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호텔 고진수 지부장, 336일 고공농성 해제

"복직 없이 투쟁은 끝나지 않는다, 이제 땅에서 싸운다"

등록 2026.01.14 17:05수정 2026.01.1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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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 해고노동자 고진수 지부장이 1월 14일 오후 1시, 서울 명동 세종호텔 앞 도로 구조물 위에서 336일간 이어온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으로 내려왔다. 법은 이 해고를 '정당'하다고 판단했지만, 노동자들은 여전히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고공은 끝났지만, 해고를 둘러싼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고 지부장은 2025년 2월 13일,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와 해고자 전원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에 올랐다. 가로·세로 80cm 남짓한 공간이었다. 그는 그 작은 공간에서 한겨울의 혹한과 여름의 폭염, 폭우를 견디며 두 번째 겨울을 맞았다. 336일이라는 시간은 코로나 이후 4년 넘게 이어져 온 세종호텔 해고 투쟁의 무게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고진수 지부장이 땅으로 내려오기 전 고공에서 마지막 모습 고진수 지부장의 고공농성 마지막 모습
▲고진수 지부장이 땅으로 내려오기 전 고공에서 마지막 모습 고진수 지부장의 고공농성 마지막 모습 김군욱

세종호텔 정리해고 사태는 코로나19를 이유로 단행된 구조조정에서 비롯됐다. 한때 250명이 넘는 정규직 노동자가 일하던 일터는 현재 정규직 20여 명과 비정규직 40여 명만 남았다. 노동위원회와 사법부는 해당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판결 이후에도 해고노동자들은 일터로 돌아가지 못한 채 거리와 고공을 오가며 싸움을 이어왔다. 법적 판단과 노동자들의 삶 사이의 간극이 이 투쟁을 장기화시켰다.

고진수 동지가 크레인을 타고 땅으로 내려오는 모습 고진수 동지가 땅으로 내려오는 모습
▲고진수 동지가 크레인을 타고 땅으로 내려오는 모습 고진수 동지가 땅으로 내려오는 모습 김군욱

고 지부장은 고공에 오른 이후 날마다 사이렌을 울리고 북을 쳤다. 그는 "사이렌은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차별받고 권리를 박탈당한 비상상태를 알리는 신호였고, 북소리는 '여기 사람이 있다'는 외침이었다"고 말했다. 고공 위에서 울린 북소리는 명동 한복판을 지나 수많은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고공은 고립된 공간이었지만, 그 위의 소리는 거리와 광장으로 이어졌다.

그는 투쟁 과정에서 "왜 다른 일을 찾지 않느냐"는 질문을 반복해서 받아왔다. 이에 대해 고 지부장은 여러 차례 "다른 데서 일할 수는 있지만, 그러면 이 해고가 정당해진다"며 "이 싸움은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 해고를 막기 위한 싸움"이라고 답해왔다. 해고 이후의 선택을 개인의 생계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책임 문제로 되돌려 놓는 말이었다.

고진수 동지가 땅으로 내려온 후 인터뷰 하는 모습 고진수 동지가 땅으로 내려온 후 인터뷰 하는 모습
▲고진수 동지가 땅으로 내려온 후 인터뷰 하는 모습 고진수 동지가 땅으로 내려온 후 인터뷰 하는 모습 김군욱

고공농성 해제 이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고 지부장은 "고공의 시간이 결코 절망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1년 동안 고공농성을 이어오며 이전의 투쟁보다 훨씬 더 많은 연대를 확인했고, 함께하겠다는 동지들의 진심을 분명히 느꼈다"고 밝혔다. 비록 고공에서 해고자 복직이라는 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아래에서 더 많은 동지들과 함께 노동권 쟁취와 정리해고 철회,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와 노조법 개악에 맞선 투쟁을 이어갈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지금 고공에서 내려오는 이 순간, 하나도 아쉽거나 슬프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고공농성은 한 사업장의 노사 갈등을 넘어, 한국 사회의 노동 체계가 위기 앞에서 어떤 선택을 반복해 왔는지를 드러낸 사건이다. 구조조정은 빠르게 '불가피한 결정'으로 승인되지만, 그 결정이 노동자 개인의 삶에 남긴 상처에 대해서는 제도도 사회도 충분히 답하지 않는다. 법적 정당성만 남기고 노동자를 거리로 내모는 구조 속에서, 고공은 마지막 선택지로 반복돼 왔다. 고진수 지부장의 하강은 투쟁의 종료가 아니라, '정당한 해고'라는 말 뒤에 가려진 삶의 문제를 다시 땅 위로 불러내는 시작이다.
#고진수동지 #고공노성해제 #복직투쟁 #세종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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