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법원이 공익제보 과정에서 발생한 공익제보자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과 관련해 위법성을 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tingeyinjurylawfirm on Unsplash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대법원 2025도6239
방심위 제보자들은 왜 피의자가 되었나
방송통신심의위원(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이하 방심위) 류희림 전 위원장의 이른바 '민원사주' 의혹을 세상에 알린 공익제보자들이 기소 위기에 처해 있다. 제보자들은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민원을 제기하고 심의에 개입했다는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의혹을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제보자들이 비위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민원인 정보를 확인한 행위를 '개인정보 보호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판단하여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는 공공기관장의 비위 의혹이라는 사안의 본질은 외면한 채, 증거 확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행위만을 문제삼아 처벌하려는 전형적인 '보복성 수사'의 양상이다. 그간의 판례와 실무는 공익제보 과정에서 발생한 비밀 침해나 문서 반출 등의 행위에 대해 형을 감면하는 데 그치거나, 상당수 사건에서는 공익제보라는 특수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형사책임을 그대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025년 8월 선고된 대법원 2025도6239 판결은 공익제보자의 증거 확보 행위를 형법상 '정당행위'로 폭넓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공익제보자 보호 법리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 글에서는 해당 판결의 의미를 되새기고 현행 '공익신고자 보호법' 및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약칭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명시된 책임감면 규정의 한계와 개선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대법원 2025도6239 판결의 요지 – "이것은 범죄가 아니라 정당한 고발이다"
부산환경공단 직원인 피고인은 동료 직원의 초과근무수당 부정 수급 의혹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피고인은 고발장에 대상자를 특정하기 위해 업무상 알게 된 동료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기재하여 제출했다. 검찰은 이를 목적 외 이용으로 보고 피고인을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1심과 2심은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 제20조가 정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범죄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황에서의 고발은 국민의 정당한 권리 행사이며, 수사기관에 제공된 개인정보는 고발 대상자를 신속히 특정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 정보'라고 판단했다.
또한 수사기관이 해당 정보를 수사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할 위험이 낮으므로 정보주체의 법익 침해 정도가 크지 않다고 보았다. 결과적으로 제보자가 공익침해 행위를 신고하고 그 실체를 구체적으로 특정·입증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이 판결의 핵심이다.
판결의 의미와 남은 과제
이번 판결은 과거 대리수술 고발 사건(서울고등법원 2020. 7. 9. 선고 2019노1842 판결, 대법원 2020도10564 사건으로 확정됨)에서 공익제보자의 행위를 정당행위로 본 판례 흐름을 재확인하고 강화한 것이다. 특히 방심위 '민원사주' 사건처럼, 제보자가 비위의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타인의 정보를 다루게 되는 경우 이를 무조건 범죄로 단죄해서는 안 된다는 사법적 기준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한계 또한 분명하다. 이번 판결은 형법상 일반 원칙인 '정당행위' 법리에 의존하였을 뿐,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14조와 '부패방지권익위법' 제66조에 규정된 책임감면 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적용하지 않았다. 이들 규정은 "신고 등과 관련하여 신고자의 범죄행위가 발견된 경우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신고 등과 관련하여'라는 문언은, 제보자가 대상 범죄에 관여한 경우뿐만 아니라 신고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발생한 법령 위반(개인정보 보호법, 비밀유지의무 등)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문제는 이들 규정이 '필요적' 면제가 아닌 법원의 재량에 따른 '임의적' 감면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실무에서는 면책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사례가 드물고, 판결문에 명시되지 않더라도 상고심에서 법령위반으로 다투기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대법원 2025도6239 판결은 공익제보자를 범죄자로 몰아세우려는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제보자가 매번 재판 과정을 거쳐 '정당행위'임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현재의 구조는 가혹하다. 따라서 수사기관은 제보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행위를 기계적으로 처벌하려는 관행을 멈춰야 한다. 제보 내용을 입증하기 위해 불가피했던 행위라면, 기소 단계에서부터 위법성 조각을 적극 검토하거나 기소유예 처분을 통해 제보자를 보호해야 한다.
그리고 입법적으로는 현행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14조(책임의 감면)와 '부패방지권익위법' 제66조를 개정하여, 공익제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법령 위반 행위에 대하여 법원이 원칙적으로 형을 면제하거나 감경하도록 하는 보다 명확한 규범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제도적 보완과 더불어 수사기관과 법원이 공익제보자 보호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적용할 때, 제보자들은 처벌의 두려움 없이 공익을 위해 입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이 판결이 방심위 '민원사주' 의혹 사건에도 적용되어 제보자들이 하루빨리 수사의 부담에서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