 지부장이 농성을 해제하고 땅으로 내려와 동료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유성호

336일 고공농성 마무리... 고진수 세종호텔 지부장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 ⓒ 유성호


마침내 땅을 밟은 고 지부장은 휠체어를 탄 채 천천히 응원 행렬 앞을 지났다. 취재진 앞에 선 고 지부장은 "동지들의 한결같은 연대와 뜨거운 동지애로 무사히 336일간의 고공농성을 마치고 아래로 내려올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을 먼저 전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비록 고공농성은 지금 마무리하지만, 그간 1년 동안 훨씬 더 많은 동지들의 연대를 확인했다"면서 "고공에서 우리가 요구하는 복직이란 답을 받아내지 못했지만, 아래에서 함께해주는 더 많은 동지들과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덕분에 고공에서 내려오는 지금, 하나도 아쉽거나 슬프지 않다"며 "아래에서 바로 기운을 차려 동지들과 함께 일터로 돌아가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끝맺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고 지부장은 병원에 잠시 들렀다 곧장 노사교섭장으로 향했다.


고 지부장은 지난 2025년 2월 13일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을 요구하며 세종호텔 앞 교통구조물에 올랐다. 세종호텔은 2021년 12월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을 이유로 고 지부장을 비롯한 노동자 15명을 정리해고했다. 노동자들은 이어진 부당해고 소송에서 2024년 12월 최종 패소했다.

고진수 지켜본 노동자들 "복직 때까지 끝까지 투쟁"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도로 교통시설물 위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36일간 고공농성을 이어온 고진수 세종호텔 지부장이 농성을 해제하고 땅으로 내려오자, 응원하러 온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철회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도로 교통시설물 위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36일간 고공농성을 이어온 고진수 세종호텔 지부장이 농성을 해제하고 땅으로 내려오자, 응원하러 온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철회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성호

이날 현장에는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권영국 정의당 대표 등 정치권 인사부터 손은정 영등포산업선교회 목사, 여호수아 수녀(한국 천주교 여자 수도회 장상 연합회 JPIC분과위원회), 양한웅 조계종 사노위 집행위원장 등 종교계 인사들이 함께했다. 노동계에서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함민희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사무국장 등이 참여했다.

고 지부장과 함께 분투했던 노동자들은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들이 복직할 때까지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우리 사회에서 코로나19가 종식됐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를 핑계로 자행됐던 노동조합 혐오·파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며 "노동자들이 반드시 세종호텔 자본의 탐욕과 악랄함을 꺾고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땅을 딛고 함께 싸우자"고 말했다.

함민희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사무국장(세종호텔 공동대책위원회 소속)은 "사측은 코로나19로 호텔 장사가 안돼서 (노동자들에) 나가라고 했고, 법원은 '해고가 정당하다'고 했다"며 "그러나 코로나 이후 회사 매출이 회복됐지만, 사측은 복직이 안 된다고 하며 정규직을 쫓아낸 자리에서는 (다른) 노동자들이 더 싸고 열악하게 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함 사무국장은 "이 지경이 되도록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나. 이 부당함에 싸우고 있는 사람은 누구냐"며 "이런 처지에 노동자들은 투쟁을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의 투쟁이 고공농성보다 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복직 없이 투쟁은 끝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손은정 목사는 매주 목요일 아침마다 고 지부장을 위한 도시락을 준비했던 시간을 회상하며 "이번 고공투쟁은 엄청난 연대인을 불러 모았다"며 "지난 탄핵 광장 때 수천수만 민주 시민들의 행진 종착지는 이곳"이었다고 말했다. 또 "정의가 반드시 이길 때까지 우리 기독교인들은 잡은 손을 놓지 않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시민들의 응원도 계속됐다. '퀴어마법소녀연대'의 피린 활동가는 박근혜씨 탄핵 정국 때부터 사용했던 깃발을 흔들며 현장을 지켰다. 피린 활동가는 "엄동설한이든, 무더운 여름이든 고공 위에 있던 고 지부장이 염려됐다"며 "앞으로 그가 복직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광장의 말벌 동지들, 함께 성장했다 느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도로 교통시설물 위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36일간 고공농성을 이어온 고진수 세종호텔 지부장이 농성을 해제하고 땅으로 내려온 뒤, 응원하러 온 노동자들과 함께 정리해고 철회와 해고자 복직을 외치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도로 교통시설물 위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36일간 고공농성을 이어온 고진수 세종호텔 지부장이 농성을 해제하고 땅으로 내려온 뒤, 응원하러 온 노동자들과 함께 정리해고 철회와 해고자 복직을 외치고 있다. 유성호

고 지부장은 앞서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그간 요구했던 복직 투쟁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아 아쉬운 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조합원들이 '아래에서 똑같이 투쟁을 멈추지 말고 같이 하자'고 결의해줬다"고 전했다. 또 "(세종호텔) 해고자들의 복직에 대한 법적 판단이 끝났다고 해서 이를 (그대로) 두면 안 된다는 사회적 지지를 고공농성을 통해 얻어냈다"며 "많은 지지와 연대를 토대로 복직 요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고 지부장은 "세종호텔을 운영하는 세종대재단(대양학원) 설립자 가족들의 반복되는 사익 추구, 비리 등에 대해 세종대학교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알리는 활동을 진행할 것"이라며 "이 같은 활동을 통해 더 많은 (사회적) 동의를 얻어낸다면 해당 사안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336일을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광장에서 만난 말벌 동지(꿀벌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돕기 위해 적극 연대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말)들"이라며 "동지들이 한결같이 1년 동안 함께해주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함께 성장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일상적인 투쟁으로 알리는 데 한계가 있어 고공농성을 택했지만, 이는 어찌 보면 고립되는 투쟁 방식"이라며 "앞으로는 동지들과 함께하는 싸움을 통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힘을 키우고 또 다른 차별을 받는 사업장의 노동자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같은 세종호텔 해고노동자인 허지희 세종호텔지부 사무국장은 <오마이뉴스>에 "고진수 동지에게 '정말 미안하고 너무너무 고생했고 자랑스럽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사측과의) 교섭에 더 집중하기 위해 고공농성을 마무리하는 것이고 앞으로 복직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전했다.

고 지부장은 기자회견 직후 검진을 위해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됐다. 긴 기간 고공농성과 검진에도, 그는 이날 오후 3시 사측과의 7차 노사교섭에 참여했다.
#고진수 #세종호텔 #고공농성 #정리해고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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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 이진민 기자입니다 really@ohmynews.com 모든 제보를 다 읽습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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