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1.14 17:26수정 2026.01.14 17:27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언니네는 잘 때 아저씨하고 한방에서 함께 자요?"
지난 1월 초순, 수영장 지인이 물었다.
"응 같이 자. 왜?"
"둘이 손 꼬옥 잡고 자요?"
"아니 그 정도는 아니고. 그러는 A씨는 한방에서 안자?"
"코골이 때문에 우린 각방에서 자요. 오래됐어요."
옆에 있던 B도 "왜 그렇게 코를 고는지 함께 잘 수가 없어요. 거기에 술이라도 마신 날엔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어. 우리도 한방에서 안 자. 아니 못 자요" 한다.
"밤늦게까지 스마트폰 보며 엎치락뒤치락 하니깐 옆에서 잠을 잘 수가 없어서 각방 쓰고 있어."
"그걸 요즘은 수면 이혼이라고 한다더라."
"수면 이혼? 말도 잘 만들어 내."
하면서 모두 한바탕 웃었다. 수영 시작하기 전 잠깐 수다였다. 그들의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우리도 수 년 전까지 각방에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요즘 말대로 '수면 이혼'을 한 것. 우리가 각방을 썼던 이유도 남편의 코골이와 험한 잠버릇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한방에서 잠을 자기 시작하면서 '수면 이혼'을 면하게 된 것이다.
오랜만의 단잠

▲침대를 두개 놓은 모습 여행 갔을 때 숙소 침실모습
정현순
60대 중후반으로 기억된다. 남편의 코골이는 무슨 천둥 번개가 치는 것만큼 요란스러웠다. 처음에는 낮에 너무 피곤해서 그랬을까 하고 넘어갔다. 자다 깨다를 매일 반복하니 다음 날은 하품이 계속 나면서 피로감이 쌓이는듯 했다. 누군가가 잠자는 자세가 옆으로 자면 괜찮다고 하기에 똑바로 자면 옆으로 밀어봤지만 소용없었다. 도로 그 자세로 돌아갔다. 몇 달 동안 그런 날이 거의 계속되었다. 참다가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잠잘 때 코를 왜 그렇게 심하게 골아. 그 무거운 다리를 내 배 위에 턱 올려놓기도 하고... 잠자다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남편은 내 말에 "무슨 소리야. 내가 무슨 코골이를 한다고?" 했다. 그래도 따로 잘 생각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술을 마시고 왔기에 거실에 앉아있다가 자러 들어갔다. 역시나 그날도 드르렁 드르렁 코 고는 소리, 술 냄새가 범벅이 되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잠시 누워있다가 거실로 나왔다. 그때 빈방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방에 잠자리를 펴고 잠을 청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오랜만에 단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그때 결심했다. 각방에서 자기로. 그리곤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의 기분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렵게 말을 꺼냈으니 실행을 했다. 우리 부부는 생활 방식도 조금 달랐다. 난 아침형 인간에 가까워 아침 일찍 일어난다. 차 한잔 마시고 동네 주변을 산책하고 집으로 돌아와 내 할 일을 하곤 한다. 하지만 남편은 아침잠이 많다.
나름 편한 생활이 조금씩 익숙해져 갔다. 그런데 3~4 년쯤 지난 어느 날 남편이 나에게 "어제 자면서 무서운 꿈 꿨나 봐?" 한다. "생각 안 나는데. 왜?" 하니 "내가 화장실 가려고 나왔는데 무슨 소리가 나기에 문을 열고 봤더니 허공에 대고 손짓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던데" 했다. "가끔 가위가 눌려서 나도 모르게 그랬나?"하고 말았다. 그러면서 남편이 "이젠 우리도 나이가 들어서 서로 다른 방에서 지내면 안 될 것 같다. 자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했다. 남편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난 남편에게 말했다.
"코골이만 안 하면 괜찮은데. 방송에서 어떤 의사가 말하기를 살을 좀 빼면 코골이를 덜 한다고 하던데."
운동 꾸준히 한 남편, 코골이도 잦아들었다
남편은 잠자코 듣더니 "그럼 침대를 2개 놓고 따로 자면 되지. 내가 다이어트도 좀 하고" 했다.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절대 안 된다고 할 수가 없었다. "그래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네"하곤 내가 사용하던 작은 침대를 안방으로 옮겼다.
남편은 이후 신경을 꽤 쓰는 듯 했다. 코골이가 멈추지는 않았지만 처음보다는 덜해졌다. 자장가라고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가족, 형제들은 남편을 보더니 살이 많이 빠졌다고 했다. 남편의 체질은 신경만 쓰면 잘 빠지는 체질이다. 몸무게를 재보니 평소보다 4kg 정도 빠졌다고 했다. 운동을 꾸준히 하더니 결과가 좋았다.
가끔 '푸~'하는 큰 숨소리만 들렸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더니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 같다. 수영장 지인들에게도 말해줬다. 살을 빼니 코골이가 멈췄다고. 나도 남편에게 늦었지만 오랜만에 칭찬을 해줬다. "자기 요즘 코 안 골던데. 살을 빼면 안 곤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나봐"하니 남편이 "그래, 나 요즘 진짜 코 안 골아? 하면서 좋아하는 표정을 짓는다.
은퇴 전후의 6070 시니어들에게는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요?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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